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연주
유엔은 2000년에 12월 18일을 세계 이주자의 날(International Migrants Day)로 정했다. 2018년 세계 이주자의 날은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묘사하며 분열을 일으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나 유럽에서도 불거지는 포퓰리즘의 시대에 이주의 문제가 한 사람의 존엄성과 연결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특별히 #WithDignity(#존엄성)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2018년 세계 이주자의 날을 맞아,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IOM) 총장인 안토니오 비토리노(António Vitorino)는 "인간의 존엄성, 특히 선택할 존엄성이 먼저다 (Dignity comes first. Foremost, the dignity to choose)"라고 강조했다.[1] 그가 여기서 말하는 존엄은 이주자들의 인권뿐만 아니라 이주자들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거부하려는 사람들의 존엄 또한 포함한다. 그래서 비토리노 총장은 계속 이 두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양쪽이 서로를 비판하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해서 이주 문제에 관해 보완 가능한 부분들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상기시켰다.
인간은 항상 이주 해왔고 국가가 설립되고 이주를 제한하는 법들이 만들어져도 사람들은 계속 이동할 것이다. 기존에 있던 지역 사회에 이주자들이 미치는 영향은 항상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시민들의 권리와 안전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일본, 한국, 미국과 같이 인구가 줄고 있고 고령화 되고 있는 선진국들은 장기적으로 이주민 유입이 없이는 경제적인 발전을 유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2] 그래서 이주의 문제를 무분별하게 흑백으로 나눠서 생각하기보다 현실을, 사실적인 부분들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이주기구(IOM) 한국 대표부 박미형 소장이 말했듯이 “국내 이주자의 수는 170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이주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인정하며, 이들이 조화롭게 한국 사회에 통합될 수 있게 하는 것은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에 매우 중요하다.”[3]
이주민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따라 지난 12월 10일에는 ‘안전하고, 질서있고 정규적인 이주를 위한 글로벌 콤팩트(Global Compact For Safe, Orderly and Regular Migration·GCM)’가 채택됐다.[4] 2018 글로벌 콤팩트는 세계 인권 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에 기반해 이주자를 존중하고 가입국들이 안전하고 질서 있는 이주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공표하고 있다. 콤팩트의 23개의 목표는 이주에 관한 더 정밀한 정보수집, 인신매매 등 이주 중에 겪을 수 있는 위험요소 최소화, 도착국에서 차별 제거, 그리고 이주자와 디아스포라가 거주하는 나라의 지속 가능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성취를 위한 환경조성 등을 포함한다. 무엇보다 이 콤팩트는 각 나라의 이주정책 주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환경이 허락한다면 이주자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도착국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의 유엔 가입국이 이 글로벌 콤팩트에 동의했고 이만큼 국제사회는 이주자들과 도착국의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협력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6] 하지만 강대국이자 이주자의 수가 제일 많은 미국이 콤팩트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협정이나 조약과는 다르게 법적 구속력 없는 콤팩트의 특성상 2018 글로벌 콤팩트가 이주자들에 대한 정책과 국제적 태도에 얼마나 실제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1] Vitorino, António. 2018. “International Migrants Day.” IOM UN Migration. https://www.iom.int/migrantsday.
[2] Dalmia, Shikha. 2019 “Actually, the Numbers Show That We Need More Immigration, Not Less.”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19/01/15/opinion/trump-immigration-myth.html.
[3] 정은진. 2018. “IOM, 서울시와 세계 이주자의 날 캠페인 공동 주최.” IOM UN Migration. http://iom.or.kr/index.php/iom-%EC%84%9C%EC%9A%B8%EC%8B%9C%EC%99%80-%EC%84%B8%EA%B3%84-%EC%9D%B4%EC%A3%BC%EC%9E%90%EC%9D%98-%EB%82%A0-%EC%BA%A0%ED%8E%98%EC%9D%B8-%EA%B3%B5%EB%8F%99-%EC%A3%BC%EC%B5%9C/.
[4] “Global Compact For Safe, Orderly and Regular Migration.” https://refugeesmigrants.un.org/sites/default/files/180711_final_draft_0.pdf.
[5] Cumming-Bruce, Luke. 2018. “U.N. Approves Sweeping Deal on Migration, but Without U.S. Support.”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18/12/10/world/europe/un-migration-deal-morocco.html.
[6] 위은지. 2018. “이주자를 위한 최초의 국제합의안 GCM 채택…오해와 진실은?”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Inter/3/02/20181214/932955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