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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름 Jun 20. 2021

좋아하는 것 말하기

걸어가고 있다 - 작은 조각들 (2)

‘어떤 대상에 대해 싫어하는 것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으로 열정을 표현할 수 있게 노력해보세요.

감사카드를 보내고 기립박수를 쳐보세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세요. 어떤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최근 유튜브에서 대학 졸업 연설 영상을 봤다.

누군가가 나에게 좋아하는 음악이나 취미를 물었을 때 자꾸 얼버무리는 때가 있었다. 오히려 싫어하는 것을 내보이며 이건 좀 별로고, 저건 싫고 하며 되려 좋아하는 걸 당당히 말하지 못하는. 내 취향이 너무 마이너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할 거라고 지레짐작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구 말해보고 싶다.


나는 ‘시’를 좋아한다.

시는 내 마음의 점쟁이다. 슬픈 일이 있을 땐 꼭 시를 읽었다. 은유하는 말이 좋다. 날아다니고 춤을 추고 고요했다가 결국은 마음에 평화를 주는 시가 좋다. 임승유, 심보선, 이상, 윤동주, 박세랑, 테라야마 슈지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우연하고도 기분 좋은 순간을 좋아한다.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여러 가지 중 내가 느꼈던 두 순간을 말해보고 싶다.


1. 예전 살던 동네 어떤 집의 마당에 귀여운 리트리버가 있었다.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리트리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는데, 어느 날 맞은편 멀리 걸어오고 있던 사람이 갸우뚱한 눈치로 ‘저 사람은 웬 집에 손을 흔들지? ‘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과 리트리버가 있는 집을 지나쳤고, 잠깐 뒤돌아보았는데 그 걸어오고 있던 사람이 리트리버와 인사를 하고 있었다!!  정말 귀여웠다! 같이 인사를 한 건 아니지만 그 사람과 무언가가 통한 느낌이었다.


2.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있었을 때였다. 작품에 조금 가까이 갔다가 멀리 떨어지라는 무서운 가드 아저씨의 경고를 들은 터라 긴장하며 관람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전시장으로 가는 통로에서 어떤 가드가 관람객들에게 콧노래를 부르며 같이 부르자고 했다. 알고 보니 그것 또한 작품이었다. ‘이곳을 지나가려면 당신은 콧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어떤 콧노래든지요’ 조금 무서웠던 마음이 풀어지며 나도 같이 콧노래를 불렀다. 귀여운 순간이었다.


레몬 머랭 타르트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영화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미’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이준익 감독의 ‘동주’이다.


편지 쓰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엔 직접 쓰고 보낼 곳이 없어 슬프다.


가족 친척들이 모여 시끌벅적한 순간이 좋다.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고 늘어져있어도 좋은! 사람이 좋다. 나는.


여행지에서 익명이 되는 내가 좋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빼먹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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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모두 무엇을 좋아하나요? 자신만이 아는 그 섬세한 순간들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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