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솔로, 괴물을 보는 우리 모두
"내가 너 좋아하면 안 되냐!"
글로만 읽어도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봤다면 배우 최민식의 섬뜩한 표정과 함께 대사가 뇌에서 그대로 재생된다.
그리고 일상에서도 저 멘트는 의외로 쉽게 들을 수 있다. 물론 디테일과 상황은 크게 다르다.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범죄 중에 피해자에게 하는 말은 아니지만,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널 이렇게 좋아하는데, 너는 왜?" 같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상대에게 하는 외침은 자주 들린다.
술자리에서 나이 차이 꽤 나보이는 직장 상사가 조카나 자녀뻘인 부하 직원에게 비슷한 말을 하는 경우나 어떤 모임에서 일방적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나 체크 없이 퍼붓는 외침은 자주 보인다.
'고백'은 사실 서로가 ok한 상황에서 확인하는 느낌이 강한데, 이것을 잊고 일단 지른다.
나도 그랬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랬다.
정말 연애하고 싶지만, '사귀면 진짜 잘할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할 줄을 몰랐던 그때 저런 부담스러운 생각과 말을 자주 했다.
10대, 20대 초중반 무렵에 흔히 그랬다.
다들 사랑에 미숙하고 경험이 적은 것이 낯설지 않을 그 나이에는 또 그런 어색함과 부담스러운 외침이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는 용인되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한창 예능 <짝>을 즐겨봤다. 결혼 생각도 없었고 결혼하기에는 이른 시기였지만, 인터넷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보면서 연애에 대해 배우고자 했다.
그렇게 '짝'을 보면서 나도 이런저런 내 연애를 했고 안타까운 사건으로 짝이 종영된 뒤 결혼, 육아 등의 새로운 세계를 마주해서 살고 있다.
그러다가 '짝'의 PD가 새로 연출한 연예 예능 <스트레인저>를 보고 이어서 <나는 솔로>까지 보고 있다.
나이와 관계없이 서로를 알아가고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데이트를 즐기며 연인이 되고 결혼까지 하는 모습은 보기 좋고 흐뭇하다.
하지만 "내가 너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어떻게 네가?!" "왜 내 마음을 안 받아줘?" "현실적으로 나지, 나를 만나야지" 이런 식의 모습은 정반대로 보기 싫다.
괴물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 그 감정에 사로잡혀서 내 마음만 숭고하게 여기고 이것을 귀하게 받들라고 강요하면 그때 누구나 괴물이 된다.
그래서 오늘은 이 문장을 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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