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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로 Oct 21. 2021

감정 분리하기

나와 내 감정 분리하기



처음부터 내가 "그래 결심했어! 나는 감정 쓰레기통을 만들거야!" 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내가 처음부터 간절히 바랬던 것은,

부적절한 순간에 욱하지 않고 그 일들로 인해 밤에 이불킥을 하지 않으며,

상처나 분노를 느낀 일은 건전하게 해소하고,

기나긴 휴유증으로 부터 벗어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이었다.


처음으로 내가 시도한 것은 당연하게도 분노의 감정,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을 인지하고 내가 욱!하고 질러버리기 전, 나를 절제하는 것이었다.



절제하기 위해 내가 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1. 그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기

2. 그 장소를 벗어나기

3. 산책하기



1. 그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기


당황해서 욱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경우를 제외하고,

분노의 감정 또는 부정적인 감정이 순간적으로 확 올라온 순간을 인지하겠다고 먼저 마음먹었다.


인지를 시작하니 감정을 100% 통제 할 수는 없지만 10번 중, 8~9번은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할 수 있었다.

어떤 상황, 또는 사람에게 짜증과 화를 느끼게 될 때면 당장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으니 가장 먼저 인지하고 해야할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예민하고 신경증이 높은 내가 주의해야 할 것으로,

이것만 잘 해도 밤에 이불킥을 할 일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유는, 순간적으로 욱해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만 한 시간만 지나고 생각해도 그게 그 정도로 반응할 일이 아닌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은 이 단계에서 순간적인 욱하는 감정을 다스리고, 이게 아무일도 아닌 것을 인지 한 다음 차분히 대응하면 되었다.



2. 그 장소를 벗어나기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일도 있었다.

5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났는 데도 그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 한없이 아래로 침몰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날.


그런 날은 밖으로 나갔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공간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나의 스트레스는 일부 완화될 수 있었다.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에는 밖에서 바깥 공기를 마시며 심호흡을 깊게하고 다짐했다.

이 일은, 이 감정으로 내가 다시 돌아올 테니 지금은 잠시 접어두자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의 휴유증으로 하루를 망치는 일이 사라졌다.


물론 나에게 그렇게 약속을 하였다면 멀지 않은 시간내에 꼭 다시 그 감정을 돌아보고,

나를 다스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3. 산책하기


프랑스의 역사가이자 사회학자 미셸 드 세르토(Michele de Certeau)는

"걷는 것은 삶을 주체화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내 시간을 내어 걷기로 결정하고,

걸어서 내 감정을 통제하겠다고 주체적으로 결정했을 때

나는 사회와, 다른 사람들과, 그리고 끝없이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거창하게 말 했지만 사실 이 방법은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이면 말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정처없이 방황하는 것이 아닌 걸을 때, 내 머릿속에 있는 꽉 막혀있는 듯 했던 수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모두 뚫리며 내가 느낀 감정을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다. (심지어 이 부분은 과학적인 근거도 넘친다)


다행히 퇴근길 집 근처에 불광천이 가까이 있어 꼭 화가 주체가 되지 않는 날이 아니더라도 주에 2~3회 정도는 일부러 지하철 한 역 전에 내려서 집에까지  걷는 시간을 가진다.

한 정거장이라고 해봤자 사실 20분 남짓한 산책 거리인 데 도로 위에 넘치는 차와 위협하듯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피해 온전히 걷기만을 위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하다.


이럴 때는 굳이 화를 다스리는 일 아니라도 그 날에 있었던 일, 마음속에 있는 무의식의 생각, 미래 계획 등 다양한 생각들이 떠올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내향인과 꼭 내향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라도 모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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