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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 Jun 05. 2019

인수합병(M&A)과 경쟁법

by 오소영

사전신고 제도와 인수합병


두 회사가 하나의 회사로 합쳐지는 일들이 종종 있는데,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경영권을 가져옴으로써 하나의 기업이 되는 것을 인수(acquision), 두 개의 기업이 하나로 합체하는 것을 합병(merger)이라고 한다. 이를 통틀어 M&A(인수 합병 또는 결합)라고 부른다. 보통 경쟁법 내에서 가장 문제 되는 결합의 종류라 하면 수평적 결합(horizontal merger)이다. [1] 수평적 결합은 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경쟁사들이 결합하는 상황으로, 결합 이전보다 경쟁자의 수가 줄어듦과 동시에 결합한 회사가 이전에 비해 높은 시장력 갖게 되기 때문에 경쟁을 저하할 가능성이 있어 가장 주된 규제 대상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Hart-Scott-Rodino Antitrust Improvements Act of 1976 (이하 “HRS”) 사전신고 제도를 통해 기업 간의 결합을 규제하고 있다. 결합하는 회사 당사자가 미 경쟁법을 집행하는 두 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 Federal Trade Commission, 이하 “FTC”)와 미 법무부 (Department of Justice, 이하 “DOJ”)에 자발적으로 결합 의사와 관련 정보를 신고하여 인수 및 합병 허락을 받아내는 방식이다. 모든 기업 간의 결합이 사전신고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2월 19일 새로 업데이트된 신고 기준에 따르면, 거래 규모가 USD 359.9 million(약 4천3백억 원) 이상인 경우는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하며, 결합 규모가 USD 90 million(약 천억) 초과 USD 359.9(약 4천3백억 원) million 미만의 경우 당사자 요건 테스트 (size-of-person test)를 충족하는 경우에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당사자 요건 테스트는 결합하는 한 기업의 총자산 또는 총매출액이 USD 180 million (약 2천억 원) 이상이고, 다른 기업의 총자산 또는 총매출액이 USD 18 million(약 2백억 원) 이상인 경우 해당 테스트가 충족된다고 보고 있다.


사전신고 대상 기업들은 두 개의 집행 기관 모두에게 회사와 산업 정보 등을 제출하여야 한다. 두 개의 집행기관이 둘 다 심사를 하는 것은 아니고, FTC 또는 DOJ 하나의 기관이 조사를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FTC와 DOJ가 의논하여 누가 특정 사건을 조사할 것인지 정하는데 이를 ‘clearance process’라고 한다. 집행기관은 서류 제출 완료 시점 기준으로 30일 이내에 심사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 기간은 대기기간(Waiting Period)이라고 한다. 이 30일의 대기기간이 정부 기관의 별다른 요구 또는 결합에 대한 이의 없이 흘러가면 비로소 기업 결합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심사하는 기관이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당사자들에게 추가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를 두 번째 요청(Second Request)이라고 부른다. 이 요청에 따라 추가 정보를 제출해야 할 의무가 당사들에게 있고 정보 제출 후 30일의 대기기간이 추가된다.


규제기관의 별다른 대응 없이 대기기간이 다 흐른 경우, 해당 기업들은 기업결합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규제기관이 기업결합이 이루어지면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미연방 법원에 행정 소송이 진행되기 전까지 일단 기업 결합을 막는 금지 명령 요청을 하게 된다. 때로는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고, 담당 규제기관과 기업 당사자들 사이에 시장 경쟁 저하를 가져오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는 협상에 의한 동의 명령(consent decree)을 통해 인수합병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AT&T/DirecTV의 Time Warner 인수 사건에 대하여


2017년 11월 20일 미국 연방 법무부는 AT&T/DirecTV (통신 티비 미디어 회사)의 Time Warner (HBO, 영화 채널, CNN,  Warner Brothers 등을 보유한 미디어 기업)의 인수를 막기 위해 독과점 소송을 걸었다. 이 소송은  Clayton Act에 근거하여  해당 기업 결합이 경쟁 저하를 가져온다는 논리로 진행되었다. 기존 글에서 간략히 다룬 것과 같이 Clayton Act는 독점을 초래하거나 경쟁을 저해하는 합병을 규제하는 법이다. 이 사건은 수직적 기업 결합 사건으로 수평적 결합에 비해 정부기관에게 불리한 사건이었다. 수직적 결합은 수평적 결합과 달리 동일시장 내에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 간의 결합이 아닌, 공급자와 고객 관계에 있는 기업들 간의 결합으로, 특정 시작 내 경쟁이 줄어든다고 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수직적 결합으로 인한 경쟁 피해는 적다고 보고 이를 규제하는 명확한 기준또한 부족하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서 수직적 결합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었고 앞으로  더 분명한 기준들이 세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미 법무부는 이번 USD 108 billion 가치에 달하는 인수가 허용되면 결과적으로 미디어 시장 내 경쟁이 줄어들고, 미국 소비자들이 티비를 보기 위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게 될 것이며 미디어 시장의 발전이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이미 텔레비전 산업은 경쟁자 수가 적어 몇 기업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며,  Netflix, Amazon Prime과 같은 규모 있는 온라인 미디어 채널뿐 아니라,  Sling TV와 같은 새로운 온라인 채널들이 비교적 저렴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텔레비전 산업과의 경쟁을 가져와 소비자들이 이득을 보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2] 결국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의 결합을 허용하는 것은 온라인 미디어 개발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Time Warner 채널들이 결합 이전보다 가격을 높일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텔레비전 산업에서의 경쟁을 심히 저하시켜 결국엔 소비자에게 부담이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3]


소송 끝에 미 연방 DC 법원은 AT&T손을 들어줬는데, Judge Leon는 수직적 기업 결합이 경쟁 저하를 가져올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법무부가 제기한 경쟁 저하로 인한 사회적 손실보다 효율성에 의한 경제적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4] 이 결정에 대해 미 법무부는 항소했지만, 올해 2월 항소 법원에서  지방 법원의 결정을 확인함으로써 이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1] 최근 들어 수직적 합병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See e.g., FTC Hearing #5: Vertical Merger Analysis and the Role of the Consumer Welfare Standard in U.S. Antitrust Law, FTC, Nov. 1, 2019, https://www.ftc.gov/news-events/events-calendar/ftc-hearing-5-competition-consumer-protection-21st-century.

[2] Complaint, United States v. AT&T Inc., DirecTV Group Holdings, LLC, and Time Warner Inc. (November 20,

2017), No. 1:17-cv-02511-RJL, available at https://www.justice.gov/atr/case-document/file/1012916/download.

[3] Id.

[4] United States v. AT&T Inc., DirecTV Group Holdings, LLC, and Time Warner Inc. (D.D.C., 2018), No. 1:17-cv02511-RJL, available at https://ecf.dcd.uscourts.gov/cgi-bin/show_public_doc? 2017 cv251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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