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26(토)
오랜만에 축구를 하고 왔다. 걱정이 되고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그게 축구 자체를 향한 욕구를 앞서지는 못했다. 어제 꽤 늦게 자서 아침에 일어날 때 고통스러웠지만 마치 평일에 일을 하러 갈 때처럼, 굳은 의지로 일어났다. 엄청 오래된 줄 알았는데 고작 2개월 남짓이었다. 그래도 2년 만인 듯한 기분이었다. 너무 좋았다.
집에 오자마자 곧바로 씻고 나가야 했다. 하루 종일 교회에서 많은 일들이 예정되어 있었다. 우선 노방전도를 하러 가야 했다. 내가 좀 빠듯하게 돌아와서 아내만 먼저 출발하라고 했는데 아내가 아이들도 모두 데리고 갔다. 아내는 세탁기를 돌리고 있으니 그게 끝나면 빨랫감을 건조기로 옮겨 달라고 했다. 간밤에 소윤이가 이불에 실례를 하는 바람에 거대한 이불 빨래가 생겨났다.
처음 시간을 확인했을 때 6분이었는데 한참 지나고 확인해도 6분이었다. 뭔가 이상했다. 이불 빨래의 양이 너무 많아서 과부하가 걸린 느낌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영어로 표기가 되어 있었다. 직감적으로 뭔가 오류가 났다는 걸 느꼈지만 일단 아내가 얘기한 대로 이불을 꺼내서 건조기로 옮겼다. 그 중에 방수 패드는 베란다에 널어 놓으라고 했는데 물이 너무 뚝뚝 떨어져서 도저히 널 수가 없었다. 화장실로 옮겨서 널었다.
교회에 있던 아내와 아이들은 노방전도 장소로 옮긴다고 했다. 가는 길에 잠깐 집에 들른다고 했다. 세탁 전문가인 아내가 와서 상황을 살폈다. 난 차에 가서 아이들과 아내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다. 결국 노방전도가 거의 끝날 때 쯤 합류했다. 다시 교회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어른들은 라면과 김밥, 자녀들은 김밥. 서윤이가 먹기에는 좀 컸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알아서 잘 먹었고 서윤이는 내가 옆에 앉아서 먹여줬다. 먹여줘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는 잘 먹었다.
아내가 속한 여전도회에서 내일 점심을 만들어야 했다. 아내들이 점심을 만드는 동안 아빠들은 자녀들을 데리고 근처에 있는 대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자녀들이 꽤 많았다. 아빠 넷에 자녀만 열한 명 정도였나 보다. 줄넘기, 공, 방망이 등을 다양하게 챙겨갔다. 도착하자마자 긴 줄을 가지고 단체줄넘기를 했다. 다들 의욕은 넘쳤으나 실력은 천차만별이었다. 단체로는 오늘이 가도록 한 개를 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순서를 정해서 한 사람씩 해 보기로 했다. 거기 있던 다른 자녀들(우리 무리가 아닌)도 와서 관심을 보였다. 걔네도 같이 껴서 했다. 엄청 좋아했다. 부모님들도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서윤이는 운동장에 갈 때 유모차에서 잠들었다. 잠들었다기 보다는 강력하게 재웠다.
“서윤아. 지금 얼른 유모차에서 자야 이따 운동장에 가서 재밌게 놀지. 얼른 자?”
줄넘기도 하고, 축구도 하고, 야구도 했다. 서윤이는 계속 잤다. 운동장에서 다시 교회로 돌아와서도 계속 잤다. 거의 두 시간 넘게. 깬 서윤이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 나에게 얘기했다.
“아빠. 공원에 간다면서여어. 왜 안 가여어어?”
“서윤아. 우리 공원 갔다 왔어”
“네?”
서윤이에게 조금 미안했지만, 다행히 서윤이가 크게 속상해 하지는 않았다.
아내들은 여전히 내일 점심 준비에 열심이었다. 난 피로가 몰려왔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축구도 하고, 아이들하고 찬바람 맞으며 시간을 보낸 덕분이었다. 어디 푹신한 곳에 누우면 눈을 감자마자 잠들 것 같았다.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해도 졸음이 쏟아졌다. 점심 준비를 마친 아내들은, 성탄 장식도 해야 한다고 했다. 자녀들은 알아서 잘 놀았기 때문에 특별히 더 힘들고 그러지는 않았다. 자녀들의 상태와 상관없이 그저 피곤할 뿐이었다.
긴 여정이 끝나고 드디어 귀가시간이 됐는데, 저녁을 먹고 가라는 제안을 받았다. 권사님이 닭볶음탕과 떡볶이, 김치찌개를 만드셨다고 했다. 고민의 여지가 없는 제안이었다. 감사히 먹고 가기로 했다. 자녀들이 먹을 음식이나 반찬이 없기는 했다. 자녀들에게 조미된 김을 한 봉지씩 나눠줬다. 매운 걸 먹는 게 가능한 자녀들은 닭볶음탕과 떡볶이도 먹었다. 소윤이는 떡을 몇 개 먹었고, 시윤이는 아예 시도를 안 했다. 서윤이는 아내가 옆에 두고 먹여서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비슷했을 거다.
집에 오면서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씩 샀다. 엄청 피곤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느낌을 완전히, 제대로 이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모두 샤워를 해야 했다. 아내가 부지런히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생명을 잃어가는 해산물처럼 소파에 널브러졌다. 샤워 준비를 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며 ‘내가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그대로였다. 그러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화장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각성을 했다.
“여보. 내가 씻길 게”
마음을 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아이들을 씻겨 놓으면 언제나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모두 눕히고 식탁에 앉아서 노트북을 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한 마리의 병든 닭이 되었다. 어쩜 그리 피곤하고 졸리던지.
절대 아침 축구 때문은 아닐 거다. 아니, 아니다. 앞으로도 축구는 나의 주말 피로에 조금도 영향이 없을 거다. 오히려 도움이 되면 모를까.
(여보. 나 축구한다고 주말에 더 피곤하거나 그러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