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용연 Mar 17. 2024

임신과 자기계발

임신을 하면 혼자로서의 내 자유롭고 루틴화된 삶의 패턴이 완전히 깨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임신을 하기 전부터 괜히 겁을 많이 먹었다. 사람들과 왁자지껄 어울리며 보내는 시간, 이렇게 혼자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나만의 시간, 이것저것 배우며 자기계발하는 시간이 언제나 필요했기 때문에.


하지만 막상 임신기에 접어들고 보니, 그렇게까지 걱정할 만큼 내 삶의 패턴이 무너지는 건 아님을 깨닫고 있다. 물론 사람마다 육체적 컨디션이 다르고, 나는 (적어도 26주인 지금까지는) 몸 상태가 좋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겠지만 욕심만 조금 덜어내면 임산부도 충분히 나름의 자기 계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임산부의 삶의 질도 중요하다

다태아 분만의 대가 전종관 교수님의 말


임신을 하고 나면, 뱃속의 아이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 투성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그냥 누워만 있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내다 보면 나 같은 성향의 인간은 10개월에 가까워질수록 삶의 질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질 것 같았다. 내가 기분 좋은 순간을 많이 만들어야, 그 행복한 감정이 태아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 지금 내 상황에 맞는 소소한 재미 겸 자기계발‘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운동. 임신 전에는 거의 매일 운동을 했다. 헬스, 등산, 요가, 수영, 골프 등등. 살을 빼기 위함보다는, 운동은 모든 활동의 기초체력이라 생각했다. 땀을 시원하게 흘리고 난 뒤 쾌감도 좋았다. 하지만 아무리 욕심 많은 나여도, 격한 운동이 임산부에게 무리라는 것은 잘 안다. 그래서 임산부가 좋은 기분을 유지하며, 체력도 기를 수 있는,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으러 노력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zoom live로 하는 임산부요가와 매일 7 천보 걷기를 하고 있다. 적당히 쾌감을 주면서도 육체적으로 몸이 다운되지 않도록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두 번째는 피아노. 임산부라고 해서 ‘배움’에 제약이 있는 건 아니니까,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list 중 가장 임산부와 어울리는 ‘피아노’를 골라 3달째 열심히 배우고 있다. 사람들이 피아노 배운다고 하면 ‘오~ 태교하나 보네’라고 말씀들 하시는데, 솔직히 태교는 얻어걸리는 덤일 뿐 그냥 나의 자기계발 목적이 더 컸다. 악보를 처음 받아보던 날은 절대 못 칠 것 같던 곡도, 하루에 4마디, 일주일에 28마디, 그렇게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한 달에 한곡 정도는 충분히 완성된다. 작은 노력이 모여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성취감. 이 맛에 뭔가를 배우는 것 같다.


집밥을 잘 먹기 위한 요리도 시작했다. 결혼 3-4년 차가 되니, 요리가 귀찮아지고 혼자 있을 때는 배달음식을 검색하는 습관으로 흘러갈 뻔했는데… 임신 덕분에(?) 다시 요리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아무래도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태아의 영양섭취도 자연스럽게 신경이 쓰이고 그래서 하루 한 끼 정도는 건강한 집밥을 먹으려 노력 중이다. 다시 제철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요리 채널을 뒤져보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시간을 투자해 정성스러운 한 끼를 차려먹고 있다.



이 외에도 임신 기간 동안 ‘임산부’로서 할 수 있는 자기계발은 무궁무진한 것 같다. 물론, 이 전보다는 체력이 많이 부족하고 금방 지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날은 조급해 하기보단 ’ 오늘은 쉬자 ‘라는 유연한 마음으로 쉬어가면 된다. 성장이 목적이라기보단, 내 삶이 임신으로 인해 팍팍해지지 않기 위해 소소한 재미들을 찾아나가는 것임을 잊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태교란 과연 뭘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