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마음조각가 Oct 28. 2022

모두 알랑가 몰라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나는 알지. 가벼운 것들이 결국 가장 심오하다는 것을. 무거운 것들은 늘 바닥으로 가라앉지만, 가벼운 것들은 무겁지 않은 만큼 하늘을 날지. 무거움을 살짝 들어 올려 싹을 틔우지. 쌍떡잎식물처럼 지구를 한번 들었다가 놓기도 하지. 뒤엎기도 하지. 그 떡잎이 가장 가볍고 아름답게 피어날 때 '거봐, 내가 뭐랬어. 난 떡잎부터 알아봤다니깐',이라고 너스레를 떨 수도 있지. 너스레 다음에 울음을 터트렸다는 사람을 내 일찍이 본 적이 없지.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웃고 싶어 가볍게 떠들 뿐이지. 엉덩이가 들썩들썩 민들레 홀씨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 안달일 뿐이지. 더 가벼워지기 위해 모든 근심을 내려놓고, 올림픽 구호처럼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갈 뿐이지. 그러니까 민들레는 쌍떡잎식물이고, 그 떡잎은 날개란 말이지. 그 날개가 자라 결국 날개를 포기하고 혼자 훨훨 날아갈 뿐이지. 가장 가볍고 높이 날아갈 때 지구는 다시 민들레 홀씨의 바닥에 내려앉지. 가벼움 하나를 들었다 놓으며 지구라는 싹을 틔우지. 모두 알랑가 몰라.



매거진의 이전글 철 지난 유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