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단-외집단, 마인드 셋, 방어기제 주지화, 감정의 감염과 공감
오늘 심리학으로 리뷰할 소설은 최진영 작가님의 <단 한 사람> 입니다
소설의 몇 가지 장면에서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면 좋을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집단 - 외집단, 마인드 셋, 주지화 방어기제, 감정 쓰레기통(정서 전염)
네 가지 주제인데요. 간단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어 소설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고, 해석되는 장면은 내용 중 일부 에피소드라서 전체적인 줄거리의 스포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
* 좋은 소설이기 때문에 심리 분석과 별개로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줄거리
이번에 소개해 드릴 신간 <단 한 사람>은 미수의 다섯 자녀 월화, 일화, 금화, 목화, 목수의 이야기입니다. 월화와 일화는 나이가 비슷해 서로 경쟁하듯 지내며, 목화와 목수는 쌍둥이 막내로 ㅡ둘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금화와 셋이 가깝게 지내죠.
그러던 어느 날 금화가 나무에 깔리는 사고를 당합니다. 목화가 목수에게 금화 곁에 남으라 말하고 어른들을 부르러 간 사이에 나무에 깔렸던 금화는 사라지고, 목수가 대신 나무 밑에 깔려 있는 기이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목화에게는 죽어가는 사람 중 '단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적, 혹은 저주와 같은 능력을 갖게 되죠
내집단- 외집단 편향: 나와 같은 집단에 속해있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나와 다른 집단에 속해있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
내가 언니니까 당연히 대장이지. 쌍둥이는 번갈아 가며 말했다. 그럼 우리는 언니랑 안 놀아. 우리는 우리끼리 놀 거야. 우리도 대장할 수 있어. 금화는 쌍둥이를 가만히 쳐다봤다. 쌍둥이가 '우리'라고 말하는 순간 세 사람 사이에 금이 그어졌고 쌍둥이는 같은 편이었다. (중략) 울지 마, 언니. 미안해, 언니. 우리가 부하 할게. 언니가 대장 해. 금화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혼자인 대장은 싫었다. 함께하는 부하가 좋았다. 금화는 누구하고든 이어지길 원했다. pp.27-28
금화는 어린 시절부터 쌍둥이 동생 목화, 목수와 함께 지내는데요. 자기가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로 모든 역할놀이에서 대장, 선생님처럼 우위의 역할을 맡죠. 그러나 동생들도 점점 자라나면서 반항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라는 표현을 하죠. 그 순간 금화는 목화, 목수와 금이 그어진 느낌을 받습니다.
인간은 소속에 대한 욕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려는 심리가 있죠. 나와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하나로 묶이는 사람들을 '내집단'이라 여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외부인으로 취급하며 '외집단'으로 여깁니다. 여기에 더해 '내집단'에 있는 사람들의 능력이나 외모, 특성 등을 더 우월하게 여기는 '내집단 편향'과 반대로 '외집단'에 있는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무시하고 그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외집단 편향'을 갖기도 합니다.
다수가 모이는 장면에서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순간, 우리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이방인이 됩니다. 그리고 거리를 두게 되지요. 이때 생기는 마음의 벽은 쉽게 허물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한번 선이 그어지면 가까운 관계로 회복하기가 어렵죠. '우리'라는 표현은 서로를 돈독하게 함과 동시에 '우리'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을 배제하는 선이 될 수 있답니다.
고정 마인드셋, 성장 마인드셋 :노력으로 변화할 수 없다는 사고방식과 노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
성적은 일화가 월등해도 머리는 태수가 더 좋지. 일화는 노력형이잖아. 무조건 외우거나 문제를 많이 풀어서 점수를 높이거든. 융통성이 없어. 좀 안타깝지. 고등 교육 들어가면 태수 같은 애들이 치고 올라가잖아. 사회 적응도 훨씬 잘하고. 일화 같은 애들은 한번 좌절하면 끝이야. 어차피 태수 같은 애들한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테니까. (중략) 우연히 들은 그들의 말은 일화를 계속 간섭했다. 노력하는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노력은 비굴한 안간힘이니까. pp.29-30
일화는 노력파입니다.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그렇게 학업에 열심인 와중에, 선생님들이 뒤에서 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됩니다. 성적은 일화가 높지만, 노력형이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결국 나중에는 일화 같은 애들보다 태수처럼 머리가 좋은, 타고난 아이가 성공할 거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은 오랫동안 일화를 괴롭힙니다. 노력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신을 무능한 사람이라고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져 더욱 괴롭죠.
마인드 셋이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사고방식)를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고정 마인드 셋'을, 어떤 사람은 '성장 마인드 셋'을 가지고 있는데요. '고정 마인드 셋'이란 이미 능력과 특성은 결정되어 변하지 않기 때문에 타고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운명이 정해져있다고 믿는 사고방식이고, '성장 마인드 셋'은 노력을 통해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입니다.
'성장 마인드 셋'을 가진 사람은 현재의 결과가 아쉬워도 노력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정 마인드 셋'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실력을 겸비하고 있을 때, 노력하지 않고도 잘 될 거라는 교만한 마음에 실수를 하거나, 실력이 부족할 때는 해도 안된다는 비관적인 마음을 갖게 되지요.
'고정 마인드 셋'의 사람들에게 '노력'은 오히려 실력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노력하지 않거나 노력하는 것을 숨기려 하죠. 소설 속 일화는 노력을 통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고정 마인드 셋'을 가진 선생님들의 마음에 좌절하고 자신의 노력을 숨기게 됩니다.
'고정 마인드 셋'은 자신의 성장 기회를 놓치게 만들기에 변화시켜야 할 사고방식임과 더불어, 그런 사고방식을 통해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게 되는 점에 있어서 경계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노력을 폄하하고 인생을 운명론적으로 말하는 말 한마디가 타인의 삶을 흔들고, 희망을 잃게 만들 수 있음을 알고 주의해야겠습니다. 삶은 나아지고 노력으로 변화합니다. 인간은 성장하는 존재이니까요.
주지화(방어기제) 불안을 직면하지 않고 감정을 배제한 채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어기제
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는 목화는 자기 역할을 중개인이라고 정의했다. 나무와 사람 사이의 중개. 나무가 사람을 살리려고 해도 목화 없이는 살릴 수 없다는 점이 중요했다. 목화는 자기 몫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건조하고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고통이었다. p.99
죽어가는 사람들 중 운명적으로 결정된 '단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목화는 오히려 나머지 사람들을 살릴 수 없다는 생각에 괴로워합니다. 그래서 이 감정을 오히려 배제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자신의 역할에 '중개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몫을 감당하는 데 냉정하게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고통스러운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심리학에서는 불안을 억압하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려는 무의식적 방어기제를 '주지화'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불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억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속에 불안은 항상 잠재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지요.
마음속에 생겨나는 불안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억압하고 숨길 수 없습니다. 오히려 억압하고 숨기려 할수록 더욱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 위해 애쓰지요. 불안을 외면할수록 불안은 더욱 강해집니다. 그래, 나 지금 불안하구나. 충분히 불안할 수 있는 상황이야, 하며 나 자신에게 공감해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불안에 눈 가리고 해결 방안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좌절하고 무너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감정의 전염
걷는 동안 정원이 하는 말은 대개 비슷했다. 피곤해. 힘들어. 죽겠다. 말이 아닌 한숨 같았다. 화를 낼 때도 있었다. 학교 동기들에게, 교수에게, 점수에게, 손님에게,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쌓인 불만과 불평이었지만 그 말을 듣는 대상은 목화여서 마치 목화에게 화를 내는 것만 같았다. p.123
목화는 애인 정원과 함께 지내는 모든 순간이 힘겹습니다. 정원은 늘 부정적인 말을 하기 때문인데요. 피곤하다, 힘들다, 죽겠다는 말로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화를 내기도 하지요. 목화는 그 불평의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만, 결국 그 불평을 듣는 것은 자신이어서 마치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공감을 바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내가 겪은 우울하고 괴로운 이야기에 누군가가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면 풀릴 것 같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말을 들어주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끊임없이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그러나 정서는 전염됩니다. '정서 전염'이라고 부르지요. 행복한 사람 곁에 있으면 행복해지고, 불행한 사람 곁에 있으면 불행해집니다. 두 사람이 관계가 돈독하고 서로에게 깊게 속해있을수록 그 감정의 공유는 더 진해집니다. 그래서 상대가 느낀 고통을 내가 느낀 고통처럼 고스란히 느끼게 됩니다. 자신이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동안, 상대가 그 부정적 감정을 모두 흡수하고 불행해진다는 것입니다.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것이지요.
공감은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공감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공감은 단순히 그렇구나,에서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그 사람의 아픔을 내가 나누어 갖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삶의 지혜를 얻어보세요.
심리학 작가 신고은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