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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군 Jun 29. 2024

<마케터의 반성문> 조괄의 함정에 빠지지 마세요.

조괄을 아시나요?

조괄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7개 국가중 하나인 조나라 사람 입니다. 중국인들에게 조괄은 무능한 사람의 전형으로 인식됩니다. 조괄이 누구지? 하는 분들도 이야기를 듣다보면, 언젠가 들었던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예요.

요즘 저는 다시 사마천의 사기를 읽고 있습니다. 사기 본기, 서, 세가, 표, 열전중에서 열전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사기 시리즈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편이 바로 이 '열전'인데요. 조괄은 열전에서 보면 크게 백기열전, 염파열전에서 다뤄집니다. 진나라 백기 장군과 조나라 염파 장군 사이에서 (나쁜 의미로) 신 스틸러로 등장하게 됩니다.


조괄의 아버지는 조사입니다. 조사는 조나라를 대표하는 명장이었습니다. 당시 조나라를 지탱하는 세개의 기둥은 염파, 인상여, 그리고 조사였습니다. 이 세명이 건재할 때는 전국통일의 발걸음을 하나씩 밟아가던 진나라 조차 조나라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중 조사가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그래도 조나라에는 염파라는 명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진나라가 조나라를 칩니다. 두 군대는 '장평'이란 곳에서 대치하게 됩니다. 진나라 군대는 몇번 조나라 군대를 깨뜨렸지만 조나라 군대는 보루의 벽만 튼튼히 할 뿐 나가 싸우지 않았습니다. 진나라 군대가 자주 싸움을 걸어와도 조나라 염파는 그냥 지킬뿐이었습니다. 이런 대치가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조괄은 아버지 조사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어릴 때부터 병법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아버지이자 조나라 대장군인 조사와도 병법에 관해 논의 했는데, 조사 조차 조괄을 당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사는 아들이 잘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물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병법을 잘 아는데, 당신은 왜 한번도 조괄을 칭찬하지 않나요?"
그러자 조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쟁이란 목숨을 거는 거요. 그런데 괄은 전쟁을 너무 쉽게 말하오. 조나라가 괄을 장군으로 삼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만일 괄을 장군으로 삼는다면 틀림없이 조나라 군대는 파멸당할 것이오."


진나라는 염파가 지키는 조나라를 상대로는 어렵다고 판단해서, 이간책을 씁니다. 조나라에 첩자를 보내 다음과 같은 말을 퍼뜨린 것 입니다.


"진나라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조사의 아들 조괄이 장군이 되는 일뿐이다."


조나라 왕은 안그래도 염파가 전투는 하지 않고, 지키고 있기만 하는데에 대한 불만이 있던 상황에서 진나라 첩자의 말을 믿고는 염파 대신 조괄을 대장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인상여가 반대하고, 심지어 조괄의 어머니까지 왕에게 조사의 말을 전하며 '자신의 아들은 절대 전쟁을 지휘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왕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염파대신 조괄이 대신하게 됩니다.

조괄은 책상에서만 배우던 병법만 알고 자신만만하게 전쟁터로 향합니다. 이미 머리속으로는 손자병법, 오기병법등 모든 병법서를 외우고 있었고, 그 뛰어난 장군이었던 아버지 조사조차 병법으로 이겼기에, 자신만만했습니다.


그런 조괄은 맞이한 것은 진나라의 명장 백기 였습니다. 그리고 백기는 기만술을 써서 조나라 군대를 고립시킨 후 마지막에는 조괄을 죽이고, 조나라 군대의 항복을 받았습니다. 사기에 기록된 당시 항복한 인원은 45만 이었습니다. 과장이 있겠지만, 그래도 엄청난 대군인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항복이 아니었라는 것이었습니다. 백기는 항복한 45만을 모두 생매장 시킨 것입니다. 이것이 '장평대전' 입니다. 이 한번의 대전으로 조나라는 국운을 다합니다. 이후 30년후 조나라는 진나라에 멸망합니다.  


워렌버핏은 이런 말을 했죠. 

이론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을 경계하라.


조괄은 책상위에서는 손무를 능가하는 병법가이자, 아버지 조사를 능가하는 장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맞이한 실제 전투는 책과는 완전히 다른 곳입니다. 실제 전쟁터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아니었을까요? 순간 순간 판단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책속에 담긴 전쟁은 외우고, 쓰면 그만입니다. 실제 전쟁터는 즉각 판단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책에 있는 이론이 맞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 입니다. 책속의 전쟁은 게임일 뿐입니다. 병사 한사람의 목숨의 무게는 담겨있지 않습니다.


실제 전쟁터는 어떨까요? 물론 저도 경험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상상만 해도 떨리지 않나요? 병사 한사람 한사람의 무게가 천근만근 일 것 입니다. 이 모든 사람의 무게를 책임지고, 국가의 명운을 어깨에 걸고 싸워야 할때, 이론만으로 무장된 지휘관은 최악의 지휘관일 것입니다.


그런데 염파열전을 읽으면서 '내가 조괄의 함정에 빠져있지는 않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현실과 이론을 분리한 체, 제품 기획, 마케팅, 브랜딩, 판매를 이론만으로 구축하고, 실행은 하지 않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조괄과 오버랩됩니다.


실제 마케팅 이론서에 담긴 내용은 기본이 될 수는 있지만, 지금의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실수하고, 실패하고, 성공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실전은 뒤로 밀어두고, 저만의 이론에 매몰된 것 같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혹시 지금 조괄의 함정에 빠져있지는 않나요?  


p.s) 장평대전의 승자인 진나라 백기 장군은 이후 결국 왕에게 자결을 명 받습니다. 백기는 왕의 사자가 가져온 칼을 받고 자신의 목을 찌르려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잠시 동안 그렇게 있다가 말을 이었다.
"나는 죽어 마땅하다. 장평 싸움에서 항복한 조나라 병사 수십만명르 속여서 모두 산 채로 땅속에 묻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하다"
<사기 열전 1 P.353, 민음사, 김원중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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