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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은 Dec 13. 2020

관성에 흔들릴 때

잘 훈련받은 경주마처럼 일을 쳐내면서 관성적으로 달렸다. 택시를 타고나서야 몸을 멈출 수 있었고 기사님이 나의 달리기를 이어받았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리드미컬하게 번갈아 밟으시는 통에 내 몸은 앞뒤로 바운스를 타며 관성의 힘을 실감했다.

관성의 힘은 정말 세다. 그새 멀미가 난 걸 보면.  "기사님 운전 좀 살살..."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아쉬운 말들은 목을 넘지 못하고 관성을 지킬 뿐이다. 곧 귓속 반고리관을 에어팟처럼 탈부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내가 아쉬운 말을 조리 있게 하게 되는 날 보다 먼저.

머리에게 관성은 쌓이는 시간 같아서
더 멋진 것들로 채우려는 욕심을 부린다.
몸에게 관성은 흐르는 물살 같아서 
헤엄칠 힘이 없는 날엔 물살에 몸을 맞기게 된다.
이질적인 두 관성이 만들어 내는 불협화음은
매번 불안한 자세로 듣게 된다.

창문 위에 달린 손잡이를 꽉 잡았다.
관성에 흔들리고 싶지 않아서.
덜 불안할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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