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젝트는 성공인가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어떤 궁금증을 가졌을지 내가 확신을 갖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결과가 가장 궁금할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바이링구얼로 컸다는 것인지가 궁금하실 것 같다.
우리아이들은 지금 첫째 한국나이 12살(만10세) 남자아이,
둘째 한국나이 9살(만8세) 여자아이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에 있어서 나의 희망사항(목표)은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대체로 두가지 정도였다.
1. 아이들의 영어가 원어민과 거의 똑같거나, 적어도 영어를 할때 우리말의 방해가 없이 나오는 수준.
2. 첫째인 아들과 둘째인 딸이 부모인 나와 와이프가 없을때에도 자기네들끼리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
먼저 1번.
나는 개인적으로 '즉발성', 바로 영어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편이다. 그러니가 영어를 꽤 하는 사람도 영어로 그말을 해내기 위해서 생각을 하는 듯한 잠깐의 지연이 있는데, 그 지연의 길이는 영어실력에 반비례(즉 영어를 잘할수록 지연은 짧아짐)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말이 빠르고 느린것 하고는 조금 다른 문제이다. 원래 말이 빠른사람이라면 우리말로 하든 영어로 하든 빠를 것이고, 원래 말이 느린 사람은 비슷한 속도로 우리말과 영어가 나올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 때로는 아무 지연없이 영어가 바로 나오기도 하고,
한국말 단어를 섞어쓸때도 있고,
영어로 적절한 단어나 표현을 생각해내지 못해서 끙끙대거나 답답해하기도 한다.
이 세가지 상태가 왔다갔다하며 대화가 이어진다.
원어민과 똑같거나 비슷한 영어 수준이라고 했을때 약간의 시차가 있으면서 따라가는 영어라는 목표도 있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우리아이가 6세때 원어민 5세정도의 영어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많이 어려웠다. 처음에는 어느정도 비슷했는데 아무래도 뒤로 갈수록 벌어지는 것 같았다. 이것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는 매우 어려웠지만 몇가지 힌트는 있었고, 현재 이 목표는 멀어진 것이 확실하다. 정리하자면, 아이들의 영어가 발전하는 것은 맞지만 원어민의 발전속도와는 차이가 벌어지는 중인 것 같다.
2번.
아이들은 자기들끼리는 거의 영어로만 대화를 한다. 물론 1번의 상태가 지속된다. 자연스럽게 영어만 나오는 문장도 있고, 한국어 단어가 1-2개에서 많게는 절반쯤 섞이기도 하고, 완전 우리말로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둘 사이의 대화의 기조가 영어인 것 만은 확실하다. 개인차가 있는데 첫째는 거의 영어를 고수하는 반면, 둘째는 우리말을 더 많이 섞는 편이다. (둘의 개인차는 나중에 따로 다루어볼 생각이다.)
내가 둘사이의 자발적 영어대화를 중시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부모와의 대화에 있어서는 와이프와 내가 영어를 시작하고 추진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압력이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둘 사이의 영어대화는 부모와의 대화보다 훨씬 더 자발성의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고 있다.
1번과 2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영어를 정체성의 일부로 인식하느냐는 문제였다. 그러니까 자신의 제1언어를 한국어와 영어중 무엇으로 생각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둘째는 한국어가 자신의 제1언어라고 생각한다. 때로 영어 하는 것을 귀찮거나 불필요하다고 표현할때가 있다.
첫째는 한국어가 자신의 제1언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내가 우리말로 말을 걸면 싫어한다. 자신이 영어를 못해서 내가 한국어로 말을 거는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실제로도 그렇다. 대화가 막힐때 내가 가끔 한국어로 대화를 시도할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적어도 나와 또는 와이프와의 대화에서는 영어를 제1언어라고 확실히 인식하며, 자기 정체성의 확고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름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의 무의식에 영어의 자리가 있다는 점이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나는 강요하지 않았다. 강요해서 될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와이프는 더위를 타지 않는 편이고 나는 많이 타는 편이라,
요즘같은 찜통더위에는 내방에서 나 혼자 창문형에어컨을 켜고 자는 편이다.
딸은 아직 엄마랑 같이 자는데, 어제는 같이 샌드위치도도 만들고 파 모종도 심어서 기분이 좋았는지
아니면 날씨가 너무 더웠는지 내방에 같이 자러 왔다.
이런일이 잘 없어서 나한테는 황송한 손님이다.
나한테 안겨서 자다가 몸을 굴려서 혼자자기 시작했는데,
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안아주려고 했다.
내가 다가가니까 자다가 귀신같이 알고 이렇게 말한다
"Appa, don't hug me."
응? 지금 아니야? 알았어.
자다가 영어 나오면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딸, Sleep tight, 그리고 일어나면 아빠한번 hug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