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현욱 Feb 28. 2019

아빠의 칭찬

직장인 아빠 육아 팁

아빠의 칭찬 / 출처 : istock.com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라는 책 이름처럼 우리 아빠 엄마들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실제로 칭찬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를 길러주며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자라게 해 주니까요.


하지만 부모가 하는 칭찬이 언제나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를 일으켜 줄까요? 그렇지 않다면 칭찬을 너무 많이 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많이 할수록 좋을 것 같은데, 너무 많이 하면 자만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EBS 다큐멘터리 '칭찬의 역효과'에 나왔던 두 가지 장면을 통해 '칭찬'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장면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칭찬을 배우자에게 하고, 칭찬을 들었던 배우자가 아이의 입장에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 이야기하는데요, 부모는 아이에게 이런 칭찬을 합니다.




"여진아, 너 대단하다, 98점이나 맞다니, 서울대 갈 거야!"

"승연아, 퍼즐을 잘 맞추네, 세계에서 최고다!"

"소연아, 글씨 진짜 잘 쓴다, 천재다!!"


칭찬을 들었던 배우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힘이 나요!" "자신감이 생겨요!"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대답을 하기보다는 "부담된다" "다음에 더 잘해야 될 것 같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 장면은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입니다.


3분 동안 단어 카드를 보고 기억나는 단어들을 적는 기억력 테스트인데, 아이들이 화이트보드에 단어를 적기 시작하자 선생님께서 폭풍 칭찬을 하기 시작합니다.


"와 너 정말 똑똑하구나" 

"대단한데~"

"머리가 정말 좋구나!"

"와 짱이다 짱!"


그리곤 답안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후 7분간 자리를 비운다고 하고 밖으로 나갑니다.

과연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나의 능력을 넘어선 선생님의 과도한 기대와 칭찬에 무려 70%의 아이들이 괴로워하며 답안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선생님의 과도한 칭찬이 스스로를 그 기대에 맞추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으로 작용했고, 아이들의 자신감을 오히려 앗아간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런 칭찬을 은연중에 많이 하는 편이었기에 '칭찬의 역효과'라는 EBS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면서 찔리는 구석이 많았습니다. 밥을 안 먹으려는 아이들에게 밥 한 숟가락 입에 집어넣으면서 '우와, 승유 진짜 멋있다', '승유 진짜 최고'라고 말하고 스케치북에 선만 죽죽 그어도 '우와 진짜 잘 그렸다'라며 오버하고 유난을 떨었는데 그런 행동들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칭찬이라기보다는 맹목적인 가짜 칭찬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진짜 칭찬을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과보다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칭찬하기


이에 대한 대답으로 EBS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수많은 육아책에서는 결과에 대한 칭찬보다 과정에 대한 칭찬을 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영상에서 보았던 칭찬을 과정에 대한 칭찬으로 바꾸어 보겠습니다.


결과에 대한 칭찬과 지나친 기대 →과정에 대한 칭찬


1. "여진아, 98점이나 맞다니! 서울대 갈 거야" 

  → "98점이나 맞았어? 여진이가 이번 시험을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더니 결과도 좋게 나왔구나. 여진이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예쁘더라."


2. "퍼즐을 잘 맞추네, 세계 최고야!" 

  → "퍼즐을 잘 맞추네, 지난번에는 중간에 포기했었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퍼즐을 완성했구나!!"


3. "글씨 잘 쓰네, 천재다!"

  → "글씨 잘 쓰네, 연습을 정말 많이 했구나, ㅇㅇ 마음처럼 예쁜 것 같아."


 어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일단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칭찬은 과하거나 상투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재, 착한 아이, 멋진 아이, 서울대 등의 프레임을 씌우지 않고 그냥 보이는 현상 내지 사실을 언급하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받아들이는 아이들 역시 부담을 느끼지 않고 내가 어떤 상황에서 칭찬을 받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과정에 대한 칭찬, 구체적인 칭찬은 상대방에게 굉장히 큰 에너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에 대한 관찰과 관심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앞선 예에서 언급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더니', '지난번에는 중간에 포기했었는데', '연습을 정말 많이 했구나'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책으로 읽을 땐 쉽게 느껴지지만 막상 생활에서 적용하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생각이 잘 안 나기도 하지요.


 그래서 의식적인 노력이 필수입니다. 아이가 '아빠 내 그림 어때요?'라고 물어봤다면 슬쩍 보고 '우와 진짜 잘 그렸다'고만 말 하지 말고,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구체적인 특징이 눈에 들어오면서 '오늘은 동그라미를 많이 그렸네? 무슨 뜻이야?', '아빤 여기 나무 밑에 있는 꽃이 정말 예쁜 것 같아'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아빠의 관심 섞인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신이 나서 더욱 재잘거릴 것입니다.



훈육 후에도 칭찬하기 (+스킨십)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불가피하게 훈육 모드로 넘어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화가 난다고 물건을 엄마 아빠에게 던질 때, 동생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괴롭히거나 때리는 경우 등에 그렇죠. 감정 코칭을 통해 무엇을 잘못했는지 따끔하게 이야기를 했거나,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면 그 후에도 칭찬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ㅇㅇ도 화가 나서 마음이 안 좋았을 텐데 숨을 크게 쉬면서 마음을 잘 가라앉혀서 아빠가 ㅇㅇ에게 차분히 말할 수 있었어'

 '아빠에게 ㅇㅇ가 왜 그랬는지 마음을 이야기해줘서 아빠도 승유 마음을 좀 더 많이 알 수 있었어.'

 '아빠 말 끝까지 잘 들어줘서 고마워.'


훈육 과정에서 잘 되었던 점을 짚어주고 한번 꼭 안아 준다면 혼날 때 아이의 분하고 억울한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엄마 아빠가 나를 미워한다고 오해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칭찬은 그 즉시


 음식에도 유효기간이 있듯이 칭찬에도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칭찬의 유효기간은 나이가 어려질수록 짧아지는데요. 어린아이들일수록 칭찬은 '가급적 바로 즉시! 늦어도 그날 잠들기 전'에 할 때 효과가 좋은 것 같습니다.


 잠들기 전 아이와 누워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중 잘했던 점을 짚어 줄 때 ('승유가 오늘 스스로 장난감을 정리한 덕분에 놀이방이 정말 깨끗해졌어. 장난감들이 밤에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슬며시 미소 짓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 말이죠.


오늘은 '아빠의 칭찬'이라는 주제로 효과적인 칭찬을 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생각해보면 과정에 대한 칭찬은 비단 아이들뿐 아니라 부부 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 등 모든 관계에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독박 육아로 고생한 아내에게 '고생했어'라는 말에 더하여 '프로젝트 막바지에 시간 압박이 좀 심했었는데 여보가 나에게 부담 안 주려고 아이들을 잘 돌봐준 덕분에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업무를 깔끔하게 끝낸 후배에게 '수고했어'라는 말에 더하여 '지난번 업무에 비해 기획안도 훨씬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것 같아'라고 자세히 말한다면, 아무래도 나의 마음이 보다 더 진정성 있게 전달될 것입니다.


오늘도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피곤하지만 가족들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직장인 아빠님들, 결과 위주의 과도한 칭찬은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하시고 과정에 관하여, 구체적인 칭찬을 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 봅시다. 아이들에게 아빠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통로가 될 것입니다.


직장인 아빠님들, 오늘도 파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와 외출할 때의 마음가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