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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로 Oct 21. 2021

자기만의 방 만들기

내 스스로를 사랑하기



김신지 작가의 "평일도 인생이니까" 책을 좋아한다.

입가에 미소를 잔뜩 띄우고 평일 점심시간에 모두 완독한 책이다.


그 책에서 나에게 가장 깊은 여운을 남겼던 부분은

평창 올림픽 때 근처 꽃집이 모두 성황을 맞았다는 이야기였다.


외국에서 온 선수단이 평창 올림픽 기간동안 머무는 숙소에

꽃을 두기 위해 근처 꽃집들을 찾았다는 이야기.


단 2주간 머무를 장소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꽃을 사고 그 공간을 꾸미며 자기만의 방으로 만든다는 것.

정말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고 소중히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졌다.


반면 2년짜리 전세 인생을 살고 있는 나는 내가 2년간 이 집에 살며 나를 위해 하는 일은 도배가 유일했다.

그것도 모두 다 똑같은 하얀색 도배지로 거실이며, 방 1이며, 방 2이며 모두 똑같이 도배하는 일.



바야흐로 취향의 시대다.

서점에 가면 취향에 대한 책들이 넘쳐나고

이제는 웹툰과 음악에서도 취향을 소재로 하는 컨텐츠들이 넘쳐난다.


사방에서 나를 애워싸고 초가(楚歌)를 불러대는 게 아니라,

취향을 찾으라고 나 자신을 사랑하라고 사면애가(四面愛歌)를 외쳐대는 것 같다.


그래서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무척 미안하지만,

예민한 나와 살아가기 위해 내가 내린 마지막 처방은

"자기만의 방 만들기" 였다.


시작은 초라했다.

내 책상 맞은편 창문에 데코로 붙여놓고픈 사진과 티켓들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파스텔 톤의 데코 테이프를 샀다. 그리고 아무런 특색 없던 책상을 내가 좋아하는 사진과 티켓들로 꾸몄다.


여유가 없어 못 듣는 다는 음악은 일하면서는 집중이 잘 되게 해외 콩쿠르나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틀어놓고 들었다. 클래식이 이렇게 긴 호흡의 음악인 지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게 되었다.


꽃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여 방에 작은 화분을 두고,

2주마다 배송되는 꽃의 이름들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물리적인 것 외에 정신적으로 내 스스로를 사랑하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배우고 싶었던 취미를 온라인 코스로 등록하여

일주일에 두 세시간이라도 온전히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워나가고 있다.


예전에는 코웃음 치며 염세적으로 바라봤던

자기계발서들이나 유튜브들도 적극적으로 보며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받으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매일 내 감정 상태를 돌아보고,

매주 내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써내려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주기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감정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반면 주기적으로 내 마음이 안녕한 지 살펴보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은 필요하다.

만약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그건 늘 내 마음이 타인을 항상 신경써야 하는 2인실, 4인실, 6인실 방에 사는 것과 같아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어렵고 그렇게 사라진 여유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되돌아온다.


지금 다른 사람과 같은 방을 가지고 물리적인 방을 같이 쓰고 있더라도 괜찮다.

내 마음에게는 꼭 내 마음만의 방을 만들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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