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블 Oct 01. 2020

다짐의 가벼움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4년 전부터 체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본래 입대 전까지 체중이 60kg대를 넘어본 적이 없었는데, 17년쯤에 체중이 70kg대로 올라오더니 이후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하여 19년 말쯤에는 86kg를 넘게 되었다.


생전 처음 20kg가 넘는 체중 증가를 경험한 결과,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입대 전에 입던 옷들 대부분은 입기 어려워졌고, 전투복도 매해 사이즈를 바꾸어 새로 구입해야 했다. 체력테스트도 해가 갈수록 힘들어졌다.


왜 이렇게 살이 쪘느냐고 하면, 업무 스트레스 라던지 변명거리는 많이 있다. 하지만 내 몸은 그 변명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급격한 체중 증가의 여파로 내 몸은 지방간 증세와 가벼운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증세를 보였다. 혈액검사를 할 때마다 수직 상승한 간수치가 나를 노려보는 듯했다.


결국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심각한 의지박약이라는 것이다. 사실 다이어트를 처음 생각한 게 이미 17년부터였는데, 앞서 말했듯이 내 몸무게가 최고점을 찍은 건 19년 말이었다.


내가 살면서 이 정도로 의지박약을 체감한 적이 있었을까? 전날 야식을 먹을 때만 해도 다음날은 저녁때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한 것이 수백 번, 과자나 탄산음료 등 군것질을 잔뜩 하면서 내일부터는 군것질 끊어야지 라고 생각한 것도 수백 번이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으레 다음날 다시 시작할 것을 다짐하며 눈앞의 음식에 손을 뻗었다.


그나마 내가 조금이나마 다이어트에 대해 진지해진 것은 올해 들어서였다. 86kg를 넘었던 체중은 장장 10개월여 만에 76kg까지 내려왔다. 비만도도 비만에서 과체중으로 한 단계 내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정상체중과는 거리가 먼 만큼 나 자신과의 싸움은 계속된다. 그리고 내 의지는 매일매일 시험받는다. 이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빨리 살을 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철저한 식단 조절이 필요하지만 정작 음식 앞에서는 그 다짐이 항상 흔들린다. 언제쯤이면 이 어리석음의 반복을 그만둘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의미 없는 질문을 던져본다.



작가의 이전글 비 내리는 모습 속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