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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Jul 12. 2019

Hello! 첫번째 집,하우스 메이트들

낯선 집, 낯선 사람들.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진짜 이것도 적고 저것도 적고 했던 나의 다짐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사는 게 바빴어도 글 적을 시간 정도는 있었는데..

브런치는 블로그보다 뭔가 더 전문적이게 적어야 할 것만 같고 그래서 정말 일기용으로 쓰는 블로그에만 (요즘은 또 잘 안 적지만) 글을 쓰다 보니 브런치와 더더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들어온 브런치 어플. 가끔이지만 달리는 댓글과 독자님들을 보고 또 내가 적었던 글을 보며,

'아 다시 적어야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다시 힘을 나게 하는 것도 다른 사람을 보면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보며 느낄 수 있지만 과거의 나 자신의 다짐이나 생각들을 보면 동기부여가 다시 더 잘 되는 것 같다!

거창하진 않아도 다시 가볍게라도 꾸준히 써보아야지.









몇 번의 집 인스펙션을 다녀온 뒤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을 골랐다.

새 집이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가격이나 위치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방에 있던 큰 창문도 마음에 들어 바로 결정을 했고 마스터도 흔쾌히 수락을 해주어 마음에 드는 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집에는 방이 총 3개로 콜롬비아 친구 1명과 한국인 2명과 일본인 1명과 마스터가 살고 있었다.

마스터는 자기도 여기 살긴 하는데 집에 거의 없다며 걱정 말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말했다.

호주에 온 지 1주일도 안된 순진한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하지만 웬걸 매일매일 심하면 하루 종일 식탁에 앉아서 과제를 하고 있어서 참 불편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느끼지 못했지만 차츰차츰 느끼게 되어 큰 사건도 있었다.




생각보다 집을 일찍 구해서 미리 짐을 옮겨두기로 했다.

일단 가장 큰 캐리어를 옮기기로 마음을 먹고 씨티에서 사우스뱅크까지 걸어서 이사를 했다.

걸어서 20분이길래 할만하다고 생각하고 큰 캐리어를 질질 끌으며 좁고 북적이는 시티 길을 지나 햇살이 가장 강한 빅토리아 브릿지를 건너 씨티와는 또 다른 분위기인 사우스 뱅크라는 동네에 도착했다.

그렇게 방에 나의 짐을 두고 다음 날 나는 작은 캐리어만 들고 가볍게 이사할 수 있었다.

내가 방에 도착했을 땐 나의 첫 룸메이트인 일본인은 시드니 여행 중이라 며칠 동안 만날 수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일본인의 이미지와 맞게 이불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으며 잠옷도 가지런히 정리된 침구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섬 주섬 나도 내 짐을 풀고 밀렸던 빨래를 하며 나의 첫 보금자리를 정리했다.

그 날밤 혼자 잠을 자려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때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새삼 내가 어디에 와있는지, 여긴 어딘지, 모든 게 낯선 기분이 들었다.

한국과 약 8,000km가 떨어져 있고 며칠 전까지 봤던 나의 가족들, 나의 친구들은 볼 수도 없고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도 없었던 날들에 막연한 두려움과 모든 게 낯선 기분, 한국에 대한 생각에 들어 쉽게 잠이 들 지 않았던 첫 나의 방에서 첫 날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며칠 뒤, 시드니에서 돌아온 나의 룸메. (이제 이름도 기억이 안 나지만)

작고 마르고 아담한 친구였다. 워킹홀리데이로 와있으며 시스집에서 일을 하고 호주인 남자친구가 있었다.

나는 정말 잘 지내고 보고 싶어 처음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최대한 착하게 대해주고 했지만,

나랑 말할 땐 분명 웃고 있는데 말이 끝나자마자 변하는 표정과 절대 나한테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행동으로 내 마음에서도 멀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굿 모닝도 나갈 때 씨유 조차 안 했던 나의 첫 룸메..

하지만 내가 말을 걸면 다시 친절한 얼굴로 대답을 해주고 말을 해주던 이상한 행동들. 적응할 시간도 없이 걔는 친한 친구랑 살게 되었다며 이사를 가버렸다.

그리고 다음으로 들어온 두 번째 룸메!

대만인이었으며 이름은 카우였다. 나이는 23? 22?살. 외국에 살다 보니 나이는 자연스레 중요한 게 되지 않았다.

한번 실패했던 룸메 경험으로 이번에는 정말 잘 지내보고 싶었다.

첫날부터 나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주었던 카우.

따뜻한 차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카우가 주는 따뜻한 차와 밀크티는 거절하지 않고 항상 함께 마셨다.

처음 룸메와는 달리 약간 너저분하게 사는 스타일 었는데, 내가 룸메라고 해서 치워라 말아라 할 수 없어서 자기만의 공간에서 어지럽히는 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다.

종종 내가 청소를 하며  청소기를 돌려주긴 했지만, 이게 또 큰 사건이 될지는 그땐 몰랐다.

며칠을 함께 잠을 자고 일어나니 자연스레 가까워졌으며, 시시콜콜한 얘기도 연애사도 가족 얘기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옆 방에 사는 까를로스와 아론.

까를로스는 콜롬비아인이 었으며 항상 흥이 많고 장난 많고 수염도 많았다.

남미 사람들답게 정말 흥이 많고 장난도 많고 종종 약간 무례하기도 하고? 그랬다.

자기가 쉬는 날이면 스피커로 남미 노래를 틀어 자기만의 흥에 취해 있었다.

장난도 많았다. 나를 보면 항상 장난을 치고 가끔 도가 지나쳐서 내가 하지 마라고 정색하게 만들었던 남미 친구.

수염도 많아서 세면대에는 항상 면도하고 떨어진 턱수염들이 있었다.

내가 한식을 만들 때면 가끔 나눠주기도 하고 깔로스도 남미 음식을 해서 나에게 주기도 하며 잘 지냈다.

마지막에 나에게 자꾸 내 배를 만지며 "제나 살 빼야 해"라고 만날 때마다 말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나의 콜롬비아인의 인식을 나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 한국인이라 훨씬 소통도 편하고 더 깊은 얘기도 할 수 있어서 편했다.

궁금한 것도 더 많이 물어보고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역시 한국인들이 제일 편하긴 했다. 말할 때만.




이렇게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나의 첫 집!

처음에는 마냥 내가 콜롬비안인과 살다니! 내 룸메가 일본이라니! 대만이라니!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사는 것도 처음이었고 쉐어 하우스에 들어간 것도 처음이라 모든 게 새롭게 설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불편함이 있을지는 꿈에도 알지 못한 채.




좋은 시간




젤 맘에 들었던 큰 창문


방에서 보이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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