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만나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말을 건넨다. 옛날에는 '식사하셨어요?’라는 인사말도 많이 했다. 요새 많이 하는 인사말 중 하나는 ‘세월 참 빠르네요.’이다.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어서 인지. 상대방도 ‘그러 게요.’하면서 공감을 한다. ‘세월 참 빠르네요.’는 말을 이어가기도 좋은 인사말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시간 참 빠르다.’ ‘ 세월이 빠르게 흐른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한 해를 마치는 때에도 세월 참 빠르네요.라고 얘기할 것이고, 아마도 인생을 마치는 날에도 똑같은 말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이 참으로 짧고. 덧없다는 느낌으로 눈을 감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런 식으로 인생의 마지막 느낌을 갖아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듣는 사람은 대부분 맞는 말 같다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세월 참 빠르네요.’라는 인사말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요즘 나는 그런 생각을 여러 번 얘기했다. 그런 중에 한 사람이 내 생각에 공감을표하면서 질문을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나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고, 결국 그가 듣고 싶어 했던 방법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내 대답을 기다렸던 그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나는 대안 없이 문제만 제기하는 사람이었고, 그걸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찜찜했다.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위한 생각을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교수를 지낸 황농문 교수가 주장한 대로 그 문제를 계속 생각하는 몰입을 했다. 생각하다 잠이 들고일어나면서그 생각을 했다. 그렇게 꼬박 이틀이 지났을 때 답이 떠 올랐다.
답은 평소 내 생각에서 이어졌다. 첫 번째, 내가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때를 정한다. 두 번째, 그날이 오면 한 바탕 이벤트를 하고, 다음 날부터는 죽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산다. 그러면 다음 날부터는 없을 수도 있었던 하루를 사는 것이다. 그렇게 새로이 주어지는 날이 쌓이면 마지막 날에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하게도 참 오래 살았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두께로 인식하지만, 아니다. 인생은 오늘 한 장이다. 그 오늘은 아무리 연속되어도 결코 쌓이지 않고 두께가 되지 않는다. 오늘 한 장 속에 어제와 내일이 다 들어 있다. 어제의 의미도 오늘 속에 있고, 내일의 희망도 오늘 속에 있다. 과거는 오늘의 내 머릿속 기억 속에 있고, 미래도 오늘 내 머릿속 생각 속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흘러간 시간을 아쉬워하기보다 주어진 오늘에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게 답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