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만난 고향의 맛
딱시! 딱시! 탁시도 아니고 거의 딱-시였다. 택시를 타라고 부서진 보도블록 위를 지나갈 때마다 부르는 아저씨들, 넘치는 비건 카페, 밤이면 우수수 떨어질듯한 별들까지 게다가 히피들이 많은 도시라더니 과연 그 말이 맞았다. 이제는 빵빵 거리는 경적소리 조차도 거슬리지 않을 만큼 우붓에 익숙해졌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테라스 카페에 가만히 앉아 하염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차가운 맥주에 그리스식 꼬지 요리를 먹다 보면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을 것만 같았다. 이런 게 인생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붓에서 만난 한국의 맛
처음 먹어봤는데 어쩐지 익숙한 맛이다. 생긴 것도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겁이 많아 옆에 있던 친구한테 먼저 먹어보기를 권했다. 맛있게 먹는듯해 곧바로 한입 깨물어보니 쫄깃하고 단단한 맛이다.
콩으로 만든 발효음식으로 '뗌뻬'라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음식 중 하나다. 콩으로 만들다 보니 메주, 청국장과 비슷한 느낌인데 좀 더 고소한 맛이 강하다. 질감은 훨씬 단단하다!
뗌뻬는 자바섬에서 전통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콩을 재료로 한 고단백 음식이다. 두부와 같이 콩을 주재료로 사용하지만 단백질의 함유량은 두부보다 월등하고 강력한 섬유질과 비타민 함류량도 훨씬 높다. 이 점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에게는 고영양 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별칭이 "자바의 고기" 기도 하다. 가끔 너무 낮은 온도나 높은 온도에서 표면이 회색이나 검은빛을 띠기도 하지만 해로운 것은 아니다. 참고로, 좋은 품질의 뗌뻬는 하얀색을 띤다고 한다.
땜뻬를 만드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불린 콩에 메주를 섞어 메주에 있는 몸에 좋은 균을 발효시킨다.
2. 콩을 바나나 잎에 싸서 이쑤시개로 고정한 후 약 2일 정도 발효시킨다.
3. 전분을 넣고 발효시킨 뗌뻬를 잘라 튀김용 뗌뻬를 만든다
이렇게 땜뻬가 다 만들어지면 굽거나 얇게 썰어서 기름에 튀겨 먹는다.
아 우붓에는 비건 카페, 레스토랑도 많고 어딜 가도 비건 친화적인 옵션이 많다. 당연히 뗌뻬를 맛볼 수 있는 곳도 많지만 오늘 리뷰한 곳은 '얼스카페&마켓'이라는 곳이다. 출판한 책에도 자세히 적기는 했지만 2층으로 되어있어 분위기도 좋고, 같이 먹었던 예루살렘 랩도 진짜 맛있었다!
프랑스에서 비프 부르기뇽을 먹었을 때나, 독일에서 슈니첼을 먹었을 때, 우붓에서 뗌뻬를 먹었을 때나 어딘가 익숙한 맛이 나면 역시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쩐지 덜 외로운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