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필 무렵
4월 세째 주말.
아직은 봄이라기엔 쌀쌀하여, 두툼한 외투를 걸치지 않고 나서기 망설여지는 시기.
날이 좋아 햇살이 내리쬐면 아 이제 드디어 봄이왔구나 싶을만한 온기를 느낄수 있는 그런 시기.
배꽃이 활짝 필 무렵이다.
아지트를 둘러싸고 있는 배밭들에 예쁜 꽃이 활짝 피면, 우리들은 친구들을 초대해 배꽃을 향유한다
열심히 농사짓고 가꾸는 이는 따로 있지만, 지리적 자연의 순리니까, 우린 향유만 할 수 있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야하니 조용히 모였다.
오랜만에 찾은 아지트 마당에는 달래, 쑥, 민들레가 잔뜩이다
뜻밖의 선물처럼 주어진 재료들에 신이나서 열심히 채취한다.
쑥전, 쑥국, 달래장, 민들레 샐러드가 식탁에 올랐다
이틀동안 매 끼니마다 식탁에 오른건 달래장. 달래를 넣고 간장을 만들었더니 어찌나 맛난지.
민들레샐러드는 먹다보니 쓴맛은 약해지고, 달고 쌉싸름함이 갈수록 살아난다
가장 쉽게 많이 채취할 수 있는 것은 쑥. 제일 만만한 재료다
정말 소중히 기다리고 있는 두릅은 이제막 살포시 얼굴을 내밀었다.
소중히 기다린다. 좋았던 두릅과의 만남을 기억하면서.
일요일 비다. 전날 심은 매실 묘목(장에서 6천원 구입)과 감자, 옥수수들이 잘 크려나 보다.
밭을 만들고 씨앗을 뿌린 보람이 있게, 비가 쑥쑥 온다
대구로 오는 길. 신기하게도 고속도로가 문경에 들어설즈음 비가 폭우로 돌변하는 지점이 있다. 늘 비슷한 지점, 폭우가 쏟아져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그런 지점. 속도를 줄이고 비상등을 켜고, 살아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해 퍼덕이는 와이퍼. 아찔한 순간들.
다행히도 그 지점을 통과하면, 다시 폭우는 비가 된다. 와이퍼도 편히 움직이며 안심한다.
그렇게 박진감 넘치는 빗길속 여정의 끝.
동대구 톨게이트로 들어설때면 비는 멎고 내린 창으로 느껴지는 이 상쾌한 공기.
거기가 있으니, 여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