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숙소 이야기 2(라온 b&b사장님은 60세에 제과제빵 자격증을
성수기에 다다른 때 덜컥 3주간의 숙소를 통으로 예약하기란 어려웠다. 뚜벅이 여행자라 교통도 좋아야 하고, 숙소에 화장실과 주방도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으면서 가격이 비싸지 않았으면 했다.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 주세요. 하지만 시간은 넉넉하지는 않아요.”라고 말하는 클라이언트 같다:;; 반성합니다.)
에어비앤비, 아고다, 여기 어때, 야놀자, 호텔스닷컴, 올스테이, 호텔타임, 데일리호텔, 리브애니웨어 등 숙소와 관련된 플랫폼들을 다 들어가 보기도 하고, 네이버 지도에서 숙소를 하나하나 다 눌러서 검색해봤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고다와 네이버 블로그에서 보게 된 라온 b&b. 침구류가 호텔 만큼 편한 곳, 사장님이 깔끔하게 관리해주시는 곳, 가격은 가족 경영으로 합리적인 곳, 화장실 개인실이 있는 곳, 버스정류장이 근처에 있는 곳이었다. 호텔 같지만 합리적인 가격, 첫 숙소로 합격이었다.
계좌이체를 할 경우에 숙박비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문의를 했다. 통영 한 달 살기 숙소는 사업자 등록된 곳에서의 승인번호가 찍힌 카드 영수증 및 현금영수증의 증빙이 필요항 곳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부킹닷컴과 아고다 예약만 가능한 것 같다.)
사장님께서 문자로 답변이 금방 오셨다. 문자에서 느껴지는 친절함에 급박하게 숙소를 잡느라 힘들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사장님이 혼자 운영하고 계셔서 숙소 체크인 시간을 미리 조율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사장님과 처음 마주했는데, 조곤조곤한 말투로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리고 방 안내를 바로 해주셨다. 내가 묵기 바로 전 날 묵었던 손님들이 천연 아로마 기계를 깨고 가서 위험한 것 같다고 한 쪽으로 치워두시겠다고 하셨다.
아로마향이 방 안 곳곳에 은은하게 배어있었고, 미리 에어컨을 켜 두신 덕분에 방 안이 시원했다.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공간감이 더욱 크게 느껴져서 좋았다. 침대가 굉장히 크고 탄탄했다. 덕분에 매일 걸어 다녀도 피로가 누적되지 않고 잘 쉬고 잘 잘 수 있었다. (나중에 궁금해서 침대 매트리스 옆면을 봤는데, 커버 때문에 알 수 없었고, 베개에는 베스트 슬립 상표가 있었다.)
작은 발코니이긴 했지만, 밖의 공간이 또 있는 것이 좋았다. 여름이라 많이 나가지 못했지만 의자에 앉아 있으면 실내공기와는 다른 여름 공기를 혼자서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침대에 아침마다 누워서 바라보는 이 뷰가 가장 좋았는데, 일찍 일어나 아침 루틴으로 음악을 듣는 삶을 살 수 있었다. 말랑말랑한 음악들 사이로 새소리가 함께 섞여서 들린다는 게 참 행복했다. 서울에서의 아침은 덜컹덜컹 거리는 지하철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했는데, 서울과 통영에서 느끼는 차이 중 하나는 ‘소리’이다.
매일 아침 사장님이 커피를 갈아서 내려주셨는데 맛있었다. 곧 이 공간을 활용해서 카페를 여실 거라고 했다. 공간이 비교적 작고 정적인 공간이고, 다기가 구비되어있어 차를 팔아도 좋을 것 같다고 아이디어를 내보기도 했다.
마지막 날에는 사장님의 제과제빵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빵순이인 사장님은 60세에 제과제빵 학원을 다니고 한 번에 시험을 합격하셨다고 했다. 명수옹은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고 했지만, 배움에 늦음은 없는 것 같다.
머핀은 촉촉하고 폭신폭신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단맛이 좋았다. 사장님이 소화가 잘 안 되셔서 건강하면서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신다고 했다.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남의 집 링크를 보내드렸다. 여기서 호스트 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열심히 영업했다.(남의 집 서포터즈는 떨어졌으나, 좋아하는 플랫폼이라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활짝 웃으시면서 본인은 공부하는 게 너무 좋다고, 이거 하려면 또 공부해야겠네요라고 하시는데, 이 태도를 정말 본받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도 육십이 되어서도, 인생을 끊임없이 배우는,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한 달 살기에서 만난 짧은 만남들이 나의 삶의 태도와 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우연한 만남들에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