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랑끝 Nov 16. 2023

'명예'가 중요하던 때도 있었다.

What life? 

https://www.youtube.com/shorts/ACqVolkWee0?feature=share

"1943년 12월 20일 독일의 공격으로 2번 엔진을 잃고 나머지 엔진들도 추력이 반토막 난 체 꺼져가는 

유압으로 간신히 도망치던 미군 소속 B-17기를  독일군 Bf-109기 조종사였던 프란트 슈티글러가 살려준 

일이다. (캐노피도 박살 났을 정도로 정말 날고 있는 게 기적인 모습이었다고 함)


미국 B-17기 조종사들은 이미 격추되어 탈출한 파일럿과 다를 것이 없다고 본 슈티글러는 독일 대공포가 

폭격기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가까이 붙어서 날며 도버해협까지 인도했고 공해상에 도달한 후 경례와 함께 

사라졌다.  


이 두 기체의 파일럿들은 종전 후에 만나게 되었고, 평생 친구로 지냈다고 한다. 

잔인한 전쟁 속에서 그나마 인간성을 지킨 인상 깊은 장면이다."

(두 분 모두 2008년에 별세하였다.) 


(출처: 동영상에 달린 댓글 중 발췌)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임파스블(Mission: Impossible)' 마지막 편 1부인 

"데드 리코딩(Dead Reckoning - PART ONE, 2023)"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에단(탐 크루즈), 그레이스(여주인공), 루터(IMF 요원), 벤지(IMF요원) 넷이 목숨을 건 

마지막 계획을 짜면서 하는 대화이다. 


에단(탐크루즈)의 탈출 계획에는 그녀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IMF의 일을 돕게 된 그레이스가 묻는다.


-그레이스: 당신만?(너만 탈출하냐는 뜻)

-에단 : 맞아

-그레이스: 그럼 난?

-에단 : 비밀 정보국에 잡히겠지. 아부다비부터 날 쫒던 그 사람들에게.

그리고 한 남자가 나타날 거야 '유진 카트리지' 내가 보냈다고 해, 

당신에게 선택권을 줬고 당신은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그레이스: 그 키트리지라는 사람 믿어?

-에단 : 당신의 가치를 알아볼 거라 믿어, 당신을 이용하고 싶어 할 거야.

-그레이스: 그다음엔? 이렇게 살아? 내 삶은 언제 돌려받아요?


-루터(IMF 요원): 무슨 삶?(What life?)" 

농담 아니고 무슨 삶이요?(I mean it, Grace. What life?"

우리 모두 당신처럼 살아봤어요.(I lived that life. We all did)


-벤지(IMF 요원):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우리가 원해서 이렇게 사는 거예요.

(Nobody's making us do this, Grace. We're here because we want to be)


-그레이스: 이렇게 하죠 한 번 도와줄게요. 

내가 열쇠 찾게 도와주면 당신 친구들은 내 전과를 지워주고 새 이름과 약간의 돈을 주면...


-루터 : 죽을 거예요. 팀이 없으면 몇 년 아니 몇 달도 장담 못 해요.

-벤지 : 몇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그레이스: 함께하면 안전하게 당신들이 보호해 줄 거다?

-루터 : 맞아요.


-에단 : 아니, 약속은 못 해(No, I can't promise you that)

우리 중 누구도, 하지만 맹세하지 (None of us can, but I swear....)

당신 목숨이, 내 목숨보다 항상 중요할 거라고.

(Your life......, will always matter more to me than my own)


(그레이스의 표정이 굳어지며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그레이스를 연기한 '헤일리 앳웰'은 이 장면서 정말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그레이스: 날 알지도 못하잖아.(You don't even know me.)

-에단 : 알면 뭐가 달라져?(What difference does that make?)


((후략))




4명이 나누는 이 대화를 보면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그래서 영어자막과 한글 자막을 동시에 올려놓고 몇 번을 되풀이해서 봤다.

보면 볼수록 "탐 크루즈"가 꼭 넣고 싶었던 대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비슷한 장면은 "탐 크루즈"의 전작인 "탑건-매버릭"에도 나온다.

태평양 함대 사령관인 아이스맨과의 면담 장면에서다. 

"떠날 때가 오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대충 이런 내용으로 기억한다.


지난번 서울 방문 때 한 후배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형님, 전 명예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그게 멋져 보였거든요. 

근데 살아 보니까 그딴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돈이 중요하지 그 외는 딱히......"


나는 그날 그에게서 18년쯤 전에 헤어진 누군가가 나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딱히 지킬 이름값이나 명예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참되게 살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삶이 완전히 부정되는 순간이었다. 


착잡한 심정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숙소로 돌아와 영화를 켰다.  

눈에 띄게 주름이 늘어난 탐 크루즈는 영화 속에서 삶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를 제작하면서도 그는 영화 속에 삶에 대한 그의

소신을 한 줄이라도 넣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루터의 대사인 "What life?"에서 시작해서 에단의 마지막 대사인 

"What difference does that make?(알면 뭐가 달라져?)"로 이어지는 대화는 

'돈이 최고'라는 말에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던 나의 비굴함을 일깨워주는 듯했다. 


'명예로운 것(삶)'이 어떤 것인지 나는 정의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살다 보니 부끄러운 것과 부끄럽지 않은 것에 대한 감은 생겼다.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부터 삶이 훨씬 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풍족한 삶을 사는 것에 대한 바람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풍족해지기 위해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진다. 


그래서인지,

"What life?" (무슨 삶?)

"What difference does that make?" (알면 뭐가 달라져?)

이 두 대사가 주는 여운이 내겐 매우 컸다. 


존경합니다. 톰 형...





매거진의 이전글 나쁜 루틴도 가끔 행복감을 줄 때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