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28(월)
아이들과 월드컵 경기를 한 번 같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윤이는 조금 관심이 덜 할 지 몰라도 시윤이는 엄청 좋아할 것 같았다. 게다가 아이들이 못 볼 시간도 아니었다. 다만 다 보고 자면 너무 피곤할 만한 시간이기도 했다. 어제 아이들에게 조건을 걸었다.
“축구를 같이 보고 싶으면 내일 낮잠을 꼭 자. 그러면 같이 볼 수 있어”
미지수였다. 과연 아이들이 낮잠을 잘 것인지. 처치홈스쿨을 하는 날이었다. 소윤이는 낮잠을 잘 가능성이 거의 0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서윤이와 시윤이만 자지 않을까 싶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소윤이가 매우 슬퍼하는 건 당연했고, 마음의 준비(소윤이의 울음과 슬픔에 대해)를 하고 있었다.
“잠을 못 자거나 안 자는 게 잘못은 아니야. 그냥 낮잠을 안 자면 너무 피곤해서 볼 수 없는 거니까 낮잠 안 자고 못 봐서 속상하다고 울고 그러지 마”
난 늦게 집에 왔다. 아내가 진작부터 저녁을 준비해서 기다렸는데 그것보다 한참 뒤에 왔다. 집에 막 도착했을 때는 아이들이 한창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릇에 남은 게 없어서 거의 다 먹은 줄 알았는데 내가 오고 나서도 몇 그릇을 더 먹었다. 볼 때마다 놀랍다. 특히 시윤이의 식성이.
“애들 낮잠 잤어?”
“네. 다 자긴 했어요”
‘긴’이라는 단어가 많은 걸 담고 있었다. 소윤이는 한 10분도 안 잤다고 했다. 그게 잔 건가 싶을지도 모르지만 아내의 말에 의하면 ‘확실히’ 잠이 들긴 했다고 했다. 소윤이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반드시 축구를 보겠다는, 혹은 축구는 관심이 없어도 늦게까지 자지 않고 놀겠다는. 시윤이와 서윤이는 확실히 잤고.
아무튼 다 함께 축구를 보기로 했다. 팝콘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소윤이가 카라멜 팝콘을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설탕까지 녹여가며 신경 쓸 겨를은 없어서 그냥 기본 팝콘으로 만들었다. 막상 나는 더 해야 할 일이 남아서 소파에 앉아 작업을 하면서 보게 됐다. 노트북을 내가 써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아이패드로 봐야 했다. 다소 답답했지만 볼 만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의외로 잘 봤다. ‘잘’ 봤다는 건, 집중도 잘 하고 경기 흐름도 잘 파악하고, 진짜 축구를 보는 느낌이었다는 말이다. 마음 졸여야 할 때 함께 마음 졸이고, 기뻐할 때 함께 기뻐했다. 신기했다. 사실 전혀 흐름 파악을 못할 줄 알았는데. 올해 시윤이와 축구장에 못 간 게 더욱 아쉬웠다. 소윤이는 다소 의외였다. 평소에도 공으로 하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점점 스포츠에 관심과 흥미를 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잘 봤다. 서윤이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계속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팝콘을 먹었다. 그나마 팝콘 덕분에 재밌었을 거다. 경기가 거의 다 끝날 즈음에는 졸렸는지 계속 바닥을 뒹굴었다.
2시간을 무사히 완주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몰입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