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컬리 Apr 20. 2020

봄의 향연

배꽃필 무렵

4월 세째 주말. 

아직은 봄이라기엔 쌀쌀하여, 두툼한 외투를 걸치지 않고 나서기 망설여지는 시기. 

날이 좋아 햇살이 내리쬐면 아 이제 드디어 봄이왔구나 싶을만한 온기를 느낄수 있는 그런 시기.

배꽃이 활짝 필 무렵이다.  

아지트를 둘러싸고 있는 배밭들에 예쁜 꽃이 활짝 피면, 우리들은 친구들을 초대해 배꽃을 향유한다

열심히 농사짓고 가꾸는 이는 따로 있지만, 지리적 자연의 순리니까, 우린 향유만 할 수 있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야하니 조용히 모였다.  

봄이 주는 자연의 선물로 마련한 밥상

오랜만에 찾은 아지트 마당에는 달래, 쑥, 민들레가 잔뜩이다 

뜻밖의 선물처럼 주어진 재료들에 신이나서 열심히 채취한다. 

쑥전, 쑥국, 달래장, 민들레 샐러드가 식탁에 올랐다

 

이틀동안 매 끼니마다 식탁에 오른건 달래장. 달래를 넣고 간장을 만들었더니 어찌나 맛난지.  

민들레샐러드는 먹다보니 쓴맛은 약해지고, 달고 쌉싸름함이 갈수록 살아난다

가장 쉽게 많이 채취할 수 있는 것은 쑥. 제일 만만한 재료다  


정말 소중히 기다리고 있는 두릅은 이제막 살포시 얼굴을 내밀었다.   

소중히 기다린다. 좋았던 두릅과의 만남을 기억하면서.  


일요일 비다. 전날 심은 매실 묘목(장에서 6천원 구입)과 감자, 옥수수들이 잘 크려나 보다. 

밭을 만들고 씨앗을 뿌린 보람이 있게, 비가 쑥쑥 온다  


대구로 오는 길. 신기하게도 고속도로가 문경에 들어설즈음 비가 폭우로 돌변하는 지점이 있다.  늘 비슷한 지점, 폭우가 쏟아져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그런 지점. 속도를 줄이고 비상등을 켜고, 살아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해 퍼덕이는 와이퍼. 아찔한 순간들. 

다행히도 그 지점을 통과하면, 다시 폭우는 비가 된다. 와이퍼도 편히 움직이며 안심한다. 

그렇게 박진감 넘치는 빗길속 여정의 끝. 

동대구 톨게이트로 들어설때면 비는 멎고 내린 창으로 느껴지는 이 상쾌한 공기. 

거기가 있으니, 여기가 좋다.  









작가의 이전글 봄이 오는 날, 냉이 (3/1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