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밤 산책을 합니다. 10월의 마지막 밤이니까요. 늦은 저녁을 먹었지만, 속이 허합니다. 어둠 속에서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 하나가 '원래 그래'라고 말합니다. '원래' 그렇다는 말. 누군가 내 어깨라도 툭 치면 첫눈처럼 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첫눈은 잘 뭉쳐지지 않는다는데, 눈물이 쉽게 뭉쳐지기나 할까요. 대신 잘 뭉쳐지지 않는 기억을 모아 뭉쳐봅니다. 쉽게 흩어지지 않는 흐릿함. 어디에서도 쌓인 적이 없으니, 줄거리가 필요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10월의 마지막 밤은 허기처럼 몰려왔다 허기처럼 사라집니다. 긴 혀를 축 늘어트리며 태초의 끼니를 찾아다니는 내 아름다운 슬픔. 고백에 가까운 용서들. 한번 꺼내쓰면 다시는 쓸 수 없는 10월의 마지막 고백. 나는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비타 노바(Vita No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