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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주희 Apr 22. 2023

밤 반 탈출

알람에서 알람으로

알람 2개를 삭제합니다.

매일 저녁 7시 50분.

알람이 울리면 주섬주섬 큐시트를 챙겨 <오늘하루>생방송을 올라갔었죠.

 

처음엔 시사로, 1년후 가요프로그램으로,

또 다시 팝송프로그램으로

똑같은 간판달고 주메뉴만 바꾸는 식당처럼

그렇게 7년을 한자리에서 지냈습니다.

그동안 세명의 작가와 세명의 피디가 바뀌었고 마지막엔 제작까지 맡아

묵묵히 저녁시간을 지켰습니다.


늦은 퇴근길에, 저녁식사후 운동하면서,

혼자 먹는 외로운 저녁식탁에서

방송을 듣고 있는 청취자들을 만나며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방송후 내려와 마무리하다보면 울리던 두번째 알람.

22시 마감뉴스까지하면 임무완료 !

사무실 불을 다 끄고

문을 닫고 퇴근길에 오르면 

밤늦게 야간자율학습 마치고

학교 교정을 빠져나가던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는 뿌듯함이

고단함을 눌러주었죠.


7년간의 밤생활동안 쉬지 않고 성실히 울려준 알람도 고맙네요.

'고생했다.. 너도 좀 쉬어라'

삭제하기 전 인증샷도 남겨줍니다.


하루의 모퉁이 같은 시간.

애매하게 흘려보내기 쉬운 저녁시간을

함께 나눴던 청취자들이 저보다 더 많이 아쉬워 하시는 듯 합니다.

시사와 선교프로그램 사이에 있어 흐름잡기가 어려웠는데  하루를 정리하며 듣는 나름의 힐링타임으로 생각해주신 분들이 많으셨나봐요.

개편을 앞두고 막바지 인사를 나누려니

그동안 조용히 숨어있던 청취자들이

곳곳에서 손을 들고 '고마왔다' 인사를 해주십니다.


익숙함이 매력인 라디오에서 개편이란

달갑지 않은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봄,가을이 되면 매 해 반복되는 개편의 소용돌이에서 아나운서들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구요.


한 자리에 오래 있다는 게  편안하기는 하겠지만 자리를 옮기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야 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엔 진정한 1인제작의 장을 펼쳐야 하는 길로 내몰렸습니다.

작가도, 피디도, 엔지니어도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2시간을 매일 제작,진행해야 합니다.


고되다 생각할수도 있지만 덕분에 그동안 미뤄뒀던 일들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매일 쓰는 오프닝을 브런치에 올려 책으로 묶어내고

일주일에 책 한권을 정해 부분부분 낭독하고 그걸 합쳐 유튜브에 미니오디오북을 올려보려구요.


본의 아니게 1인 제작을 하게 되었지만

그런 기회로 진정한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볼수 있겠지요.


오늘 마지막 저녁 생방송을 하고

이제 다음주부터는 다른 알람을 맞춰야겠지요.

오후 3시 50분 !

<가스펠아워 >로 새출발을 합니다


# 오늘하루 #오늘하루장주희입니다#가스펠아워#개편#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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