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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 Jun 07. 2019

난민 정착 정책

by 김연주

2019년. 올해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허락한 정착 난민 수는 30,000명이다. 1980년에 난민정착정책이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수다.[1] 30,000명이라는 숫자가 커 보일 수도 있지만 2천5백만이 넘는 전 세계 난민의 수에 대비해봤을 때 0.1%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숫자는 난민 정착 최대 한계를 의미할 뿐이고 미국에서 인정해서 받아들이는 난민의 수가 실제로 30,000명이 되리라는 것은 아니다. 난민의 실제 정착 수가 최대 한계에 도달한 적은 없었다. 예를 들어 2017년에 오바마 정부는 장착 난민 허가 수를 110,000명으로 정했지만 26,000명의 난민이 인정을 받고 미국에 정착했다. 2018년에 트럼프 정부는 정착 난민의 수를 45,000명으로 낮췄고 실제로 난민 인정을 받고 미국에 정착한 사람들은 22,500명밖에 되지 않았다.[2] 한국이 난민으로 인정한 수는 더더욱 적다: 2015년에는 총 105명, 2016년에는 98명, 그리고 2017엔 121명이었다. 미국과 한국 모두 점점 강화되는 조사와 보안 절차 그리고 난민 정착에 드는 비용을 정착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정착 난민 수는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3]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에서 난민은 타국에서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신청하고 법적인 난민 자격을 받은 뒤 미국으로 들어오는 인구를 칭한다. 타국에서 신청하지 않고 비자 없이 미국 국경을 넘어 신분을 얻는 사람들은 망명 신청자(asylee)라고 한다.[4] 이번 글에선 유엔난민기구가 어떠한 기준으로 난민 신청건를 배정하는지 살펴보겠다.


난민 정착 신청은 난민 본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유엔난민기구가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각 나라에 신청한다. 현재 세계의 난민 인구 중 약 85%가 개발도상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엔난민기구가 취약인구라고 추정하는 사례들만 정착 신청을 진행한다. 여기서 취약인구(the most vulnerable refugees)란 건강상 문제가 있거나, 위험한 상황에 있는 여자나 어린이들, 그리고 고문이나 폭력을 당했던 피해자들을 일컫는다.[5] 


일차적으로 유엔난민기구는 인터뷰와 서류검토 절차를 통해 누가 난민 정착 신청에 적합한지, 적합하다면 어느 나라에 난민 정착 신청을 할 것인지 정한다. 이 절차에서는 정착 희망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과 가족관계, 정착희망 국가의 행정처리 소요시간 (예를 들면 더 위험하고 빨리 재정착해야 한다고 사료되는 난민은 처리 시간이 짧은 나라로 배정받을 수도 있다), 건강 문제와 치료가 가능한지, 언어능력, 문화, 신청자의 국적, 그리고 가능할 경우 신청자의 선호 등이 고려된다. 


하지만 이 모든 고려사항에 따라 난민 인정을 받기 적합한 사례도 신청받는 나라에 따라 거부될 때가 있다. 많은 국제 난민법이 존재하고 불과 작년(2018년)에 안전하고, 질서있고, 정규적인 이주를 위한 글로벌 콤팩트(Global Compact for Safe, Orderly and Regular Migration, GCM)가 채택됐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난민정착정책도 결국 나라마다 다르고 약속일 뿐이다. 그리고 나라마다 정책과 집행 방법이 다르고 이 또한 자주 바뀌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매해 난민 정착 수를 조정하고, 한국은 난민 정착 수를 정하지 않고 각 사례를 개별적으로 고려한다. 결국 유엔난민기구는 난민법이나 정착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힘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타당한 신청사례도 종종 거부된다. 예를 들어 2018년에 무력분쟁 사태로 인한 실향민(forced displacement)의 수가 6천850만명으로 역대 기록을 달성했지만, 난민정착에 해당하는 120만개의 사례 중 4.7% 만이 수용됐다.[6]  

2018년엔 총 81,310개의 난민 정착 신청이 있었고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난민 정착 신청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레바논 (9,800명), 터키 (9,000명), 요르단 (5,100), 우간다 (4,000명)에서 일시적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총 신청자 중 시리아 난민의 수가 28,2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콩고 민주 공화국 난민이 21,800명, 에리트레아 난민이 4,300명,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4,000명이었다. 난민 정착 신청 중 68%가 고문이나 폭력 피해자 또는 위험한 상황에 있는 여성이나 여자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총 신청자 중 52%가 어린이였다.[6] 아래 표는 난민정착 신청을 가장 많이 받는 다섯 국가의 통계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 https://www.unhcr.org/en-us/5c594ddf4

*비율이 1을 넘는 경우, 즉 2018년 신청 수 보다 인정된 정착 수가 더 높은 경우는 2018년 전에 접수된 신청 건 중 2018년에 인정으로 처리된 사례도 정착 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1] Zezima, Katie. 2019. “The U.S. has slashed its refugee intake. Syrians fleeing war are most affected.” The Washington Post. https://www.washingtonpost.com/immigration/the-us-has-slashed-its-refugee-intake-syrians-fleeing-war-are-most-affected/2019/05/07/f764e57c-678f-11e9-a1b6-b29b90efa879_story.html?noredirect=on&utm_term=.b06cf5636f47

[2] Morello, Carol. 2019. “Number of refugees down sharply, again, under restrictions set by Trump administration.” The Washington Post.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national-security/number-of-refugees-down-sharply-again-under-restrictions-set-by-trump-administration/2019/04/02/94251ef4-54b7-11e9-814f-e2f46684196e_story.html?utm_term=.e7f6077639e9. 

[3] 국가지표체계. 2018. “난민 통계 현황.”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820

[4] 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 2015. “Obtaining Asylum in the United States.” https://www.uscis.gov/humanitarian/refugees-asylum/asylum/obtaining-asylum-united-states 

[5]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2019. “Information on UNHCR Resettlement.” https://www.unhcr.org/en-us/information-on-unhcr-resettlement.html

[6]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2019. “Less than 5 per cent of global refugee resettlement needs met last year.” https://www.unhcr.org/en-us/news/briefing/2019/2/5c6bc9704/5-cent-global-refugee-resettlement-needs-met-yea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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