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쓰는 데는 꼭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실링 왁스를 보면 이게 갖고 싶어서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Point of view 포인트오브뷰는 창작자의 관점을 통해 바라본 창작의 장면에 존재하는 모든 도구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창작하는 활동에 있어 화려한 기법보다는 자신의 관점을 어떻게 표현하고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 그 과정에 집중합니다.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관점과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주는 표현을 위한 장면과 도구(Scene & Tools)를 다룹니다.
포인트오브뷰는 어떤 것에 대한 의견 또는 특정한 사고방식을 의미합니다.
문학에서는 이야기가 전달되는 목소리이며 시각 예술에서는 작가가 존재하는 장소이자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표현 방법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술이 아닌 일상의 영역에서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든 것들은 무언가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으로 존재합니다.
포인트오브뷰의 큐레이션 기준은 ‘창작의 장면에 함께 어떤 도구가 놓여있는가’에 대한 제안입니다.
창작을 위한 가장 원초적 도구를 시작으로 창작 경험과 작업 밀도를 높일 수 있는 효율적 도구와 창작의 또 다른 영역에서 영감의 마찰을 일으키는 산책적 도구
그리고 창작자의 곁에서 작업을 합께 준비하는 의식적 도구까지.
우리만의 관점으로 텍스트와 이미지를 기록하고
수집하고 편집하고, 그 장면 속에 놓여있는 다양한 도구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point of view
다양한 브랜드들과 사람들이 즐비한 성수동에는 아주 커다란 문구점(?)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수많은 아이템. 가방, 옷, 신발, 헤어를 뒤로 두고 나의 필통 안에, 방안 연필꽂이에, 누군가의 선물 속에 들어갈 수많은 문구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그 순간 나는 과거 여행을 떠나 학교가 마치면 집 가는 길에 항상 들렀던 문구점에 있게 된다.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수많은 뽑기들과, 필기구, 과자, 필통 등. 그것 하나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던 그 시절이 나에게 다가온다.
Point of view 포인트오브뷰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이유는 아주 멋진 큐레이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조리원 동기’처럼 우린 ‘문구점 동기’다. 너도 이렇게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나도! 너도 선물을 줄 때 의미 있는 편지지에 축하 내용을 적고 싶은 사람이야? 나도!
없는 것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이 세상 속에서 포인트 오브 뷰의 큐레이팅은 팔아야 하는 것이 아닌 나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 지금의 유행인 것이 아닌 각각의 문구의 역사를 끌고 와 나에게 전한다. “세상에는 이렇게 멋진 것도 있어 이건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 하고. 세상 어딘가에 속속들이 존재하고 있는 멋진 것들을 한곳에 모아 함께 감탄하자는 이 문구점은 문구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엄마가 필통을 사주겠다고 한 전날 밤 이불 속에 상상만으로 함박미소를 짓게 하던 그 시절의 내가 매장에 반짝이는 눈으로 서있다.
난 참 잘 버리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문구는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10년 전 엄마에게 선물 받은 인형 필통과, 크리스마스 편지는 언제나 나의 이삿짐에 항상 들어있고, 연애가 끝나며 추억들의 물건들을 쿨하게 버렸으나, 그때 그 시절 그 아이가 사준 그곳에서 살 수 있었던 가장 비싼 샤프는 아직도 나의 필통에 있다.
물건보다 편지가 좋다 주장하는 나의 마음은 약간은 희석되었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받고 싶은 것은 편지임이 틀림없고, 연애에서의 첫 편지는 모든 삶의 순간을 달콤하게 만든다.
2018년 문을 연 포인트오브뷰는 어릴 적 문구점 사장님이 되고 싶었던 김재원 대표의 품에서 탄생했다. 글쓰기로 유명했던 프로이트의 책상에는 노트와 종이 펜만 있지 않고 영감을 주는 다양한 오브제가 배치되어 있던 특징이 영감을 줬다.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된 포인트 오브 뷰는 이제 2개의 지점으로 이뤄져 있다. 본점인 성수동에 위치한 매장은 TOOL, SCENE, ARCHIVE 테마를 담은 3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 : 영감을 채워줄 도구들, 2층 : 생각의 환기를 부르는 질문들, 3층 : 창작의 완성. 기록으로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도록 깊이를 더해주는 포인트오브뷰에는 제품마다 매장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설명이 적혀 있고, 문구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매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문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참여형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학 풀이를 해주던 선생님의 아주 비싼 샤프가 열을 맞춰 책상에 위치해 있다 손으로 쥐어진 뒤 그 속에서 적히던 수많은 숫자와 공식들은 예술에 가까웠다.
문구에는 깊이를 더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다. 학창 시절의 필기를 가장 잘 했던 친구의 필기 노트가 온 교실을 거쳐왔던 것이, 매일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다이어리가 매일 밤 나의 손에 들려오는 것이, 이것은 너와 나의 미래일 것이라며 키득거렸던 봄사무소의 노부부 일러스트만 보면 그때의 추억이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것이 이것을 증명한다.
문구에는 그것을 살아 숨 쉬게 한 나와 상대의 꾹꾹 눌러 담은 모든 시간이 있다. 헌 것은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에 세상은 처음 산 핸드폰의 액정처럼 반짝거리지만, ‘New things get old’ 새것도 결국 헌것이 되고, 헌것도 처음엔 새것이었다. 펜을 잡을 일도, 종이를 만지게 되는 일도 적어지는 이 시대에 나의 헌 종이들을 다시금 들여다보면 지금과는 다른, 지금과 비슷한, 지금보다 더 씩씩한, 지금보다 덜 씩씩한 수많은 나와 상대가 있다.
지금도 문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어렸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가장 달라진 것은, 찍찍 그어진 실수의 흔적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글자를 잘못 적어 찍찍 그어 새것인 채로 헌것이 되었던 수많은 다이어리들이 있었지만, 이젠 편지를 받아도 찍찍 그었거나, 줄을 넘겨 글자가 튀어나온 편지지가 좋다. 조금 더 다채로운 나와 상대를 느낄 수 있어서. 이젠 실수해도 쿨하게 찍찍 긋고는 다음 줄로 넘어가곤 한다.
이렇게 나를 돌보고, 다듬고, 전할 수 있는 문구가 좋아 길을 걷다 예쁜 편지지가 있으면 사 모으곤 한다. 삶이 갑갑할 땐 좋아하는 펜을 잡고 끄적여 본다. 그래도 슬플 땐 필기구를 하나 더 사 필통을 통통하게 만들곤 한다.
사는 것과 살아가는 것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종이 질감의 차이, 샤프 촉감의 차이, 네가 좋아하는 고양이가 있는 편지지에 적는 생일 축하 카드의 차이를 아는 모든 이들의 삶이 지금처럼 살아가지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나의 삶의 view of point를 다듬어 본다. 끄적끄적.. 끄적끄적..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항상 편지지에 실링 왁스를 찍어줄 것이다. 처음엔 이게 무엇이냐 하겠지만 그 뒤로 실링 왁스를 볼 때마다 내 생각이 날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다가올 사랑에 내가 준비한 필살기다. 실현되지도 않은 이 미래는 상상만으로 나를 키득키득 웃음 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