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소 Nov 17. 2018

영미 경쟁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국 정유회사들의 담합

by 오소영



이번 달 미국 연방 법무부는 한국의 3개의 정유사들이 주한미군을 상대로 기름값을 담합해 왔다는 근거로, 미국 오하이오 남부 지방 법원에 한국 내 3개의 정유회사, SK에너지와 GS칼텍스, 한진 3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3개의 회사가 최소 2005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담합을 통해 기름 공급 가격을 조정하고 입찰을 조작하여 경쟁을 저해함으로써 Sherman Act 제1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1]  미국 경쟁법 아래에서 민사와 형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3사 모두 유죄 인정(guilty plea)과 동시에 범칙금과 손해배상금을 합한 금액인 2억 3600만 달러 (약 2670억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미 법무부의 고소장에 따르면, 이 정유회사들은 이메일, 전화 통화, 미팅을 통해 담합을 공모했으며, 이를 통해 한 정유회사가 특정 입찰건에서 낙찰할 수 있도록 나머지 회사들은 입찰을 하지 않거나 더 높은 입찰 가격을 제시했다. 또한 경쟁 가격 이상으로 입찰 가격을 상향 조정하여, 가격 경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입찰을 통해 높은 수익을 누려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가격 담합이 아닌 입찰 가격과 과정을 조작한 사건으로 이를 bid rigging이라고 한다. Bid Rigging이란, 보통 '입찰을 통한 계약'은 입찰을 통해 더 낮은 가격을 제출한 기업을 선정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경쟁자들이 담합하여 가격을 조정하고 낙찰자를 본인들이 정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예로는 돌아가면서 낙찰되도록 조절하는 행위(bid rotation), 특정 경쟁자가 입찰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행위(bid suppression),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선정되지 않을 입찰 금액을 제출하는 행위(complementary  bid)등의 불법 bid rigging 행위들이 있다.


Sherman Act 제1조는 이번 사건과 같이 경쟁해야 할 회사들이 서로 협력하여 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금한다. 경쟁자들이 가격을 고정시키는 행위는 대게 불법으로 민사소송뿐 아니라 형사 소송으로도 이어진다. 이는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정한 가격이 경쟁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하여 지불하는데, 가격 담합 행위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배신할 뿐 아니라 소비자로 하여금 더 큰 금액을 지불하게끔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명백한 피해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담합으로 기소된 기업들이 주장할 수 있는 변론들은 제한적이다. 담합한 가격이 합리적이라던지, 경쟁 가격과 다르지 않다던지, 결과적으로 경쟁을 저하시키지 않았다와 같은 변론은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서 생기는 질문은 도대체 어떻게 담합을 잡아 낼 수 있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보통 담합 행위는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특정 상품 또는 서비스의 가격이 기업들의 불법 담합을 통해 정했는지, 자연스럽게 시장 상황에 따라 정해진 것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실제 담합을 하기로 한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가 어렵고, 동일한 가격 변동의 패턴 또는 낙찰되는 회사들이 돌아가면서 선정되도록 하는 입찰 패턴과 같은 '정황적 증거'들의 조합을 통해 담합을 잡아내는 경우들이 많다. [2] 같은 맥락에서, 미국 경쟁법은 카르텔 즉 담합과 같은 경우 담합에 동참한 회사 중 가장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불법 행위를 공개하는 회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linenincy program을 실행하고 있다. 회사들로 하여금 최대한 서로 믿지 못하고 경쟁을 하도록 함과 동시에, 담합을 적발하기 위한 수단이다.


위 3사는 미국 법무부의 조치에 바로 혐의를 인정했는데, 어쩌면 미국 경쟁법에서의 징벌적 배상 제도 때문에 2670억 원이라는 많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징벌적 배상 제도란 특정 위법 행위의 배상 금액을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이 부과하는 제도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Clayton Act 제4조에 따라 미국 국가가 경쟁법 위반으로 인해 손해를 입고 경쟁법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실제 손해액의 3배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1]  기업 간의 계약, 협력, 모의가 특정 시장 거래(trade)를 저해시켜 경쟁을 저하시키는 것을 막는 조항.

[2] 정황적 증거가 직접적 증거에 비해 증거로서의 타당성이나 증거법에 따른 증거능력이 덜 한 것은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삼성/엘지 세탁기에 대한 무역조치 관세와 경쟁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