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raiano Apr 12. 2020

제임스 R. 핸슨 - 퍼스트 맨

닐 암스트롱의 신격화와 전기, 그 사이

 '퍼스트 맨'은 닐 암스트롱에 대한 전기 소설이다. 본래 전기 소설이란 묘사되는 사람의 삶을 사실에 입각하여 주된 서사를 구성하지만, 세부적인 감정 묘사나 인물의 행적은 작가의 상상으로 대체된 결과물이다. 그런 점에서 '퍼스트 맨'은 완벽한 전기 소설에서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소설'의 파트가 대체하는 분야가 적기 때문이다.


 이는 닐 암스트롱의 삶이 가지고 있는 특이성일 것이다. 우선 그가 시험 비행 조종사로 활동할 때와, 우주 비행사가 되어 달 착륙 미션을 수행할 때의 행적은 이미 실제로 기록되어 있었다. '퍼스트 맨'에서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 발사 이후 나누었던 모든 대화와 행동들은 실제로 그가 교신하며 기록된 행동들이다. 마찬가지로 그가 시험 비행 조종사로 활동할 때도 그의 비행 활동과 일화들은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그의 기록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작가가 개입할 여지는 매우 적었다. 이것만 본다면, '퍼스트 맨'을 읽는것보다 위키피디아를 보는 것이 그의 행적을 이해하는데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보고 위키피디아를 켜게 된다면 그의 인생을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책을 직접 읽어본다면 느끼게 되는 점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는 암스트롱의 비상식적 겸손함이 떠나지 않았다. 달에서 최초 착륙하게 되는 사람을 선정할 때 올드린이 먼저 내려도 상관이 없다거나, 착륙 이후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에 진심으로 몸 둘 바를 몰라했고 칩거 생활에 들어가는 점이 대표적이다. 우주에서 최초로 발을 디뎌본 사람이라는 칭호를 이용하여 자신을 신격화, 상업화하지도 않았으며, 순수히 우주 비행의 기술적 진보에 인생을 몰두했던 사람이었다. 자신은 평범한 엔지니어라는 말과 함께.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평범하다고 말하는 그의 삶 자제가 비범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까지 겸손하였을까. 막대한 명예가 주어질 때 현재의 삶을 유지하려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더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은 더이상 터부시되지도 않고, 사회의 진보를 위하여 장려되기까지 한다. 무엇이 그를 달 착륙 이후에도 칩거하게 하였고, 겸손하게 살도록 힘을 주었을까.


 전기 소설 답게 작가는 암스트롱 주변인들의 말과 그의 행적들을 연관시키려 한다. 그의 전 부인이 그를 관찰하며 추가한 사건들과, 달 착륙선의 동료들이 전해준 일화들이나, 고향에서 그를 만났던 사람들이 전해준 일화 등. 그런데 이 증언들은 그다지 설명을 친절하게 해 주지 않는다. 겸손함 자체는 보여주지만, 왜 겸손한지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상상해보았다. 왜 닐 암스트롱은 달 착륙 이후에도 이전과 동일하게 살았을까? 이전의 삶의 자세를 가지고 달에 착륙했으니까 그렇다고 생각한다. 달 착륙선이 도착하고 임무를 수행하다가 잠시나마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일 것이다.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인류의 모태를 지켜보며 몇 초간 상념에 잠겼을 것이다. 내가 있는 곳은 몇 백만년간 인간이 열망하던 장소이다. 내가 지켜보는 곳은 그 인간이 몇 백만년간 살아가며 투쟁하는 곳이다. 그 곳은 지금 주먹만도 못하다. 그렇다면 내가 여기에 온 것은 무엇을 위함인가? 나는 그 몇 백만년의 역사에 어떠한 존재인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과 나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어쩌면 나는 주먹만한 곳에서의 비가치적인 존재일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 레비 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