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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Jul 16. 2022

통영에서 한 달 살기

5화 :  숙소 이야기 4 ( 봉수골의 고즈넉한 숙소, 통 머물다)

숙소에 체크인하기 이틀 전, 숙소 사장님의 문자가 왔다. 통영의 나전칠기, 가죽공방, 스테인드글라스 등의 원데이 클래스 정보와 요트 등 투어 정보, 동네별 맛집 정보, 카페 정보, 숙소로 오는 길과 관련된 안내사항들이었다.


통영에 내려와서 웬만한 정보들은 다 꼼꼼하게 모았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정보들도 아직 많았다. 현지인이 주는 동네 정보는 정말 귀하디 귀한 정보였고, 사장님 덕분에 숙소 체크인 후 동네에서 맛있는 점심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통영의 미륵산 아래 작은 마을, 봉수골의 끝자락에 있는 통(머물다) 게스트하우스의 첫인상은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했다.

파란 대문 너머엔 큰 강아지가 두 마리 있었다. (문 가까이 가면 반가운 나머지 왕왕 할 수 있으니 너무 놀라지 말 것.) 체크인 전에 짐만 맡겨두고 봉수골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다시 체크인하러 갔을 때 만난 아기 강아지. 태어난 지 오래되지 않아(입양 예정) 아직 이름이 없다고 했다. 산책 가기 싫어하는 표정이 어쩜 그렇게 귀엽던지. 어미 강아지 이름은 봄이라고 하셨다.

현관문에서 계단을 반 개 오르면, 주방, 세탁기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용공간이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방문하면 사장님의 정보 수집력에 깜짝 놀라곤 하는데, 여기에서도 꼼꼼히 정리해두신 정보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계단을 한 층 더 올라갔더니 방들이 여러 개 있었다. 작지만 개별 화장실이 방마다 있고, 크고 두툼한 매트리스와 볕이 잘 드는 창문, 곳곳에 걸려있는 서예, 그림, 족자, 장 등의 고미술품들 덕분에 고즈넉한 집안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적당한 공간감, 볕이 잘 드는 큰 창, 개별 화장실, 합리적 가격, 조용한 숙소의 분위기, 깔끔한 침구 관리, 마지막으로 사장님의 찐 정보력 등이 돋보이는 숙소였다.


사장님의 어머님께서 말씀하시길, 봉수골의 가로수는 벚꽃나무여서 봄에 벚꽃잎이 휘날리는 풍광을 볼 수 있어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오래된 동네이지만 깨끗하고 깔끔해서 서울에서 일시적인 삶을 살러 내려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하셨다.


여름의 봉수골은 관광객들이 붐비지 않고, 조용한 동네를 산책하며 녹음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그늘과 햇빛 사이에서 식빵 굽는 고양이들도 만날 수 있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봄날의 미륵산 소풍으로 봉수골 초입의 김선생충무김밥에서 김밥을 사서, 벚꽃길을 따라 용화사 초입으로 들어서서, 미륵산 정상에 올라 맛있게 먹고, 내려오는 길엔 약수탕에서 피로를 풀며 씻고, 통에서 만화책을 읽으면서 푹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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