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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DBD May 06. 2023

귓속말로 향을 전하는 브랜드, 그랑핸드

"나와 너만이 알지, 이건 당신의 향이야."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향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지만, 우리에게 수많은 기억과 감정을 각인시키고, 나아가 우리 삶 속에서 많은 부분을 결정합니다. 그랑핸드는 이러한 향의 가치를 믿으며,


이를 매개로 한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향의 일상화를 꿈꿉니다. 그랑핸드는 쉽게 소비되고 잊혀질 무언가가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뚜렷한 존재감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음과 온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GRANHAND. 그랑핸드





ⓒpinterest  괜찮아 사랑이야, the office, friend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해수는 매일 밤 친구의 평온과 건강을 기도하며 초를 킨다. 영화에서는 반신욕을 하는 욕조 맡에 향초를 두기도 하고, 프러포즈를 할 땐 수많은 초들과 함께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향초는 한낱 초일 수도 있지만 분위기와 바램, 기도를 담는 물건이기도 하다. 종교에서 향초는 깊은 분위기를 더해준다. 어릴 적 할머니를 따라 방문한 성당에선 입구에서 초에 불을 피우고 들어가는 것이 참 좋았다. 한낱 어린애이던 나는 무럭 자라 어른이 되었고, 의아하고 신기하게도 향을 좋아하지만 향초는 잘 사지 않는데 주변 사람들이 향을 선물해 준다. '너는 향을 좋아하니까' 그렇게 나는 향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다. 


ⓒgrandhand @granhand_office


가장 최근 선물 받은 향초를 받았을 땐 나는 나의 평온을 위해 매일 밤 초를 켰다.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기 전 초를 키고 씻고 나오면 집에 은은하게 향초의 향이 흩날린다. 향을 맡으면 마음의 근육이 풀리기 시작하고 나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게 된다. 성당에 발을 디딜 때 초를 켜는 게 마냥 좋던 어린아이는 이제 향으로 마음을 다독여야 하는 마음 약한 어른이 되었다. 올해의 내 마음은 그랑핸드가 다독여줬다.



나의 향초는 비올레뜨다. 그랑핸드 사이트에는 'Journal' 폴더가 있고 그 속에는 그랑핸드 브랜드의 스토리들과 함께 향에 대해 브랜드에서 다룬 글들이 있다. 그랑핸드는 비올레뜨를 이렇게 소개한다.



<GRANHAND. Stores [Team] violette 비올레뜨에 대한 모든 것>

비올레뜨는 2017년 9월에 출시된 향입니다. 최근에 다섯 살이 되었네요. 비올레뜨의 테마는 '나르시시즘'이었습니다. 

비올레뜨는 그랑핸드의 향 중에서 가장 묘하고 매혹적인 느낌의 향인 것 같아요. 꽃향기 같으면서 풀 향 같기도 하고, 가벼운 듯 무겁고, 밝은 듯 어딘가 씁쓸한데, 또 포근하기도 합니다. 첫 향은 티리프의 쌉싸름함 스파이시와 로즈마리가 어우러져 상쾌하고 맑게 드러납니다. 보랏빛 라일락의 플로럴 허니 향이 뒤이어 바람에 날리 듯 자연스럽게 다가오면 밑에서부터 파우더리한 꽃향기가 서서히 피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베이스 노트의 머스크와 샌달우드가 부드럽고 은은하게 향을 지속시켜주며 애플 블로썸의 싱그러운 프로티 플로럴 노트와 라일락의 블랜딩은 파우더리 특유의 무게감을 없애고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약간은 성숙한 느낌으로 요즘 같은 살쌀한 날씨에 가장 잘 어울립니다. 


https://granhand.com/journal/?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4322780&t=board



이렇게 자세한 향 소개와 함께 팀 그랑핸드가 생각하는 비올레뜨의 향에 대한 느낌과 향에 대한 에피소드를 함께 담는다. 추천 사용법과 TMI도 소개하며 비올레뜨가 떠오르는 음악을 소개하는 것으로 향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한다. 

그랑핸드라는 브랜드 이름은 순 한글로 ‘여럿이서 둥글게 잘 어우러져 살아가자’는 조화의 의미를 담은 ‘그랑’과 전 제품을 수작업으로 만드는, 손의 온기를 전하자는 ‘핸드’의 의미가 더해져있다.


ⓒgrandhand @granhand_office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그랑핸드에는 실패란 없다. 실패의 경험을 발판으로 배움을 얻고 배움은 성공에 이를 수 있으며 이 과정을 위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그랑핸드의 모토다. 그랑핸드는 현재 5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지점마다 다른 느낌을 내는 것이 브랜드의 독특한 특징이다. 통일된 인테리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고자 하는 현대의 브랜드와는 사뭇 다른, 지점마다 지역 공간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는 점이 이 브랜드의 많은 것을 보여준다.


ⓒgrandhand 그랑핸드 도산, 남산, 마포, 서촌, 소격, 북촌점


그랑핸드는 경험해 본 브랜드 중 가장 정체성이 강한 브랜드다. 소비자를 위한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 본연의 정체성을 아주 단단하게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강한 정체성이 거부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 그랑핸드라는 브랜드의 가장 뛰어난 부분인데 나의 확고한 자아를 부드럽게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아와 겸손함을 같이 겸비해야 한다. 그랑핸드는 그렇다.

그랑핸드에는 섬세한 디테일의 힘이 있다. 구간마다, 지점마다 어울리는 향을 다르게 연출하고 날씨, 온도, 습도에 따라 매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변화무쌍하게 변화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알아차리는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서 디테일을 정돈하고 또 정돈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디테일을 많은 소비자들이 체감한다. 섬세한 브랜드와 섬세한 소비자들이 만난다는 점 또한 그랑핸드만의 개성이다.

ⓒpinterst


어떤 향은 과거의 그때로 나를 되돌린다. 동네 시장을 지날 땐,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장을 보던 그때가 떠오른다. 향기는 향을 맡은 그때의 나와, 향기의 대상을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데려온다. 어디선가 내가 사랑하던 이의 향이 길 속에서 나의 코로 스며 들어오는 순간, 사랑하던 이와 그때의 그 순간이 내 앞으로 손쓸 수 없이 다가온다. 아직도 10년 전 향수의 향기를 우연히 맡았을 땐 선물을 줬던 이와 그때의 내가 떠오르는 것처럼.

향기는 이렇게 이기적이다. 상황에 대한 현재의 결과나 관계에 대한 주관적 판단보다는 나의 객관적인 해석만 담긴다. 나에게 좋은 추억이었다면 아무리 나쁜 추억이어도 좋은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마음을 다독이며 배운다. 결과와 주관적 판단은 객관적인 해석이 있어야만 존재한다는 것을. 객관적 해석이 주관과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랑핸드의 소비자들의 대한 전반적인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왠지 자신의 향을 자랑하지 않을 것 같다. 나의 것을 자랑하지 않고, 향을 온전히 음미하고, 향의 견고함을 느낄 것 같다. 그리고 브랜드는 이런 소비자들이 아주 마음에 들 것이다. 이렇게 그랑핸드와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을 교류하며 무한하게 성장하고 무한하게 넓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변화무쌍의 시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영구적인 것을 갈망하지만 오늘의 멋짐은 어제의 촌스러움이 되고, 내일의 세련됨은 오늘은 과하다는 시대 속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그랑핸드는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고집스러워 멋지고 세련되고 촌스럽다.


ⓒpinterest 'Santa Maria del Fiore'  피렌체 대성당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 신념을 매일 다짐한다는 것은 침묵의 전투다. 함께 살던 연인에게 함께하는 이유가 없어지면 더 이상 연인이 아닌 것이 되는 것처럼 그랑핸드는 사용의 존재 이유를 전달한다. 오늘의 멋짐이 12시를 기점으로 어제의 것이 되지 않도록, 내일의 멋짐보다 지금 이 순간의 향을 전달할 수 있도록 브랜드의 자리와 신념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매일 다가오는 내일을 쫓지 않고 오늘을 욕심 없이 살아가려는 나만의 전투를 하고 있는 올해에 그랑핸드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그랑핸드는 사용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다 했다. 나의 생일을 새긴 이 향초는 나의 모든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비올레뜨의 향이 올해 나에게 다가와 향에 기대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다. 홀로 나를 돌보고 다독이는 시간 동안 잴 수 없는 따뜻한 위안을 받았다. 그랑핸드에서 전한 스토리와 사용을 통한 나의 이야기가 더해져 나는 생각에 잠기는 순간마다 비올레뜨를 떠올릴 것이다. 그렇게 그랑핸드와 나는 대화를 나눴다. "나와 너만이 알지, 이건 당신의 향이야."하고.

ps. 그랑핸드는 비올레뜨를 보라색으로 표현했다. 보라색을 좋아하는 나의 친구에게 왠지 이 향을 선물해 주고 싶다. "향을 다루는 브랜드에서는 보라색을 이렇게 생각한데!" 하고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v=-l9DZxXaOEY&embeds_euri=https%3A%2F%2Fblog.naver.com%2F&source_ve_path=Mjg2NjQsMjg2NjY&feature=emb_l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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