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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컬리 Mar 26. 2020

봄이 오는 날, 냉이 (3/14)

괴산에서 맞이하는 봄

2020.3.14 냉이를 캤다

아직 따스한 온기는 내려오지 않는 그런 봄날이었다 

햇살은 내리쬐나, 찬 바람에 겨울외투를 두툼이 챙겨입고 마당 한켠에 담장을 쌓고 있었다

어릴적 우리집을 지을때, 어른 두분이 합을 맞춰 벽돌쌓는 것을 재밌게 지켜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주인장이 시키는대로 벽돌과 벽돌사이에 시멘트를 집어넣고 있었다 


그러다, 담장너머의 바로 아래쪽에 냉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가 냉이밭이구나~ 

냉이란 나물은 잎들이 모두 땅에 바짝 붙어 자라는데다가 푸른색을 살짝 감추며 흙빛의 붉은 색을 띄고 있어, 자세히 관찰을 해야 보이기 시작한다. 한번 보이기 시작하면 주위에 있는 모든 냉이들이 나 여깄다 하고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마치 보물을 발견하기라도 한듯 짜릿한 흥분감을 준다.


그러면 캐고 싶어 안달이 나는데. 몸체보다 뿌리가 길고 땅의 표면에 바짝 붙어있기에 호미가 없이 캐기란 쉽지 않다. 얼른 마당으로 달려가 호미와 바구니를 챙겨 자리를 잡고 캐기 시작한다. 잎이 다치지 않고 땅속에 박힌 뿌리가 끊기지 않도록 냉이의 측면을 열심히 호미질 한다. 어느정도 호미질을 하고 나면, 그때부턴 손으로 뿌리부분을 살살 골라내어 위로 잡아당긴다. 흙을 벗어내고 늘씬한 자태를 뽐내는 냉이를 손에 들고, 흙을 탈탈 털어내면 짙고 순한 향기가 올라온다. 





냉이된장국과 함께한 밥상

우리는 언젠가, 지칭개라는 아이를 만난적이 있다

봄날, 저수지의 뒷산을 열심히 탐색하고 하산 하던 날, 마을 어귀에서 만난 나물. 냉이 특유의 붉은 기운이 전혀 없었음에도 냉이를 몰랐던 우리는, 모양새가 비슷하여 열심히 캐서 된장찌개를 끓이는 데까지 다다랐다.

맛을 본다고 한숟갈을 먼저 뜬 친구가, 악! 써. 소리를 지르고 뱉어내고 입을 헹구고.  

얼마나 쓰면, 악 소리가 날까. 따라 한 술을 떠보았고 우린 모두 그렇게 함께 지칭개를 욕하며,

된장국을 갖다 버렸다. 그렇게 냉이를 알기전 지칭개를 먼저 알아버렸고, 냉이를 보면 쓴맛의 충격을 안겨준 지칭개가 함께 떠오른다. 





지칭개의 충격으로,  정확히 냉이를 구별해 낼 줄 알게 되었고, 된장국 또한 먹을만하게 끓여낸다

된장을 적당히 풀어낸 물에, 있는 채소들을 썰어 넣은 후(나는 된장엔 고추를 꼭 넣는다), 마지막에 냉이를 넣으면 된다. 저절로 구수한 시골된장찌개가 만들어진다 

아직 찬 기운이 서린 봄을 알려주는 맛. 


이 소박한 밥상으로 배를 두둑히 채운 후 우린 또 벽돌을 쌓는다. 칼바람이 차지만, 몸을 움직이고 싶으니까.

집을 가꾸고 돌보는 정도의 적당한 몸놀림이 필요하니까. 일부러 일거리를 찾는다. 

냉이를 캐면서, 이제 다음은 쑥이고, 그다음은 두릅이다. 두릅이 올라올 때를 소중히 기다린다. 

그렇게 벽돌을 쌓고, 냉이를 캐고. 밥을 하고. 불을 피우고. 술을 마신다.

 


 


담장의 줄눈을 확인하는중, 빠진게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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