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블 Jun 25. 2020

한참 늦은 봄맞이 대청소

오랜만에 대청소를 했다. 지금 지내는 숙소에 입주한 지는 대략 일 년쯤 되었는데, 처음 입주할 때를 제외하면 가장 대대적인 청소였다.


평소엔 눈에 보이는 곳만 적당히 쓸고 닦는 정도였는데, 이번 청소 때는 장롱과 서랍장처럼 잘 움직이지 않고 바닥과의 간격이 좁아 청소하기 힘들었던 가구들을 모두 들어냈다. 입주할 때 청소한 뒤로 한 번도 손대지 않았던 베란다도 물청소로 바닥의 묵은 먼지들을 씻어내고, 쓰지 않는 옷이나 그릇 등 필요 없는 것들은 모두 버렸다.


덕분에 평소라면 한두 시간이면 끝났을 청소가 다섯 시간이나 걸리게 되었다. 쓰레기도 많이 나와서,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가 6개나 꽉 찰 정도였다. 나름 깔끔하게 사는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입대 전을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에는 내 방 정도는 종종 청소했지만 집안의 다른 부분은 청소한 적이 없었고, 졸업 후에는 재수 준비와 아르바이트 등을 핑계로 그마저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내가 다시 스스로 청소를 하게 된 것은 자대 배치 후 독신자 숙소를 배정받은 때였다. 당시 내가 지냈던 방은 본래 1인 1실로 사용될 방이었지만 부대에 숙소가 부족했던 탓에 선임과 함께 방을 쓰게 되었는데, 같이 지내게 된 선임이 청소에 1도 관심이 없었던 탓에 지저분한 곳에서 지내지 않으려면 청소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이후 시간이 지나 숙소가 바뀌고 혼자 방을 쓰게 되면서,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하니 한동안 다시 청소를 잘하지 않게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내가 지내는 공간이 지저분해질 뿐이니, 결국은 청소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도 귀찮아하는 성격은 어쩔 수가 없어서, 눈에 보이는 부분만 청소하다가 이번에 크게 마음먹고 대청소를 하게 된 것이다.


비록 예상보다 훨씬 힘들고 오래 걸린 청소였지만, 끝내고 나니 확실히 뿌듯하긴 했다. 그런데 이걸 또 핑계로 2주 정도는 청소를 안 할 것 같다. 어차피 먼지는 청소를 끝낸 순간부터 다시 쌓이는 건데,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몸은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언제쯤 이 성격이 고쳐질는지 모를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빈둥빈둥 보내는 휴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