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결혼하지 못한 사랑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면 너는 뭐라고 대답할까. 아마 마지막으로 들은 너의 목소리에선 안녕하지 못하다고 하겠지. 나를 강하게 비난하고 또한 동정을 요구했지. 내가 결혼한 사실을 알고도, 너에게 돌아와 달라고. 지금, 너는 그때를 어떻게 기억할까. 나에겐 크나큰 죄인 것 같아.
이 글은 사실 너를 위한 것이 아니야. 내가 가장 숨기고 아파한 너를 꺼내는 것은 나를 위한 일이야. 너에 관한 죄책감으로 둘러싸인 나에게 심리상담에선 너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했어. 남편이 알면 기분 상할 수 있으니, 남편 몰래. 하지만 나는 너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기로 했어. 너를 사랑했던 시간은 내겐 가장 찬란했던 순간이니까.
그거 알아? 남편도 너를 알고 있어. 남편과 사귀기 전, 나는 술만 먹으면 네 얘길 했어.
“진짜 사랑한 사람이 있어요. 그 애가 돌아오면, 저는 함께할 수 없어요.”
나를 좋아하던 남편에게 그런 얘기를 했지. 내게 있어서 사랑이 단 하나 남는다면, 그건 너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었거든. 너를 잊지 못한 나는 그 하나를 너에게 남겨두고 있었다. 네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는 알려주었어. 사랑은 죄책감이 아니라는 걸. 너에게 남은 마음은 이제 사랑이 아니라는 걸.
앞으로 쓸 편지는 너에겐 구차한 변명 들일 테지. 하지만 내가 너를 벗어나는 과정이고, 나의 이야기야. 마지막에 너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지. 그래서 내 얘길 들려주고 싶었어. 너를 나의 상처로 남기고 싶지 않아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으로, 그 과정을 거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서. 그리고 남편은 곁에서 그 과정을 응원해 주었어.
내가 네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말을 아주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말했다. 행여나 기분 상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아주 살며시 말을 내려놓았어. 하지만 너를 향한 내 마음을 알고 있을 남편은 내게 말했어.
“지난 사랑을 했고, 그렇기에 지금의 내가 있어.
나는 그 과정을 통해 너를 이만큼이나 사랑할 수 있었어.
그렇기에 숨기고 싶지 않아.”
그의 말에 나는 용기를 얻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확실히 그는 나보다 더 어른인 것 같아. 질투 같은 감정보다 이해를 주거든. 나도 이 사람에게 이해를 많이 배우고 있어. 우리도 조금 더 어른이 되면 서로를 이해하는 날이 올까. 이렇게 글이 네게 닿으면, 너는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지나간 나의 사랑아.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나도 너를 떠올리는 것에 시간이 조금 필요하거든. 확실한 것은, 그때의 우리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어렸고, 빛났다는 사실이야. 그리고 지금 서로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는 것도 알고 있어. 지금도 어리지만, 나는 그때보단 조금 더 어른이 된 것 같아. 그리고 그 과정에 네가 있었어.
앞으로 내가 너에게 쓸 이야기는 너와 나의 이야기이지만,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해. 과거를 짚어 나는 현재로 나아가려 한다. 너를 나의 과정으로 남기면서.
부디 나도, 너의 과정이었기를. 결과가 아니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나를 산산이 잊어서, 네 이야기라는 것조차 모르길.
작가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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