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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 Oct 27. 2018

삼성/엘지 세탁기에 대한 무역조치 관세와 경쟁법

"누구를 위한 세이프가드?"                 by 오소영


    올해 초, 2018년 1월 22일, 미국 정부는 삼성, LG 등 외국 대형 가정용 세탁기(large residential washer)와 태양광 패널 (crystalline silicon photovoltaic cell)에 대해 세이프가드(Safeguard) 조치를 시행했다. 상당히 높은 관세를 부과한 이번 조치에 따라, 대형 가정용 세탁기 첫 120만 대를 기준으로 첫 1년은 20%, 다음 해는 18%, 그 후 마지막 해는 16% 씩 총 3년에 걸쳐 관세를 부과하며, 120만 대를 초과할 경우 50%, 45%, 40%로 관세율을 부과하게 된다. 또한 세탁기 완제품 외의 관련 부품에 대해서도 정해진 물량을 넘을 경우 위와 동일한 초과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 통상법 201조에 근거하는 이 세이프가드 조치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이하 “ITC”)에서 수입 증가량이 미국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 판단할 경우, 이에 맞는 관세율 등의 조치에 대한 권고안을 대통령에게 제출하고,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조치이다. 이번 무역 조치는 현 미국 정부의 내수시장 보호와 수입제한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고,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이슈가 있다. 본 글은 그 여러 가지 이슈 중, 이번 조치와 미국 경쟁법과의 관계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먼저 미국의 통상법 201조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세이프가드 수입 제한으로 불리는 미 통상법 201조 (Section 201 of the Trade Act of 1974)는, 수입 증가로 인해 미국 내 산업이 중대한 피해를 입거나,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세이프가드 조치의 절차는 (1) 청원서 제출 단계 → (2) ITC의 피해조사 단계 (injury phase) → (3) ITC의 구제조치 (remedy phase) 및 대통령에게 보고 및 제안하는 단계 → (4) 대통령의 최종 결정 단계로, 총 4개의 단계로 이뤄져 있다.


    피해조사 단계 Injury phase

청원서가 제출되면 ITC는 조사 여부를 결정한 후 증가한 수입이 해당 산업에 심각한(serious) 피해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관계성을 조사하는 피해 조사 단계로 넘어간다. 이 단계는 청원서 제출 날짜로부터 120일 이내(특별히 복잡한 사건의 경우 150일)에 이뤄져야 하며, 중요한 것은 이 때 외국 회사의 불공정한 무역 활동 또는 덤핑(dumping) 없더라도, 수입의 증가가 국내 산업 피해의 상당한 요인(substantial cause)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상당한 요인이란, 국내 산업의 피해를 야기시키는 요인 중, 다른 요인에 비하여 피해에 공헌도가 더 낮지 않은  요인, 즉 더 크거나 같은 정도의 원인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구제조치 단계 Remedy Phase 및 대통령의 최종 결정.

위의 피해조사 단계에서 수입의 증가로 인한 피해가 있었고 그 이유가 상당한 이유라고 판단될 경우, 이에 맞는 구제 조치가 무엇인지 결정하는 구제 조치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이 구조 조치 단계에서 ITC는 최종 결정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된다. 이 단계는 청원서 제출 기준으로 18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ITC가 관세 부과 및 인상, 관세율 할당, 수입량 제한 등 다양한 구제조치를 대통령에게 제안하면, 대통령은 ITC 리포트, 구제조치의 효과성, 조치의 경제적 사회적 영향 등을 고려하여 최종 결정안 보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세이프가드 조치는 다소 극단적인 조치로서 흔하게 시행되는 무역조치가 아니다. 이번 조치 이전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의 철강 수입 제품에 부과한 관세 조치이다. 16년의 침묵을 깨고 트럼프 정부 아래, 2018년에만 총 2개의 통상법 201조 사건이 진행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세이프가드 조치가 현 트럼프 정부의 '무역을 통한 내수 산업 보호 정책'과 연관 있다고 보고 있다.1 


    세이프가드 조치와 경쟁법과의 관계 - (필자가 속한 American Antitrust Institute (이하 AAI)에서 이에 관련하여 2017년 12월에 U.S. Trade Representative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기반으로 설명해 보려 한다.)


    먼저 이 세이프가드의 목적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통상법 201조 세이프가드 조치는 미국 내 기업들이 수입 제품들과의 경쟁 환경에 잘 정착하도록 노력을 장려하고, 이들이 경제-사회적으로 실보다 득이 많도록 하는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2 또한 미국 통상법은 이러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시행하기 전, 대통령이 시장 경쟁 관련 요인를 포함한 다양한 요인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3 이는 세이프가드 조치가 경쟁을 저하하면서까지 실행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미국 통상법은 세이프가드 조치에 미국 산업에 가져오는 득과 그로 인해 미국 산업이 입게 되는 실을 저울질하는 과정(balancing)을 요구하고 있으며, 세이프가드 조치가 해당 법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 되거나, 이에 따른 경제-사회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결국 세이프가드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된다.


     구체적으로 통상법 2253(a)(2)(F)(ii)항은, 201조 세이프가드 조치가 미국 내 시장의 경쟁 수준과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명시되어있다.4 그 이유는, 세이프가드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 내 해당 산업 기업들은 수입 경쟁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이처럼 줄어든 수입 경쟁은 해당 산업을 독과점(monopolistic) 또는 과점(oligopolistic) 상태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과한 세이프가드 조치의 시행은, 산업 내 경쟁을 현저히 저하시켜 산업 내 기업들이 경쟁을 저해하는 행동(예를 들면 경쟁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측정)을 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 주고, 그로 인해 소비자 복지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가정용 세탁기 시장의 경우, 세이프가드 조치가 실행되면, 복점, 즉 두 개 (General Electric과 Whirlpool)의 실질적인 경쟁자만 남는 시장 집중 상황이 연출된다.5 해외에서 생산된 세탁기들의 공급량은 세이프가드 조치로 인해 그 수가 제한될 것이며, 해외 경쟁사들의 미국 수출 위축에 따라 미국 내 세탁기 시장은 최소 향후 3년 동안 General Electric과 Whirlpool 둘만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와 같은 경쟁적 요인을 고려해 이번 세이프가드 구제조치 제안 (ITC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보고서 기준)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AAI의 주장이었다.  


    이번 세이프 조치가 있기 전, 2006년, 가정용 세탁기 제조회사인 Whirlpool과 Maytag의 합병 당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미국 가정용 세탁기 시장은 경쟁자 수가 4개의 회사에서 3개로 그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었고,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미국 연방 크레이턴 법 (Clayton Act)의 7조항에 준거, 해당 합병이 금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6 하지만 미국 연방 법무부 (U.S. Justice Department)는 해당 합병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결국 합병은 이뤄졌다. 당시 연방 법무부의 의견에 따르면 법무부가 당시 합병을 제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경쟁자 수가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멕시코나 해외에서 생산 및 수입되는 제품들과의 경쟁이 잔존하기 때문에, 3개의 경쟁자가 경쟁 가격 이상으로 제품 가격을 높일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 했기 때문이었다.7 이 논리를 따르면,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12년 전 두 회사의 합병의 합법성의 근거가 되었던 그 수입 경쟁을 감소시킴으로써, 이제야 비로소 3명의 경쟁자가 시장 경쟁 감소에 따른 혜택을 맛볼 수 있는 장을 열어 주는 셈이 된 것이다.





1. Julia Pyper, The Messy Politics Surrounding the Solar Trade Case, Greentech Media (August 15, 2017).

2. 19 U.S.C. §  2253(a)(2).

3. “facilitate efforts by the domestic industry to make a positive adjustment to import competition and provide greater economic and social benefits than costs.” 19 U.S.C. § 2251(a) (2017).  

4. 19 U.S.C. § 2253(a)(2)(F)(ii).

5. Sears Post-Hearing Remedy Br. at 3, n.8.

6. 경쟁을 심히 저하시키고, 독과점을 야기시킬 가능 성이 높음 인수 합병을 금하는 조항.

7. Press Release, U.S. Dep’t of Justice, Antitrust Div., Department of Justice Antitrust Division Statement on the Closing of Its Investigation of Whirlpool’s Acquisition of Maytag (Mar. 2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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