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웠던 호주 생활 안녕 ~!
호주 생활기 1편에 이어 2편을 적어나가도록 하겠다. 1편 마지막에서 언급했듯이 돈에 눈이 멀어버린 나는 새우잡이 원양어선을 타기 위해서 즉, 만선의 꿈을 안고 호주 서쪽 퍼스라는 도시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프리맨틀이라는 항구도시로 이동했다.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당시 나와 악어농장부터 소공장까지 같이 동행해준 동생(조 00) 역시 이번 일정도 동행하게 되었고, 약 한 달 동안 프리맨틀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3번째 도시 프리맨틀은 시드니, 다윈, 멜버른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는 도시였다.
드 넓은 바다 위에 펼쳐진 요트 선착장과 어선들이 흩뿌려져 있는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며 또 평화로웠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이불 삼아 우리는 곧장 프리맨틀 항구에서 노숙을 하기 시작했다. 그전에 멜버른에서 돈 많이 벌었다면서 왜 노숙을 또 하느냐고?
호주는 게스트하우스나 단기 렌트는 꽤나 비쌌기 때문에 우리 두 외노자는 그 당시 돈이 아까웠고, 또한 뱃일을 하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나가기 때문에 우리 역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기동성 측면에서 노숙을 하였다.
프리맨틀에서의 둘째 날 우리는 본격적으로 배의 선주들에게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고, 정박되어 있는 배가 보이면 무조건 달려가 선원들에게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사실 프리맨틀을 가기 전에 나는 일을 금방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우리는 악어농장, 소공장 등 웬만한 힘든 일을 해본 경력이 있는 나름 몸 쓰는 일에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주들은 우리가 배에서 일한 경력이 없고, 새우 출하시기가 작년보다 미뤄져서 현재는 배를 운항하지 않고 수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항구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 공장, 정박된 어선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일을 구하고 다녔지만, 결국 만선의 꿈은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을 마주했다. 호주에서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무엇이든 한 번에 잘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역시 있었다. 항구 근처에 랍스터 공장이 하나 있었는데, 매일 우리가 항구를 돌아다는 것을 눈여겨본 그리스 사장님이 우리가 불쌍해 보였는지 자기 공장에서 일을 해보라고 제안을 하였고, 이미 만선의 꿈을 접은 우리 둘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고 랍스터 공장에서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자리도 구했겠다, 우리는 단기로 집을 임대하는 대신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다. 랍스터 공장에서 일을 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대만에서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일은 따분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호주 생활의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었다. 내가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는 일본인 몇 명과 나와 그리고 내 동생을 제외하면 다 유럽권 혹은 미국에서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저녁이면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별거 아닌 잡담도 나누고, 같이 저녁을 해 먹고 바닷가에 누워서 빈둥거리는 등 딱히 특별한 건 없었지만, 그 특별할 것 없는 평화로운 일상 자체가 앞만 보고 달려온 나에게는 크나큰 휴식이었고 위안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짧은 생활은 호주에서의 또 다른 삶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던 전환점이었다.
어느새 프리맨틀에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나는 호주에서의 마지막 목표인 그리고 애초에 내가 여행을 떠난 이유인 나중에 거상이 되고자, 조그마한 장사를 해보기로 결심하고 호주 생활의 첫 시작을 알린 시드니로 돌아가게 된다.
5개월 하고 보름 동안 나름 다사다난했던 긴 여정을 마치고 다시 시드니에 돌아왔을 때 나는 바로 집을 구하고 바로 일자리를 구하였다. 돈을 많이 모았지만 일을 안 하고 계속 방값을 지불하고 생활하다 보면 금방 많은 돈을 지출하기 때문에 나는 돈을 모을 목적보다는 최소한 방값과 생활비 정도 벌 수 있을만한 일자리를 구했다.
하지만 나의 주된 목표는 장사를 해보는 것이었기에 시장조사나 장사할 곳을 살피기 위해서는 낮에 일하는 것을 피하다 보니, 결국 새벽청소를 구하게 되었다. 저녁 11시부터 아침 8시까지 나는 걸레자루를 미친 듯이 휘두르며 청소를 하고, 잠깐 눈을 붙인 뒤 일어나서, 시드니의 마켓을 돌아다니며 장사할 장소를 물색하고, 나름의 시장조사를 통해서 물건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시드니에 도착한 지 2주 정도 되었을 무렵, 멜버른에서 일할 당시 안경을 쓰는 주방 형님이 호주에서는 안경이 예쁘지도 않고 딱히 좋지도 않은데 비싸다는 말이 불현듯 떠올랐고, 나는 나의 첫 장사 아이템을 패션 안경테로 정했다. 품목은 정했으니 이제 제품을 소싱만 하면 되는데, 딱히 뭐 아는 게 없으니 한국 인터넷 사이트를 들어가서 가격 조사를 하고 업체에 연락해보는 게 전부였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페이스북에 내가 여행을 하는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결과 운이 좋게도 나의 글을 보고 흥미를 느낀 분이 자기가 아는 지인 중에 중국 이우시장에서 물건을 도 소매하는 분이 있다고 소개를 시켜주었고, 한국에서 알아본 가격에 5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안경테를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호주에서 남아있을 시간에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는 장기 임대를 통해서 장사는 못하는 한계가 있어서 시드니 주말 마켓을 돌아다녀보고 유동인구와 주말 마켓의 인지도를 고려하여 시드니 차이나타운 주말 마켓에 하루 동안 입 접하게 된다. 마켓 대여비, 제품 구입비 등 모든 것을 포함해서 대충 70만 원 정도 들었고, 많은 이익은 남기지 못하였지만 나의 생애 첫 장사는 만족하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장사를 마지막으로 나의 호주 생활은 이루고자 했던 모든 목표를 이루고 끝이 났다. 뭔가 아쉽고, 후회되는 부분도 분명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6개월 동안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정말 열심히 살았기에 홀가분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1년 8개월 동안 많은 국가를 다니며 많은 경험을 해보았지만 아직까지도 호주에서의 생존기를 곱씹을 때면 그때의 감정과 생활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곤 한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된다면 순전히 여행으로 내가 호주에 남겨놓은 발자국을 따라 다시 한번 발맞춰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