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밀리 맨'
즐거운 성탄 보내고 계신가요. 특별한 날을 맞이해 이날에만 소개해드릴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골라봤습니다.
영화 ‘나 홀로 집에’가 개봉된 지 30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영화 중 하나죠?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도 그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역시 고전은 영원한가 봅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개봉한 영화 ‘패밀리 맨’입니다.
월가 최고의 투자 전문 벤처회사 사장 잭 캠벨(니콜라스 케이지 분)은 크리스마스이브 날에도 일하는 일 중독자입니다. 뉴욕 맨해튼에 펜트하우스를 소유하고 있는 건 물론이고 페라리 550M에 2000달러짜리 양복만 걸치는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있죠.
일이 벌어진 건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퇴근길 눈이 오는 거리를 걸을 겸 나선 게 화근이었을까요. 잠시 들린 식료품 가게에서 자신이 복권에 당첨됐다며 당첨금을 요구하는 부랑아 캐쉬(돈 치들 분)를 만나게 되죠. 가게 주인은 캐쉬의 겉모습만 보고 위조한 복권이 아니냐며 거부하는데요. 이에 캐쉬는 총을 꺼냅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잭은 사업가적 수완을 발휘해 ‘자신이 당첨금보다 싸게 살 테니 복권을 팔라’며 회유하는데요. 그러면서 이렇게 살다가는 후회할 거라며 충고 아닌 충고를 건네죠. 캐쉬는 후회 따윈 하지 않는다며 당신은 필요한 게 없냐며 되묻는데요. 갖출 것 다 갖춘 잭에게 그런 게 있을 리 없었죠. 잭의 대답을 들은 캐쉬는 ‘당신이 자초한 겁니다’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집니다. 영문 모를 잭은 집에 돌아가 침대에 몸을 맡기죠.
다음 날 아침, 잭은 배에 올려진 낯선 여자의 머리와 귓가에 들려오는 아기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눈을 뜨자 13년 전 공항에서 헤어졌던 첫사랑 케이트(티아 레오니 분)가 옆에 누워 있고 한 여자아이가 더 어린 아기를 안고 그들의 침대 속으로 파고듭니다.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 잭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를 몰고 자신이 살던 펜트하우스로 향하는데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경비원에게 문전박대당하죠. 회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망연자실한 그의 앞에 페라리 한 대가 섭니다. 운전석에는 어제 만난 캐쉬가 앉아있었는데요. 어떻게 된 영문이냐 묻자 당신에게 다른 인생을 경험해 볼 기회를 준 거라 말하죠. 내가 원하지도 않은 기회라니. 이게 무슨 일이죠? 꿈에서 아직 안 깬 건가요? 이건 크리스마스 악몽이 분명합니다.
하루아침에 가장이 되어버린 잭은 그야말로 멘붕이었습니다. 아이들 아침 식사를 챙겨 학교에 보내고 자신은 장인어른이 운영하는 타이어 가게에 출근해 타이어를 파는 일상. 지금껏 자신이 살아왔던 것과는 180도 다른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죠. 이 와중에 지금 상황이 13년 전 공항에서 케이트를 떠나지 않았더라면 살게 됐을 일상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지금 이 현실에서 벗어날까 궁리하던 그는 점점 이 세계에 적응해 나가는데요. 아기 기저귀 갈아주는 일이나 하루 한 번 반려견 산책시키는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가족들과 함께하는 삶에서 사소한 행복을 느끼죠. 무엇보다도 케이트와 함께하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랑이라는 감정도 깨닫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스토리지만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닐까요. 영화는 자신 혹은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그 달리던 길에서 혹시 잊거나 놓친 것은 없는지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돈과 명예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죠.
지금은 중년이 되어버린 니콜라스 케이지와 티아 레오니의 리즈 시절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캐쉬 역의 돈 치들은 우리가 아는 그 배우가 맞습니다. 아이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제임스 로즈이자 워 머신이요(거리의 부랑아에서 세계를 지키는 군인이 되었다니).
올해도 ‘나홀로 집에’ 해야 하신다면 이번에는 '나홀로 집에' 보다 이 영화와 함께해 보시는 건 어떨지. 어떤 다른 이유보다 서로가 서로의 ‘이유’가 되는 따뜻한 연말이길 바라며.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