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의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갑자기...? 몰라... 크게 써서.. 100만 원...? 정도...?'라고 했던 대답이 만다파 이후로 바뀌었다.
이번에 숙박한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의 숙박 가격은 1박에 300만 원이 넘어가는, 세금 포함 시 약 330만 원 정도 되는 가격이었다. 이곳은 발리의 정글이자 예술도시로 유명한 우붓에 있는 최고급 호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물론 나는 부자가 아니라 엄청나게 큰 가격이었다. 300만 원은 어쩌면 누군가의 월급일 수도 있고, 몇 달간의 월세일 수도 있고 PT를 40번은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호캉스라는 경험에 얼마 정도를 쓰는 게 적당한지는 개인마다 달라서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나 역시 예전에는 '호텔은 잠만 자는 곳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습기 가득한 이불과 모기에 밤새 뜯기는 경험을 하고 나서는 아무 곳에서나 자고 싶지 않다로 바뀌었다. 게다가 호텔이라는 공간을 잘 뜯어보면 룸, 조식당, 스파, 헬스장, 산책로 등 모든 공간이 투숙객의 경험과 호텔의 빠릿빠릿한 운영을 위해 설계된 공간인 것을 느낄 수 있다. 만다파 우붓에 숙박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이게 진짜 호캉스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
발리에 신혼여행을 간다면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호텔이다. 신혼여행은 이미 하와이로 다녀왔지만... 발리로 신혼여행을 왔다면 무조건 만다파를 선택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1박에 평균 300만 원이 넘어가는 높은 가격이니 당연히 기대를 많이 했다. 보통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기대 이상이었다.
여행을 가면 아무리 좋은 호텔을 예약해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현지 문화를 탐방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호텔 안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구나 하고 느꼈다.
RECEPTION 리셉션: 당신의 버틀러를 소개합니다.
로비에서부터 놀랐다. 우붓에 분명 여러 번 왔는데 처음 같았다.
깎아지른듯한 높은 뷰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마치 숨겨진 새로운 세계에 온 것 같았다. 상큼한 라임과 코코넛이 들어간 웰컴 드링크를 마시며 만다파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리츠칼튼은 고급 호텔로 워낙 유명한 브랜드이기도 하고 사실 누사두아에도 있다. 그러나 리저브와 리츠칼튼은 전혀 다르다. 발리를 포함해서 리저브는 전 세계에 딱 5개밖에 없는 곳이다.
객실마다 개인 버틀러가 지정되는데 로비에서 버틀러와 함께 인사를 나누게 된다.
체크인부터 시작해서 짐 풀기, 호텔 소개, 버기카, 로컬 관광지 추천 등 체크아웃까지 모든 것을 버틀러가 도와준다. 물론 0번을 눌러 다른 분께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개인 취향이나 상황을 다시 설명할 필요 없이 체크아웃까지 전용 버틀러가 생기는 것이다!
이번 스테이 동안에는 너무 친절하고 따스한 셜린을 버틀러로 소개받게 되었다.
'Mandapa' 만다파는 힌두사원 건축에서 예배나 의식을 준비하는 장방형 공간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다. 그 상징적인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를 건축했다고 한다. 이 넓은 공간에 객실은 딱 60개밖에 없고, 버기카 및 모든 서비스는 당연히 24시간 운영된다.
ROOM (빌라) 내부
숙소타입: 원 베드룸 풀빌라
크기: 약 130평 정도
구성: 거실, 객실, 수영장, 정원
버틀러 셜린과 함께 버기카를 타고 개인 빌라(숙소)로 이동을 했다. 예약한 숙소는 원베드룸 풀빌라고, 평수로 치환하면 약 130평 정도의 크기다.
세심한 배려
객실 (빌라)의 구성은 거실, 방, 수영장, 정원으로 되어있다. 거실을 굳이 따로 적은 이유는 수영장 옆에 별도로 거실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거실에도 티비 및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서 문을 닫고 밥을 먹거나 수영하다 쉬기에 좋다. 사실 수영장에 다녀오면 물에 젖고 배가 고파도 당장 방에 들어오기는 번거롭다. 혹은 룸서비스를 시킬 경우, 음식 냄새가 날 수 있어 다른 방에서 먹고 싶을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거실과 룸을 아예 별도로 마련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방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킹사이즈 베드와 소파, 테이블, 욕실, 티비, 미니바, 냉장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 인테리어에 있는 것들은 모두 발리 로컬 아티스트가 한 땀 한 땀 손으로 직접 짜고 그린 작품으로 각 작업마다 약 6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말해주셨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베딩이나 객실 습기, 온도가 머무르는 동안 완벽했다. 베딩은 편안했고 무엇보다 방이 청결했다.
발리니스 로컬 문화
방 내부는 현대적이면서도 일명 '발리'스러웠다. 일반적인 호텔과는 다르게 발리 로컬 아티스트가 직접 그리고 만든 작품으로 디자인을 해두었다. 그래서 그런지 독특하면서도 그림과 베딩의 자수를 살펴보며 발리만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천장은 발리의 전통가옥처럼 높아 개방감이 느껴졌다. 선별한 웰컴프룻에도 하나하나 설명을 적어두었고, 만다파의 지도와 우붓에서 가볼 만한 곳이 그려진 로컬 지도를 같이 주었다. 또 방에는 사롱 sarong이 놓여있었다. 사롱은 주로 하반신에 두르는 천이 자 전통 의상인데 사원에 기도를 드리러 갈 때 발리힌두교들이 착용하는 것이다. 덕분에 발리 문화를 투숙과 함께 빠르게 알 수 있었다.
BATH 욕실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발리는 건기와 우기가 있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역시 덥다.
그래서 대부분의 호텔은 화장실과 방 두 곳에 모두 에어컨을 따로 둔다. 만다파 역시 에어컨과 조절기를 별도로 두었는데 이점은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욕실 크기가 역시 거의 방 사이즈만 했다. 큰 욕조와 함께 샤워실, 화장실이 있었다. 모든 공간에서 자연광과 외부 플랜테리어를 통해 우붓의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화장실인데 답답하거나 꽉 막힌 느낌이 하나도 없이 쾌적한데 마치 외부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내 샤워실에서 문을 한번 더 열면 야외 샤워실로도 연결이 된다.
POOL (풀빌라 내부 / 메인풀)
풀빌라 내부 수영장
크기: 약 9평
너무 만족스러웠던 수영장
완벽하게 프라이빗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여행을 가서도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고, 다른 여행객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온전히 우붓의 자연을 호젓하게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울창한 우붓의 나무와 새소리 그리고 해가 뜨고 지는 변화가 시시각각으로 수영장 물에 반사되었다.
발리 여행동안 호텔과 풀빌라를 섞어서 이용했는데 만다파의 수영장이 가장 컸다. 개인 객실의 수영장인데도 9평 정도가 돼서 정말 수영을 할 수 있는 크기였다. 결국 메인풀은 다음 날 조식을 먹으며 구경만 하고, 사용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투숙객이 개인 빌라의 풀을 사용해서 그런지 메인풀은 오히려 사람이 없었다.
여기가 메인풀이다. 만다파는 부지가 굉장히 커서 호텔 안에 논이 있고,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도 있다. 크다 보니 로비에 가든 조식을 먹는 모두 버기카를 타고 다니는데 메인 풀 아래로 내려가면 호텔 내 논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BREAKFAST: 여행의 완성, 조식
편안하고 즐거워서 그랬는지 우붓의 에너지를 받았다. 우붓 Ubud이라는 지명도 치유(Ubad; 우밧)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우붓의 힐링에너지를 듬뿍 받은 느낌이었다.
진짜 새소리를 들으며 따스한 햇빛을 보면서 일어났다. 이런 경험이 아 내가 한국이 아니구나 하고 한번 더 실감 나게 했다. 대충 눈만 슥슥 닦고 조식을 먹으러 갔는데 조식당 뷰가 또 감동이었다. 사진에 담기지는 않지만 아융강을 바라보는 뷰로 시원하지만 시끄럽지 않은 물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맛있기는 하지만 호텔 조식은 사실 비슷비슷한 메뉴다. 휴가의 마지막이라 호텔 조식에 질려가던 차였는데 이곳의 아침은 또 이마를 때려 맞은 기분이었다.
조식은 뷔페와 A la Carte 알라카르테 (일품요리 / 맞춤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알라카르테 메뉴판을 받았는데 푸아그라와 캐비어가 있었다. 여기... 먹을 거에 진심이다. 그렇다고 뷔페메뉴도 절대 대충이지 않았다. 정말 신선한 사시미부터 당도를 선별한 계절과일, 요구르트, 초밥, 패스츄리류 등 다 맛이 보장된 음식들이 있었다.
에그 베네딕트도 있었지만 다른 곳과는 다르게 크랩 베네딕트, 코코넛 프렌치토스트 등 만다파만의 터치가 들어간 메뉴들이었다. 코코넛과 잭프룻이 들어간 프렌치토스트도 추가했는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메뉴와 브런치 카페를 내줬으면 하는 그런 맛이었다.
SPA 스파
무엇보다 이곳에 온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스파다.
발리에는 당연히 좋은 스파가 많지만, 만다파의 스파는 또 달랐다. 체크인했던 날 이미 모든 스파가 풀이라 뭔가.. 좋은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고 다음 날 겨우 예약을 해서 받으러 갔다.
아융강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고스란히 아융강과 우붓의 정글스러움을 같이 즐길 수가 있었다.
실내에 있지만 마치 자연 속에서 마사지를 받는 기분이었다. 족욕이 끝나고 나서는 문을 닫고 마사지를 받았는데 마사지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스파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다.
마사지가 끝이 나면 옷을 갈아입고 Relaxation Room으로 이동한다. 래프팅을 하는 사람들이 보여서 손을 흔들어 한참 인사를 하기도 했다. 간단한 간식과 따뜻한 생강차를 내어주는데 마사지를 받은 뒤 여유를 즐기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좋았다.
만다파에 머무르는 동안 완벽한 휴가를 만들어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숙박 공간이 아니라 우붓만의 로컬 분위기와 고급 호텔에서의 숙박경험이 잘 섞여 들어가서 밖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정말 한순간도 들지 않았다. 만다파 내부에 논도 있고, 사원도 있고 부지가 정말 커서 이 하나가 마치 빌리지 같았다. 남편과 둘 다 이건 정말 좋은 경험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자주 갈 수 있는 가격대는 아니지만 특별한 경험이 필요하다면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를 적극 추천한다.
Mandapa, a Ritz-Carlton Reserve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
�주소: Jl. Raya Kedewatan, Banjar, Kedewatan, Kecamatan Ubud, Kabupaten Gianyar, Bali
�번호: +62 361 4792777
�가격: 풀빌라 기준 1박 약 300 만원 (성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