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된다"
새벽 3시에 잠들어 7시에 잠에서 깼다.
요즘은 잘을 깨면 제일 처음 하는 일이 폰을 들어 유튜브를 켜는 일이다.
나는 이게 나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몸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이런 루틴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는 폰을 켜니 위의 쇼츠 영상이 화면의 대문에 나와 있었다.
영화 '그리스'의 마지막 장면인 저 영상을 난 극장에서 본 사람이다.
얼마나 자극적이었는지 아직도 영화를 보기 위해 어머니께 했던 거짓말과
혼자 앉아 있던 관람석의 분위기까지 기억을 할 정도다.
엄청나게 큰 부산 시민회관 대강당에 달랑 30명도 안 되는 관객이 앉아 저 영화를 봤었다.
이 공연을 한 2002년 9월은 올리비아 뉴튼 존이 54세, 트라볼타가 48세였다.
영화 '그리스(Grease, 1978)'가 전 세계에 상영되고 25년이 흐른 시점이다.
난 카메라에 비치는 장면을 기본적으로 믿지 않는다. 그래서 예능 방송을 보지 못한다.
그런데 이 공연 모습은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올리비아"가 "존"에게 마이크를 건네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꼭 어린 소녀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뉴튼 존은 1992년에 암진단을 받았다. 그러니 이때는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태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의 절반 이상을 날아와 공연을 함께 했다고 한다.
이 공연은 영화 그리스(Grease, 7978)의 25주년 기념 DVD 발매 공연이다.
이른 아침 침대에 누워 영상을 보면서 느낀 것은 생뚱맞게도 이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둘이 하는 걸 보면 영상의 첫 장면부터 어색함이 하나도 없다.
보고 있으면 정말 오래된 친구가 만나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존이 처음 등장할 때나 올리비아가 마이크를 건네주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안고 도는
장면은 정말 몇 번을 봐도 미소가 절로 난다.
얼마 전 꿈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생각해 보니 내게는 이런 종류의 꿈도 있는 것 같다.
"60쯤 됐을 때 이렇게 만나 포옹하고 같이 노래 부를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뭐 이런 꿈이다. 당연히 이성 친구라야 한다.
보고 싶지 않다가도 생각나면 갑자기 연락해서 수다를 떨어도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잠 못 드는 밤 과장된 감정으로 편지를 써도 '재밌다'라고 읽어주는 그런 친구를 말한다.
인터넷 명언(?)이라 떠도는 말 중에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싫어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실에서 이런 상황을 너무 많이 겪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쁨'과 '슬픔'"을 나눠도 질투나 약점이 되지 않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것 같다.
살면서 그런 사람을 한 명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괜찮은 삶이 아닐까 한다.
오늘 아침 "올리비아"와 "존"의 공연 영상을 보면서 저들은 그런 관계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올리비아 뉴튼존은 인터뷰에서 40년 이상 존 트라볼타와 소울 메이트로서 진한 우정을
나누었다는 말을 자주 했고 무대에서 그들의 모습은 내겐 충분히 그렇게 보였다.
나의 첫 번째 여신이던 '올리비아 뉴튼 존'이 작년(2022년)에 세상을 떠났다.
30년이 넘는 암투병 끝에 이제 고통이 없는 세상으로 간 것이다.
마지막까지 많은 공연을 했고 암 연구에 많은 것을 기부하는 훌륭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사춘기 내게 설렘이 뭔지를 가르쳐줬던 내 마음속의 연인,
아름다운 외모만큼 마음씨도 고왔던 나의 첫사랑,
부디 영면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