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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황 Nov 21. 2018

아디다스 런닝화와 출산율 그래프

아디다스 런닝화를 신으면 출산율 문제를 풀 수 있다?

2018년 교육부 통계자료를 살펴보는 중이다. 2000년에 한국에 출생신고된 이들은 63만 명 정도다. 이들 중 사망, 이민, 유학, 중퇴 등을 제외한 2018학년도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은 3학년 재학생은 57만2천21 명이다. 2018학년도 기준 전체 대학의 정원은 72만1천678 명이고, 2019학년도 대학 수학능력 평가에 응시한 지원자는 총 59만4천924 명이다. 대학 정원이 비슷하다는 가정을 하면 총 13만 명 정도의 공백이 생긴다. 2017년 기준 국내 대학 학부 전체의 유학생은 4만5천966 명이다. 1년 사이에 유학생의 증가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았다면 대학  입학 정원에 생긴 이 빈 공간은 곧장 한국의 대학들이 짊어져야 하는 심각한 문제로 자리잡게 된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인구의 감소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아마도 2000년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사회의 역사에서 마지막으로 60만 명 대의 출생자가 기록된 마지막 해가 될 것이다. 2001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55만4천895 명이 태어났고, 2001년은 50만 명 대의 출생자가 기록된 마지막 해다. 이후로 2016년에 40만6천200 명이 태어나는 16년 동안 해마다 40만 명 대의 한국인이 태어났다. 2017년에 이 40만 명 대의 기록도 깨졌다. 2017년엔 35만7천700 명이 태어났다.


정부는 호들갑이다. 출산율이 이렇게 떨어지면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체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위에서 언급한 대학만 봐도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하는 대학과 없어질 전공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철학과나 미학과 같은 곳에 누가 가겠는가. 대학은 당장 그런 전공의 교수 임용을 줄일 것이고 학생 정원이나 학교 차원의 지원을 점진적으로 줄이다가 언젠가는 아예 전공을 없애고 다른 전공과 통합할 것이다. 물론 이런 예측이 가능한 것은 비슷한 일들이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진행돼왔기 때문이다. 당장 대학의 위기는 대학가의 위기로 뻗는다. 대학 주변에서 상권을 형성하고 거기서 일상의 기반을 마련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위기 말이다. 뿐만 아니다. 당장 입시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 시장 전반에 걸쳐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상황을 가지고 메타적으로 문제를 유추하다가 보면 한국 사회 전체에 아주 긴밀하게 영향을 끼치는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거다. 그래서 정부가 호들갑을 떠는 거다.


정부가 참 이상한 게, 이게 갑자기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이명박 정부 때도, 박근혜-최순실 정부 때도 출생 인구 감소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 출생 인구 감소라는 문제를 하나의 시대적-사회적 현상으로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드는데 정부나 정치인이나 아무튼 이 문제를 거론하는 나이 50 넘은 저 기성세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 중에서 이걸 시대적-사회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이를 하나의 변화라 지적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나이 50 넘은 저 기성세대를 위해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특히 정부 관계자들과 정치인, 더 특별히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통령에게 친절하게 강조하지만, 이건 출생율 감소라는 ‘문제’가 아니라 출생율 감소라는 ‘변화’, 즉 인구감소라는 시대-사회적 변화다. 이해가 안 가면 얼른 외우길 바란다. 문제가 아니라 변화라고. 이건 해결해야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적어두는데, 어떤 정책의 개발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출생 인구를 다시 40만 명 대로 혹은 50만 명 대로 올리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 변화를 자꾸 문제로 인식하니 쓸데없는 해법들을 만들고 쓸데없는 곳에 돈을 쏟는다. 여러분은 이 ‘문제’라 여기는 현상을 ‘변화’로 인식하는 데 성공해야만 비로소 대응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아디다스는 무려 26년 만에 독일 현지에서 운동화 생산을 재가동했다. 1993년에 아시아의 싼 임금을 기반으로 세운 공장들에서 매년 수억 켤레의 운동화를 만들어왔지만 아시아의 임금이 점진적으로 오르면서 2020년대 즈음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으로 전망해 독일에서 자체 생산하는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물론 독일의 공장은 로봇 공장이다. 2016년 3분기에 500 켤레를 무인 시스템으로 시범 생산한 아디다스는 2017년부터 로봇에게 본격적인 대량생산을 맡겼다. 아디다스가 아시아의 임금 상승을 막을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건 당연한 시대-사회적 변화였기 때문에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이런 아디다스의 사례는 한국 사회에 변화의 인식과 대응이라는 훌륭한 교훈을 주면서 동시에 한국 사회 전면에 나서 4차 산업혁명을 외치는 정부와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뒤통수를 친다. 아디다스의 로봇 공장이 바로 그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면모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걱정하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고 다른 쪽에선 사람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하면 도대체 청년들에게 애를 낳으라는 말인가 낳지 말라는 말인가?


저 양반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동안 정작 미래 사회의 대안을 위해 풀어야 하는 작금의 문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다문화, 다문화 외치지만 정작 한국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지 않는 이들에게 아주 혹독한 사회다. 이만큼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가 대담하게 벌어지는 사회도 드물 것이다. 당장 인천 중학생 사망 사건만 봐도 아주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조만간 일본처럼 인력 시장을 해외에 전면 개방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텐데, 이런 나라에 와서 공부하고 이런 나라에 와서 일하고 싶겠나? 부동산은 도 어떤가? 앞으로 인구는 계속 줄 것이 분명한데, 서울에 만들어둔 이 수많은 집들엔 누가 들어가서 사나? 2018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만 빈집이 10만 호에 육박한다. 내일도 열심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대책 아닌 대책을 내놓고 돈을 쏟아 부을 한국 정부의 구성원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공무원들은 알랑가 모르겠다. 당신이 지난주에 산 그 아디다스 런닝화, 그거 로봇이 만든 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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