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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근노근 Aug 22. 2021

나의 원고 투고기 7 - 나는 책을 낼 수 있을까?

출판사 이메일 수집 단상



  사람들 몰래 원고 투고를 했었다. 안 되면 쪽팔리니깐 몰래. 이는 투고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일곱 번째.


  정한책방에서 연락이 온 후, 나는 잠시간 기고만장해졌다. 예를 들면 이따위 생각들.


  '이제 다른 데서도 계속 연락 오는 거 아냐?'


  정한책방을 시작으로, 이제 줄을 지어 연락이 오는 그런 되도 않는 상상. 나는 다시 메일함 클릭질을 시작했다. 증세는 더 악화되었다. 나는야 '새로고침'의 노예. 메일함이 닳도록 왔다갔다 했다. 반복, 또 반복. 역시나 연락은 오지 않았다.


  메일을 너무 조금 보냈나 싶기도 했다. 한 번 보낼 때 출판사 열 두세곳. 인터넷을 뒤지니, '출판사 메일 주소 500개' 같은 파일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런 주소록 파일 하나 받아 기계적으로 입력하고 100개씩 보내면 좀 낫지 않았을까? 지금 두 주에 걸쳐 보낸 스물 다섯개의 4배 정도를 한 번(100개)에 보내고, 5번에 걸쳐 500개를 다 보내면, 연락이 그래도 꽤 오지 않았을까? 그렇게 나는, 연락이 오지 않는 원인을 고작 '메일 개수'에 돌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500개를 보낸 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저기엔 교육관련 출판을 아예 하지 않는 출판사도 섞여 있을 터이다. 혹 있더라도 내가 쓴 글과 결이 다른 책들을 낸 곳일 수도 있다. 또, 500개라고 해서 엄청 많은 것 같지만, 전체 출판 시장에서 500개는 한 줌이다. 내 글을 충분히 받아줄 출판사가 빠져 있을 가능성 또한 많았다.


  또 출판사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내가 지금 출판사 예의 따질 처진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투고를 한다면, 그 출판사가 어떤 책들을 내왔는지, 교육 관련 책을 내기는 했는지, 내 책과 비슷한 결의 책을 낸 경험이 있는지 등은 알고 따져봐야 하지 않겠나. 과학책을 주로 내는 출판사에서 교육 원고는 그저 쓰레기에 다름 아닐 것이다. 쓰레기 취급 받고 싶진 않았다.


  교육 관련 책을 검색했고, 그 중에서도 교육 비평, 교육 에세이 책을 검색했다. 그런 책을 낸 출판사를 추려냈고, 그 출판사의 책을 다시 또 검색하여 교육 관련 책을 몇 권이나 냈는지, 책 내용은 어떤지 대충이라도 흝으며 찾아봤다. 그 중에서도 책을 낸 지 오래된 출판사는 또 제외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출판사를 추려냈더라도, 출판사 '이메일'을 찾아내는 건 또 별도의 노력이 드는 일이었다.


  일단, 그 출판사의 홈페이지를 가본다. 좀 큰 출판사들은 자체 홈페이지에 투고 게시판을 만들어 놓는 경우가 있다. 혹은 투고 이메일 주소를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다행인데, 홈페이지, 블로그, 카페 그 어디를 뒤져도 이메일 주소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만약 관련 출판사의 책을 내가 갖고 있다면, 책 앞이나 뒤쪽에 판권 페이지를 보면 대부분 나와 있다. 책이 없다면 직접 서점에 가거나, 인터넷 서점의 책 미리보기를 보면 책 판권 페이지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으로 출판사 이메일을 수집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시간도 꽤 많이 걸렸다. 정한책방에서 연락이 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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