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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Jul 31. 2023

크리스마스를 품은 8월

세월이 분다


7월에 이어 31일까지 있는 8월은 마라톤 코스의 중간점을 도는 느낌이다. 8월이 시작되면 더위의 마지막 고비를 넘기기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이 무렵 다수가 여름휴가를 간다.  8월 초에는 한해 더위의 절정을 찍고 중순 이후부터 조금씩 기온이 내려간다. 말일에 가까워지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고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함께 가을이 오는 작은 신호가 나타난다. 둔한 사람은 눈치 못 챈다.




매년 8월 7일 또는 8일은 절기로 입추(立秋)다. 사실 더위가 가시지 않은 때지만, 선조들은 가을을 예고하여 더위를 이겨냈을 것이다. 입추에는 가수 이문 노래 '가을이 오면'이 흘러나온다. 8월 23일 또는 24일은 절기로 처서(處暑)다. 처서는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을 맞때다. 논에는 뙤약볕 아래 벼가 익는다.


 우리나라의  8월은 역사적이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날, 경술국치는 1910년  8월 10일이고, 나라를 되찾은 날,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이다. 공교롭게 모두 8월이다. 무더운 어느 날 백성들은 나라를 잃은 슬픔에 비통한 눈물을 흘리며 땀을 흘렸을 것이고, 또 8월 어느 날에는 나라를 찾은 감격의 눈물과 땀이 범벅이 됐을 것이다.


1974년 8월 15일은 광복절을 기념하여 수도권 1호선 전철이 개통된 날이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르는 사이에 거미줄 같은 지하철 노선이 만들어졌다. 4호선지만 있었던 시절에는 지하철 노선을 외우는 것이 기억력 평가의 지표였다. 이제 더 이상 지하철 노선은 암기의 대상이 아니다.


2020년부터 8월 14일은 택배 없는 날이다. 구조적으로 휴가를 가질 수 없는 택배 종사자들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날다. 실제로는 14일과 15일이 휴무다. 사람들은 '조금 늦어져도 괜찮다.'라는 마음으로 택 종사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04년, 기후변화와 에너지 절약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 확산을 위해 8월 22일을 ‘에너지의 날’로 지정하였다. 에너지시민연대는 매년 ‘불을 끄고 별을 켜다’라는 이름으로 밤 9시에 5분간 소등하는 행사 등, 에너지 축제를 열어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 및 보급의 절실함을 알리고 있다. 기후 변화는 북극곰의 위기가 아니라 인간의 기다.


2002년부터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다. 오랜 기간 인간과 함께해 온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고양이를 돕고, 보호하는 법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이날의 목적이다. 길거리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사람이 많은 나라는 좋은 나라다.



1998년 개봉한 '8월의 크리스마스' 8월과 크리스마스가 만날 수 없는 것처럼 죽음을 앞둔 한석규 심은하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을 아름답게 그린 영화다. 리고 8월의 이야기가 됐다. 그렇게 8월은 크리스마스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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