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캄보디아...
내가 처음 발걸음을 내디딘 여행지는 동남아시아였다. 내가 내 여행의 첫 시작을 동남아시아로 정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전역 후 고등학교 친구와 약 2주 동안 여행했던 내 생애 첫 해외여행지였던 캄보디아라는 나라가 나에게 남겨준 그때의 감정과 행복감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여행의 첫 시작인 동남아시아 여행에 대해서 기억을 더듬어 지금부터 적어나가보고자 한다.
씨엠립행 비행기를 타고 약 5시간 정도가 지난 뒤 다시 찾은 캄보디아는 달라진 게 없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오자마자 나를 맞이하는 습기 가득한 더운 공기, 나를 둘러싸는 툭툭이 아저씨들 그리고 툭툭이를 타고 가다 보면 냄새를 통해서 전해져 오는 캄보디아의 분위기와 사람들, 그 모든 게 그대로였다. 앞서 말했듯이 워낙 부족한 경비로 시작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일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하늘이 도왔는지 운이 좋게도 도착한 다음 날, 나는 바로 캄보디아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숙식을 지원받는 대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자리 구하는데 모든 운을 쏟아부었는지, 나는 둘째 날 핸드폰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얼마 있지도 않는 내 통장에 30만 원이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현지 식당에서 약 2주 동안 일을 하면서, 남들 다 관광으로 가는 앙코르와트를 매일 아침마다 들려서 식장 전단지를 돌리고, 중국 상점에 들어가서 식당 영업을 하다 쫓겨나 보기도 하며, 캄보디아 야시장에서 물건을 팔아보기도 하는 꽤나 흥미롭고 특별한 경험을 했다.
내가 2번째 캄보디아 여행에서 마주한 것은 1년 전 느꼈던 낭만과 여유로움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어느 정도 예상했었던 일이었고, 헬스장에서 여행 경비를 마련할 때 인연이 되어 같이 여행 오게 된 친구 아버지의 지인께서 캄보디아 바탐방(캄보디아 농업도시)에서 보석공예를 하신다기에 나는 2번째 도시인 바탐방에 가게 되었다.
바탐방이라는 도시는 아마 캄보디아를 여행한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도시일 것이다. 바탐방이라는 도시는 정말 동남아시아 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홍수가 나면 "어떻게 하지?..." 걱정하기보다 오히려 투망을 가져와 물고기를 잡고, 아이들은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피부색과 대비되어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 미소를 띠며, 큰 대야를 가져와 물놀이를 하고 뛰어노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2주 동안 지내면서 보석공예도 해보고, 캄보디아 학생들의 책상을 만들기 위해 용접, 그리고 농사를 지으며 시간이 흘러가는 건지 아니면 내가 시간을 흘려보내는 건지 모르게 완전히 현지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서 지냈었다.
우선 시작하면 길이 보인다고 했는가? 그렇다, 첫 여행지인 캄보디아에서 나는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의 은혜 덕분에 숙식비를 절약하며 지갑은 가벼워도 마음만은 풍족하게 지낼 수 있었다. 첫 번째 여행 때 내가 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색을 지닌 두 번째 캄보디아 여행이었지만, 지나고 나서 지금 돌이켜보면 두 번째 여행에서 느꼈던 캄보디아가 나에겐 더욱 애틋하게 남아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때의 설렘 그리고 내가 온전히 느꼈던 캄보디아의 냄새, 사람들, 분위기가 스쳐 지나간다.
정들었던 캄보디아를 떠나기 전, 캄보디아의 유일한 해변도시인 시하누크빌에서 3일 동안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나는 2번째 여행지인 태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캄보디아에서 버스틀 타고 약 8시간(?) 정도 달렸을까? 눈을 떠보니 어느새 태국에 도착해 있었다.
태국을 도착해서 처음 느낀 감정은 "아 내가 정말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라는 것이었다. 창밖을 통해 바라본 태국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태국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캄보디아보다 조금 더 발달되었을 지라도 별 차이 있겠어?라는 나의 생각을 코웃음 치기라도 하듯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수 놓인 태국의 야경과 높은 빌딩들은 나를 내려다보며 비웃고 있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다행히 아버지 지인분께서 태국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계셔서 한 1주일 동안 카페에서 일을 하며 지낼 수 있었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태국 친구들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방랑벽이 도졌던 나인지라, 카페에서의 짧은 추억을 뒤로하고, 나는 태국의 여행자 거리인 카오산 로드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니 나와 같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리를 배회하며 젊음을 그리고, 태국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여행자 거리의 한인 게스트하우스에서 1주일간 지내며, 숙박비를 해결하는 대신 새로 여행 오는 한국인 여행자들을 위해서 카오산로드 구석구석 가이드를 해주며 지냈었다.
여행을 할 때는 부족한 돈 때문에 선택의 여지없이 항상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지만, 그때보다는 여유가 있는 지금도 나는 여행을 하거나 낯선 도시로 여행을 할 때, 항상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른다. 다른 피부색, 인종,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도란도란 각자가 짊어지고 온 이야기보따리를 하나 둘 풀어놓다 보면,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며 그때의 그 순간만큼은 고향에 있는 오래된 벗보다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인연들이 가깝게 느껴지곤 하기 때문이다.
뭐 하여튼 이렇게 나의 동남아시아에서의 여행은 끝이 났고, 내 여행의 첫 대륙을 나는 포기하지 않고, 좋은 인연들의 도움 덕분에 끝을 맺을 수 있었다. 2달 동안의 여행이 끝나고 난 뒤 나에게 남은 건 2달 동안의 행복한 추억과, 그때를 추억하면 불현듯 떠오르는 인연들, 그리고 손에 쥐어진 5만 원 남짓의 여행경비였다.
그다음 내가 꺼내려하는 여행 이야기는 오직 돈과 나의 목표에 집중하며 달렸던 치열한 호주에서의 여행기... 아니... 생존기에 대해서 적어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