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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짱 Apr 19. 2020

1년 8개월의 기록 <7>-아이슬란드

나도 모르게 아무도 없는 길가에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유럽에서의 다사다난한 경매 스토리가 결국 새드엔딩으로 끝나고,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오로라가 밤하늘을 수놓는 그곳, 대자연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그곳, 아이슬란드로 나는 도망치듯이 떠나게 되었다. 


아이슬란드 : 눈 앞에 보이는 풍경과 자연에 모든 부정적인 것들이 벗겨졌다~! 


아이슬란드의 첫 일주일은, 이전 독일 편에서 소개했던 중학교 친구 녀석도 아이슬란드를 너무 가보고 싶다고 해서 휴가를 내고 나와 약 일주일 동안 동행하게 된다. 아이슬란드의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렌트비, 숙박비, 교통비 그리고 담배... 모든 것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비싸서 역시나 다른 여행자들처럼 정상적인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기에, 나는 또 나만의 여행을 하게 된다. 아이슬란드 1달 반 동안 숙소는 텐트에서, 교통비는 반짝반짝 닦은 엄지손가락만 준비하면 끝나는 히치하이킹으로, 음식은 대형마트에서 가장 싸게 구매한 음식과 캠핑장에서 다른 여행자들이 그다음 여행자들을 위해 남기고 간 음식으로 대체하였다. 결국 나의 아이슬란드 여행 중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항목은 담배였다... 



그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히치하이킹이었다. 나름 건치 쪽은 자신이 있었기에, 최대한 밝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은 하늘로 치솟을 기세로 빳빳하게 추켜올렸으나, 초반에는 차 한 대를 잡기 위해서 기본 1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까지 걸어야 차 한 대가 잡혔다. 다른 여행지에서 그렇게 걸었다면 아마 그냥 교통비가 얼마든 그냥 돈을 냈을 테지만 아이슬란드는 달랐다.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는 말도 안 되는 풍경들이 내가 지쳐있단 사실도 망각하게 만들었고, 때로는 짓궂게 내리는 빗방울들도 그치고 나면 아주 선명한 7색의 무지개로 여러 곳에서 생겨나 몸의 고단함과 노곤함을 금세 잊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정말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Nothern Light(오로라)였다. 



어찌어찌 좋은 사람들 덕에 차를 얻어 타고 야영장에 도착한 뒤, 말끔히 샤워를 하고 지평선 저 너머 선홍빛 노을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 하늘에서 초록색 빛들이 흩날리기 시작하고, 이내 칠흑 같은 어둠에서 오로라가 아슬아슬하게 넘실거리며 아이슬란드의 밤을 물들인다. 그 아래에서 각국의 여행자들과 위스키를 마시다 보면 아이슬란드 럼주와 아이슬란드의 분위기에 취하며 하루가 마무리된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현재 보내는 시간이 혹여나 쓸모가 없으면 어떡하지 불안해했고, 정체성을 찾으려고 시작한 여행길에서 오히려 나의 정체성에 많은 혼란을 겪었었다. 하지만 내가 45일 동안 아이슬란드에서 보낸 시간만으로 내가 여행으로 보내는 시간이 쓸모가 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근심과 걱정은 상당 부분 많이 씻어낼 수 있었다. 20대 초반에 이런 미친 여행을 하지 않으면 내 인생에서 이런 시간들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그리고 내가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이 황홀한 시간은 내 인생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마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확신했다.  



아직도 아이슬란드는 나의 뇌리에 너무나 강력하게 남아있다. 길가에 덩그러니 걷고 있는 나의 앞에 차를 멈춰 세우고 호의를 베풀었던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 캠핑장에서 두런두런 서로의 고민과 여행을 나누며 공감했던 그 시간들, 길을 걷다 무심코 들려오는 김동률의 동행 노래를 듣고 울컥해버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목 놓아 울어버렸던 순간들, 거대한 빙하와 자연 그리고 오로라 앞에서 스스로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던 한낱 나약한 존재로 느껴졌던 순간들... 그 모든 감정의 편린과 순간들이 나에겐 아직도 아이슬란드의 사진을 볼 때면 불현듯 덮쳐와 내 감정을 통제하기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 때가 있다. 

나중에 꼭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미래의 배우자와 다시 한번 아이슬란드를 방문해서 2016년 아이슬란드의 겨울,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 꼭... 꼭~! 


그다음 유럽 여행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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