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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컬리 Feb 18. 2024

엄마가 가르친 대로 하는건데?

나르시시즘 엄마에게서 40년만에 벗어나기(3)

친구들과 일년에 한번씩은 여행을 다니는 엄마  

전국 곳곳을 다니기도 하고, 가끔 해외를 다녀오기도 한다. 


여행에서 기분상한 일이 있었나보다 

'우리 새끼들은 여행가 있는데도 전화를 한통 안하노?'

라고 날카롭고 짜증섞인 말을 꺼낸다

여기서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 자기연민으로

'자식 키워 아무 소용없다', '내가 죽어야 한다'라는 레퍼토리까지 울며 달려갈거고

그러면 자식들은 엄마를 달래기 위해 잘못했다고 싹싹빌며

죄책감을 옴팡 뒤집어 써야하는 것이다..


늘 하던대로 했다간 안 된다는 생각에, 좀 강하게 나가보기로 했다.

'엄마도 내가 여행가고 친구들 만나 집에 늦게 와도 연락 안했잖아'

'친구들이 나보러 내놓은 자식이라고, 밤늦게 들어가도 전화 안 온다고 속상해하니까, 

 딸을 믿으니까 전화 안하는 거라고, 그게 좋은거라고 날 가르쳤잖아'

'엄마가 그렇게 키웠으면서, 전화 안하는게 믿는거라고 해놓고, 전화는 왜 기다리는 거야?'  


순간. 엄마는 반박하지 못했다.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엄마는 내가 어딜가도, 늦은밤 귀가해도, 절대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각성은 엄마가 늘 걷던 그 길, 

자기연민에 빠져 '나쁜 자식'을 만들고야 말던 그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했다..

그것은 곧 자신이 '나쁜 엄마'였음을 인정하는 게 되니 말이다. 

그 후로 전화를 안해 섭섭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이게 이토록 통쾌할 일인가. 싶지만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죄책감을 뒤짚어 쓰지 않게 되어 

엄마가 그래도 자신이 한 말은 기억하고 있어주어

너무 너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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