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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Feb 04. 2024

극장 제작 비하인드 - 제품편 (게스트: 혜린, 지우)

무비랜드 라디오 EP3


극장 비하인드 두번째는 제품편. 언제나 발을 동동 구르며 만들게되는 제품. 무비랜드의 기념품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게 됐는지. 기획자 지우, 디자이너 혜린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았다.



소호: 사실 지난편에 이어서 동시 녹음하고 있습니다. 마치 일주일 지난 것처럼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품 얘기는 어떤 포인트로 얘기해보면 좋을까요?


모춘: 우리한테 제품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 왜 제품을 만들지? 그런 뜬구름을 한번 잡아보고 싶고. 또 하나는 지난주에 얘기했듯 수작업 중심의 작업. 그리고 모베러웍스의 심볼 모조를 굉장히 축약해서 보여주고 있는 스타일적인 실험? 쉽지 않은 과정인데 그걸 온 몸으로 받고 있는 담당자들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소호: 저희가 처음 티셔츠 만들면서 되게 당당하게 '우리는 티셔츠를 만들지 않는다, 메시지를 판다'고 했잖아요. 그때 어떤 생각이셨어요?


모춘: 그런 생각이었어요. 메시지를 판다. 가격으로 보면 더 합리적인 것들이 많고 그래픽 디자인, 퀄리티 적으로도 훨씬 훌륭한 것들이 많고. 그러면 우리는 어떤 걸 해야 할까? 그랬을 때 '우리 생각'? 그런 거였어요. 문장만 들으면 느끼하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우리가 어떤 생각을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소호: 티셔츠가 백지같기도 해요. 캔버스. 


모춘: 포스터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극장을 하자고 했을 때 가장 기대했던 것도 영화를 우리 식대로 그려 보는 거. 포스터 작업들. 그런 생각에서 발전된 게 '기념품'이라는 개념.


소호: 굿즈가 아니다. 기념품이다.


모춘: 저는 사회 나와서 쇼핑을 극단적으로 안했거든요. 유니클로에서도 좌판. 여름에 다 샌들 신고 다닐때 365일 워커. 그랬는데 돈을 어떤식으로 썼냐면 여행을 갔을 때 1년 치를 샀던 거 같아요. 무식할 수도 있는데 그때 왜 내 지갑이 열렸을까? 그 자린고비가? 이유가 퀄리티나 디자인이 아니었던 거죠. 그 순간과 시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간다고 하면 거기서 판매되는 제품들도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제품들은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그런 제품들을 구매했던 것 같고, 돌아오면 그 제품들이 내 생활의 기분과도 연결되더라고요.


소호: 저도 어떤 물건을 좋아하고 주변에 두냐 생각해보면, 그 물건만 봐도 그 시간으로 점프를 하게되는 것들이에요. 도쿄의 블루노트라는 공간을 좋아하는데 거기서 산 것도 아니고 나눠주는 좌석 번호표를 사무실 자리에 둬요. 일하다가도 문득문득 그때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모춘: 그때 팔자 좋았지 하면서?


소호: 그때 좋았지 이러면서. 그런 것들을 좀 만들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디즈니랜드 갔을 때 좀 충격적이었던 게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이 돌아다니면서 '너 처음왔어?' 이러면서 'First Visit' 배지를 나눠주는데 그게 기분이 너무 좋은 거에요. 근데 그 사람이 생일인 사람들한테는 생일 배지를 나눠주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구라쳤잖아 생일이라고.


모춘: 그게 퀄리티로 보면 조악한데 그 순간이 만들어내는 무드, 그런 것들이 합쳐지는 것 같아요.


소호:  언젠가 내가 공간 만들면 꼭 하고 싶었던 게 첫 방문 배지여서 준비를 하고 있죠. 또 예전에 도쿄에 작은 극장을 적이 있는데 거기서 팝콘이 그려진 티셔츠를 팔고 있는데 그게 너무 귀여운 거예요. 극장이기 때문에 재밌게 느껴지는 제품이잖아요. 그런 걸 살려서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스테레오타입의 뻔함에서 나오는 재미들. 



모춘: 그래서 어떤 제품들 만들고 있는지?


소호: 사실 종류가 많이 없긴해요. 베이직한 아이템 위주로 반팔 티셔츠, 캔버스 백, 그리고 모자 3종. 그리고 그 3종이 이야기를 담고 있죠. 


모춘: 그 얘기를 한번 해볼까요? 모베러웍스의 페르소나로 상정했던 건 '프리워커'라는 개념이었잖아요. 무비랜드의 페르소나는 누굴까? 그래서 세명의 친구들을 생각을 해봤는데. 


소호: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작은 영화관이라고 하면 독립 영화관 혹은 예술 영화관. 거기서는 팝콘도 못먹는다고 해요.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된다고. 근데 저는 그런 장벽이 없었으면 좋겠고. 어느날은 팝콘 먹고 싶어서 영화관 가기도 하잖아요. 그런 '스낵 킬러'들도 오는 곳이면 좋겠다. 그래서 첫번째 페르소나가 '스낵 킬러', 먹보. 두번째는 '헤비 스포일러'. 저희가 구작을 틀잖아요. 사실상 다 아는 내용이기도 하고. 라디오로도 저희가 스포하기도 하고. 우리 극장에 오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관점에서. 마지막은 '트래시 콜렉터'죠?


모춘: 아까 디즈니랜드에서의 경험에서 연결돼요. 누군가 보면 그런걸 왜 사냐? 할수도 있지만 개인에게 의미있는 것들이잖아요. 회사에도 보면 디자이너들 자리에 피규어같은 것 올려두는 거 아시죠. 쓸모없지만 예쁜 쓰레기. 이 세명의 친구들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뜨내기들은 이 영화관의 주인공일 수 없어?' 같은 거였습니다. 한숨 자러 오거나 떠들고 싶어서 오거나. 그게 누구든 모든 사람들을 환영하는 공간이고 싶었어요. 어쩌면 극장업의 마이너리그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도 하고요. 이걸 모티브로 작업 중입니다. 1번이 모자였고 이게 확장될 예정이에요. 저희는 이 삼총사를 'Masters of Movie Land'라고 부르고 있어요.


소호: 오셔서 나는 스낵 킬러, 헤비 스포일러 이런 식으로 매칭해서 보셔도 재밌을 것 같아요.


모춘: 컵은 어떻게 모티브를 잡았어요?


소호: 전 컵이 되게 많거든요. 실제로 트래시 콜렉터인데. 실제로 쓸 수있는 컵을 만들고 싶었어요. 단지 로고만 박혀있는 건 의미없고, 영화관이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컵. 영화관을 연상시키는 문구들을 쓰려고 했고 그래서 하나는 'Killing Tim'이라고 적혀있어요.


모춘: 이것도 좀 삐딱한. 그냥 시간 죽이러 오셔도 된다는.


소호: 또 하나는 명대사. 'Life isn't like in the movie' 삶이란 영화같지 않아. 이런 문구를 적어봤습니다. 영화관 왔는데 사는 게 영화같지 않다는 문구가 쓰여있으면 재밌을 거 같았어요. 본격적인 얘기는 실무 담당하고 있는 지우, 혜린님 모시고 이야기 해볼까요?



지우: 안녕하세요. 방금 권피디로 있다가 게스트로 넘어온 무비랜드 권지우입니다.


혜린: 안녕하세요. 혜린입니다. 제품들과 패키지 작업하고 있습니다.


모춘: 피눈물 흘리고 있잖아요. 어때요?


지우: 제품이 진짜 어려운 영역인 거 같아요. 실물을 다룬다는 것.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계속 사용하시는 물건이잖아요. 되게 부담이 많은 작업이에요. 기념품을 지향해서 퀄리티보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필요한 퀄리티가 있잖아요. 그런 완성도를 챙기려면 평소에도 제품을 많이 구매해보고 해야 올라가는 감도 같아서..


소호: 그래서 제품 포비아가 생겼다고. 


혜린: 실물을 마주해야만 알 수 있어서 어려운 것 같아요. 항상 상상이랑 다르잖아요. 게다가 소량이어서 생산이 어렵다거나 구현이 어렵다거나. 


모춘: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언제예요?


지우: 티셔츠나 모자는 계속 했던 제품이라 많은 어려움은 없었는데 오히려 작은 제품이 어렵더라고요. 예를 들어 라이터 같은. 저희가 원하는 퀄리티의 제품은 해외에 있는데 라이터는 해외 배송이 안되고. 국내 시장에서 파는 것들은 샘플 구매가 안되기도 하고. 실제로 만들었다가 전량 폐기하기도 했어요. 


소호: 제품이라는 게 단가와의 싸움. 마음에 들면 제작비가 너무 비싸서 판가가 너무 높아지고.


지우: 패키지도 신경쓰고 있는데, 라이터같은 경우도 포장 신경쓰려고 하면 라이터보다 몇배가 되는 패키지 가격이 나오기도 하고. 


혜린: 구현하고 싶은 이미지가 있는데 그 이미지를 구현하려면 현재 판매하지 않는 기계로 만들어야 한다던지. 빈티지 톤을 만들고 싶은데 조색같은 게 어렵다거나. 


모춘: 이번에는 특히 어려운 것 같기도 해요. 기존 모베러웍스에서 보여줬던 그래픽 스타일이랑 달라지기도 했고. 


소호: 모베러웍스에서는 카툰 스타일로 하다가 무비랜드는 좀더 정적이고 정제된 스타일로 하잖아요. 어땠어요?


혜린: 스타일적인 테스트는 재미있었고. 어려웠던 부분은 모베러웍스의 경우에는 기준이 뚜렷한 면이 있는데 무비랜드는 기준이 없는 상태니까 제 마음대로 해야하는 상황에서 이것까지 해도 되나? 라는 게 있었죠. 제약이 없어서 오히려 어려운 지점들이 있었어요.


지우: 지금까지는 온라인으로 상품들이 개별적으로 판매되다보니까 전체적인 조화보다 개별 제품에 집중을 했는데 이번에는 공간에서 한꺼번에 보여지니까 전체적인 톤을 일관성있게 보여주는 쪽에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소호: 사라진 제품들도 많죠.


지우: 뷰마스터나 팝콘 키링.. 아쉽게 드랍된 제품들이 있긴 한데 공간이 장기적으로 운영될 거기 때문에 차근차근 아이디어들 풀어가는 기회가 될 거 같아서 좋아요. 길게 생각하게 되고. 나중에는 잘하는 팀이랑 같이 제품 만들어서 소개하는 것도 기대되고요.


모춘: 극장이 플랫폼 역할을 하듯이 제품도 협업을 통해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그런 것들이 기대되요.


소호: 연락 많이 주세요. (협업 환영) 저희가 제품에 깨알 디테일들도 좀 숨겨놨잖아요.


혜린: 무비랜드 티셔츠 넥 라벨에는 극장 에티켓을 쓰기도 하고. 케어 라벨 부분에는 쿠폰을 숨겨놨어요. 왼쪽? 오른쪽? 부분 케어 라벨 자세히 살펴보시면 무료 음료 쿠폰이 있습니다. 


소호: 이런 재미들이 숨겨져 있으니 꼭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주 공간편에 이어서 제품 이야기 했는데 관련해서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이 에피소드가 올라갈 즈음에는 또 진도가 많이 나가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들 차차 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무비랜드의 시네마 토크 서비스, 무비랜드 라디오였습니다. 감사합니다.




Moderator: Soho, MoChoon

Producer: Jiwoo Kwon

Engineer: Hoontaek Oh


© MOVIE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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