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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Apr 28. 2023

1 어쩌다 보니

오늘도 자라는 중입니다


 어쩌다 길에서 만나서 어쩌다 나를 매일 기다리던 하얀 고양이. 이름 짓는 대로 따라간다더니 지금은 정말 내 온 우주가 되어버린 고양이, 우주.

 내가 만난 우주는 지붕 위에서 해를 쬐고 마당의 풀냄새를 맡으며 나무에 발톱을 갈던 동네 고양이라서, 우리 집으로 온 뒤엔 아파트의 삭막함이 자꾸 신경 쓰였다. 나는 내가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집엔 뭐든 두려고 하질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어쩌면 우주의 묘생 전부가 될 텐데. 이대로 괜찮을까?


그래서 마따따비를 좋아하는 우주를 위해 야심 차게 집에 들인 것이 개다래나무다.

고작 한그루에 무슨 야심 까지냐?라고 한다면, 식물과 관련된 내 전적은 처참하기 때문이다. 내가 죽인 선인장이 몇이더라. 예쁜 말 나쁜 말 양파 기르기 땐 뭘 해도 양파가 썩어나갔고, 어떤 식물들은 아예 마당에 내놓고 자연의 힘을 빌려보기도 했지만 실패. 그런 내가 집 안에서 나무 비슷한 것을 기른다? 그건 큰 각오가 필요했다.

 이미 배송과 동시에 좋아서 나무에 들러붙어 킁킁대고 있는 우주를 뒤로 하고 동봉되어 온 개다래나무 관리법을 심각하게 읽어보았다. 넓은 화분에 기를 것, 가지 치기를 할 것. 물 주기는 여름은 짧게, 가을 겨울은 길게. 나는 나를 믿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기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한 동안 나는 직접 기른 싱싱한 개다래 잎을 우주에게 뜯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개다래나무의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을 본 것은 채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 몇 달이면 오래 버텼어. 우주에게 굵은 가지를 잘라서 주고, 남은 마르고 앙상한 개다래에게 이별을 고했다. 지금에야 당연한 상식처럼 들리지만, 그땐 몰랐다. 상록수나 더운 지역 출신이 아니고서야 나무는 원래 겨울엔 잎이 떨어진 다는 것. 그리고 개다래는 잎 없이 겨울을 나는 나무라는 것(!)


나는 다시 주문하기 위해 개다래를 검색할 때가 되어서야 내가 쓰레기통에 넣은 것이 살아있는 개다래임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두 번째 개다래나무는 맞이할 준비를 제대로 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아마 이제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알았을 것이다. 나는 정말 식물에 대해서 1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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