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27(주일)
오후 예배가 없었다. 목장 모임도 없었고 성경 공부도 없었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마치 ‘안식 주일’과 같은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점심 먹고 잠시 회의가 있었는데 잠시가 아니었다. 꽤 오래 걸렸다. 회의가 끝나고 나왔을 때는 많은 사람이 돌아가고 없었다.
“아빠. 바로 집으로 갈 거에여?”
사실 나도 바로 집으로 가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어딘가로 바람을 쐬러 가고 싶기는 했는데 한편으로는 그냥 쉬고 싶기도 했다. 고민하는 나와 달리 소윤이와 시윤이의 마음은 강렬했다. 일단 어디든 가기로 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서너 곳의 후보지를 얘기했다. 시윤이는 어제 갔던 곳도 상관이 없다고 했고(거기가 좋다고 했다), 소윤이는 어제 갔던 곳은 지겨우니 다른 곳을 가자고 했다. 둘이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잘 조율해서 한 곳을 정했다.
강변에 가기로 했다. 다소 날씨가 쌀쌀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바깥 활동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서윤이는 강변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잠들었다. 덕분에 다소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앞선 생각이었다. 유모차에 옮겼을 때도 괜찮았는데 적당히 넓은 공터를 찾아 자리를 잡자마자 깼다.
소윤이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탔다. 시윤이는 나와 공놀이를 했고, 아내는 주로 서윤이를 맡았다. 시윤이는 꽤 오랫동안 공을 가지고 놀았다. 처음에는 야구를 했고 그 다음에는 축구를 했다. 뿌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아들도 좋아한다는 게 생각 이상으로 기분이 좋다. 소윤이는 점점 내가 함께하기 어려운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십자수, 뜨개질 같은 것들.
소윤이가 좀 심심해 보이긴 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혼자 잘 타기도 했고 난 시윤이, 아내는 서윤이와 함께 있다 보니 소윤이만 혼자 있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한 바퀴를 빙 돌고 오기를 몇 번 반복했다. 외로워 보였다. 그래도 오늘은 시윤이가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서 소윤이에게 따로 가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소윤이도 자꾸 아내와 서윤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서윤이도 킥보드를 타고 있었고 소윤이도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있어서 위험했기 때문에 몇 번을 제지했다. 그래도 계속 왔다. 내가 좀 차갑게 얘기했더니 빈정이 상했는지 의자에 앉아서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쯤에서 내가 살갑게 잘 위로를 했으면 됐을 텐데, 난 거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왜 그렇게 뾰로통하게 앉아 있느냐고, 그렇게 앉아 있다가 시간이 되면 그냥 가야 한다고 하면서. 결국 아내가 소윤이에게 가서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고 소윤이와 함께 놀았다.
해가 지니 쌀쌀한 걸 넘어서 추웠다. 적잖이 놀았으니 정리하고 가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서윤이가 외쳤다.
“엄마. 쉬 마려워여어”
아내는 서윤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화장실을 향해 뛰었다.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 해도 거의 다 넘어갔고.
저녁을 밖에서 먹고 싶은 강력한 충동을 느꼈지만 그냥 집에 가서 먹기로 했다. 밖에서 먹는 건 또 그것 나름대로 피곤하고 돈도 들고 귀가도 늦어지고. 집에 마땅히 먹을 게 없다는 게 최대의 장벽이었지만, 냉장고에 있는 걸 잘 털어 보기로 했다.
어제 교회에서 싸 가지고 온 떡볶이와 닭볶음탕을 꺼내서 먹었다. 아이들이 먹기에는 좀 매워서 아이들 반찬으로는 역시 교회에서 가지고 온 생배추와 쌈장, 남은 소불고기를 줬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세상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남은 반찬을 털어서 먹었다는 뿌듯함까지 더해졌다.
아이들은 밥을 많이 먹고 과일까지 잔뜩 먹었다. 아내가 과일을 꺼내는 걸 보고
‘저렇게 많이 꺼내나. 남을 거 같은데’
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잘못된 예상이었다. 한 접시를 수북하게 깎아 놓은 걸 다 먹어치웠다. 다음 토요일에는 일이 있어서 나가야 한다고 했더니 시윤이가 물었다.
“아빠. 왜 토요일인데 일을 해여?”
“왜긴. 너네가 이렇게 과일을 잘 먹으니까 그렇지”
“네? 과일을 잘 먹는 거랑 일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여?”
사실 과일은 부모님들이 사 주신 거라, 나의 노동과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시간을 보내다 먼저 침대에 누웠다. 아내는 세탁기와 건조기에 있는 빨래를 마저 처리하고 들어온다고 했는데, 아내를 기다리다 먼저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