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y editor Aug 24. 2021

고양이를 위한 집

날 바꾼 고양이_2

한 차례 길냥이 포획에 실패한 뒤에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애초에 고양이 이야기가 나온 건 이사를 하면서였다. 


여러 가지 이유로 3년 정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이직 계획 따위는 생각도 안 하고 잠시 쉴 요령이었다. 잠시 쉬면서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할까 고민도 했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다행히 프리랜서로 일이 조금씩 들어왔다. 당분간은 프리랜서를 하면서 날개를 펼칠 기회만 보고 있었다(물론 프리랜서 3년 차 아직 날개가 돋아나지도 않았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다 보니, 공유 오피스나 작업실을 구하는 건 생각도 못했다. 다행히 남편은 정직한 회사원이라 9시에 출근해 거의 꼬박꼬박 6시면 퇴근했고, 집에서 조용하게 일할 분위기는 조성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집에서 일을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지만, 난 꽤 집중해서 하는 편이었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자연스레 일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뒤 집에 작은 변화를 주었다. 

책도 있고, 가끔 빨래도 널고, 창밖을 보며 티타임을 즐겼던 작은 방에 아일랜드 식탁을 빼고 책상을 넣었다. 

답답한 공간을 싫어했던 나는 창밖도 보고 일도 하고, 필요한 책도 꺼내 보며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점이 빨래를 하는 날에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작은 방이 그 집에서는 가장 햇빛이 잘 드는 곳이었기에 건조기를 펼치면 책상을 사용할 수 없었다. 

책으로 가득찬 책장 옆에 일할 수 있게 책상이 있었다. 언덕에 있는 집답게 책상 앞 창문으로는 동네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오래된 세탁기를 버리고 세탁기와 건조기를 살까 고민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어쩌면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는 게 더 쌌겠지만 우리는 이내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마침 계약기간도 만료되었고, 집 앞 블록은 대단지 아파트가 조성될 예정이었다. 전셋집에 사는 누구든 그렇지만, 우리도 언제 집주인이 바뀌고 전세금이 오르면 어쩌나 노심초사해야 했다. 


막상 이사를 가려고 하니 높아진 집값 때문에 예산에 맞는 집을 찾기란 사실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복층 집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복층은 1층에 방이 하나만 있거나 없는 구조가 많지만, 우리가 본 집은 1층에 큰 방과 작은 방 하나가 있고, 꽤 넓은 다락방이 있었다. 

계단을 보자마자 고양이를 떠올렸던 지난 날 

애초에 반려동물이라고는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던 우리였지만 단번에 집을 둘러보면서 

이 집 고양이가 참 좋아하겠다

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기에 이렇게 고양이를 입양해도 되나 생각하기도 했지만, 한 번의 길냥이 포획에 실패하면서 우리의 생각은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고민하고 또 고민한 뒤에 결국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했다. 

우리의 예상처럼 꽁냥이는 하루에도 열 번씩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만난 고양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