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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군 Jul 03. 2024

조짐(兆朕)의 어원과 진시황의 관계

알아두면 쓸모있는 고전인문

'OOO할 조짐이 보인다.' 
이런 말 자주 쓰잖아요.


조짐을 한자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짐 (兆朕) - 1.좋거나 나쁜 일이 생길 기미(幾微ㆍ機微)가 보이는 현상(現象).


그런데 저는 한번도 이 조짐이 한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만큼 어떤 의미인지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사마천의 사기 열전을 읽다가, 조짐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나온 부분이 있는데, 너무 흥미로웠어요. 이 단어가 진시황과 관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알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호해를 아시나요? 

호해는 진시황의 18번째 아들입니다. 우리에게는 진나라 2세황제이자, 진나라를 망하게한 폭군으로 알려져 있죠. 호해는 18번째 왕자인데다, 서자입니다. 그래서 원래는 황제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런 호해가 진시황에 이어 통일 진나라의 2번째 황제가 된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하고, 전국을 돌아보는 순행을 하게 됩니다. 순행 당시에 시황제의 첫번째 아들이었던 부소는 북쪽 국경지방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부소는 현명하고, 아마 황제가 됐다면, 진나라가 그렇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인물입니다. 부소는 진시황이 분서갱유로 유학자를 생매장하고 책을 불태울 때, 또한 혹독한 법치로 백성의 삶이 힘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진시황에게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충언을 올리는 아들이었습니다. 


진시황은 그런 부소를 화를 내며 국경으로 내칩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부소가 현명하고, 자신의 뒤를 이어서 통일 진나라를 이끌어 갈 재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국경은 중국을 벌벌떨게 하던 흉족과 마주해야했습니다. 흉족을 방어하고자 만리장성 축조를 진두지휘했던 '몽염'을 부소와 함께 보낸 것도 어찌보면 속으로는 부소가 황제가 될 경험을 직접 하도록 하기 위함이 속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시황제는 순행을 합니다. 그때 호해는 시황제를 졸라서 그 순행에 함께 합니다. 아들(왕자)중에서 유일하게 순행을 함께 합니다. 그리고 순행 도중 시황제는 죽습니다. 환관 조고는 시황제가 죽은 것을 비밀로 하고, 이사를 설득해서 음모를 꾸밉니다. 당시 한 여름이라 시황제의 시체가 부패하는 냄새가 지독 했습니다. 조고는 생선을 시황제의 어가 주위에 둬서 시체 썪는 냄새를 들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황제는 죽으면서 부소를 불러와 자신의 장례를 책임지게하고, 황제를 넘긴다는 칙서를 씁니다. 조고는 이를 위조해서 호해를 황제로 만들 음모를 꾸밉니다. 그러기 위해서 재상 이사를 설득합니다. 부소가 황제가 되면 몽염이 재상이 될 것이고, 그렇다면 당신의 자리가 그대로 있겠는가. 라는 말로 말이죠. 


시황제의 오른팔로 진나라의 전국통일을 이끈 명재상 이었던 이사는 그렇게 추락합니다. 이사는 조고의 꾀임에 넘어가 칙서를 위조합니다. 그리고 부소에게 보내서 부소는 자결하게 되고, 몽염 일가는 붙잡혀, 모두 죽게 됩니다. 그리고 호해는 시황제를 이어 통일 진나라의 2번째 황제가 됩니다. 이세 황제 입니다. 


호해가 황제가 되며 전권은 조고에게 갑니다. 조고는 호해를 위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권력에 방해가 될 사람은 모두 참혹하게 죽였습니다. 12명의 왕자와 10명의 공주를 모두 누명을 씌워 저잣거리에서 처참하게 죽였습니다. 유일하게 공자 '고'만이 도망치려다 자신이 도망치면 가족이 모두 잔인하게 죽을 것을 걱정해서, 호해에게 글을 올립니다. 아버지를 따라 죽지 못한 것이 불효이므로, 자신은 자결해서 효를 다하겠다는... 


호해는 기뻐하면서 큰 돈을 내려서 자신의 형의 죽음을 축하합니다. (하...) 진시황릉 옆에 발견된 무덤에서 엄청난 금화가 쏟아졌는데, 아마 그 무덤이 공자 '고'의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조고의 마지막 방해물은 재상 '이사'였습니다. 결국 이사는 조고에 의해 5대 혹형중 하나인 요참형으로 잔인하게 살해됩니다. 요참형은 허리를 잘라 죽이는 극형입니다. 물론 이사의 가족 모두 멸문지화를 겪습니다. 순간의 판단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모든 권력을 차지한 조고는 호해의 눈과 귀를 모두 가리기로 합니다. 호해를 위해 주지육림을 만들고, 그 진탕에 빠져서 호해가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든 다음, 호해를 위하는 척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천자가 존귀한 까닭은 신하들은 소리만 들을 뿐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천자는 스스로 짐(朕)이라고 일컬었습니다. 또 폐하께서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반드시 모든 일에 두루 능통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조정에 앉아 신하에 대한 견책이나 사람을 쓰는 문제에서 옳지 못한 점이 있다면 대신들에게 단점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는 폐하의 신성하고 영명하심을 천하에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니 폐하께서는 궁중 깊숙한 곳에서 팔짱을 끼고 계시면서 신과 볍률에 밝은 시중과 더불어 일을 기다렸다가 안건이 생기면 그것을 상의해서 처리하십시오. 이렇게 하면 대신들은 감히 의심스러운 일을 말하지 못하며, 온 천하가 훌륭한 군주라고 칭찬할 것 입니다." 

<사기 열전 1, P.688,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모든 일은 내가 앞에서 처리할 테니 황제는 뒤에 숨어 있으면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위엄함을 보이라는 그럴싸한 언변이었습니다. 여기서 조짐(兆朕)이란 단어가 등장합니다. 즉. 사물이 제 모습을 나타내기 전의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사물은 '황제'였다는 것을 이렇게 알게 됐습니다. 조짐의 '짐'이 황제가 자신을 일컷을 때 쓰는 '짐'이란 말과 동어라는 것도 말이죠. 


이후에 조고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권위가 황제를 능가함을 확인 위한 '쇼'를 합니다. 여기서 탄생한 고사성어가 바로 '지록위마 (指鹿爲馬)' 입니다.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한다는 뜻이죠. 이 처참한 상황을 그냥 글로만 읽어도 살이 떨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얼마안가 호해 또한 조고에 의해 살해 당합니다. 자결이라고 하지만, 살해가 맞죠. 


요즘 다시 사기 열전을 읽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의 제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 펼쳐 봅니다. 그 안에 담긴 수백년간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읽다보면 왠만한 자기계발서를 능가하는 생각의 힘을 얻게 되거든요. 


그러다가 이렇게 단어의 어원을 알게되는 재미도 있습니다. 


시황제는 자신이 아낀 아들에 의해서, 자신의 자식들이 모두 그렇게 잔인하게 죽을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결국 자신이 펼친 폭정이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영화 관상에서 한명회가 부관참시 당하는 장면이 오버랩 됩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었고, 승자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닌건 아닌거. 과하면 망한다는 진리앞에서 고개를 숙입니다. 정직하게 원칙을 지키고,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도록 매일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전이 최고의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저에게 그만한 내공과 영향력이 있어서 많은 분들께 영감을 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고, 배우고, 걸어가겠습니다. 


우리 함께 화이팅하고,
우리 함께 성공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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