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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름 Oct 19. 2018

And I'll call you by mine 1

영화 'Call me by your name'에 대한 감상

 'Call me by your name'

 2018년 4월 4일


 또 보고 왔다. 그동안 많이 앓았기 때문에 다시 보면 펑펑 울지 않을까? 싶었지만 웬걸 내가 초라해진 기분이었다. 마지막 아빠의 대사에서 울었을 뿐. 내가 겪었던 감정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새로운 인연에게 내어줄 자리가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마음이 저렸다. 슬펐다. 그저 엘리오와 올리버가 부럽기만 했다.


 이번엔 올리버의 감정을 세세히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를 다시 보기 전 블로그 포스팅에서 읽은 글 덕분에 올리버의 감정선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 쪽이 약자인 건 불변의 진리인가 봅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이나 표정을 숨기지 않는 올리버. 둘만의 여행에 더 들뜬 사람 역시 올리버입니다...' 이 부분이 마음 한켠에 떨어졌다. 처음부터 올리버 역시 엘리오를 좋아했다는 개연성이나 올리버의 감정이 드러나는 부분이 적어서 (혹은 내가 캐치하지 못해서) 처음 영화를 보고는 감정선이 부족하다 느꼈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엘리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엘리오도 올리버의 마음을 늦게 깨달았기 때문에 관객인 내 입장에서도 당연한 반응이 아니었나 싶다.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원래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인물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기보다 '묘사'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스토리가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느낄 수 있는 건 인물들의 감정 상태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던 앞으로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상관없이 지금 그 감정이 얼마나 들끓고 있으며 그것 자체가 얼마나 생생하며 여기에 대해서 묘사하는데 영화적인 모든 방식을 동원하는 감각적인 감독이다.'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98 중)


 그 햇살과 책상, 수영복, 복숭아, 자전거, 조심히 맞닿은 다리가, 그 눈빛이 모두 여름날의  희미한 기억 속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다. 이미 지나간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아픈 시간들.


 이 영화를 모두가 봤으면 좋겠다. 흘러 넘 칠 정도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마음이 저리도록 아프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다시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 영화를 보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지금 남은 이 사랑이 오래도록 꺼지지 않길 기도한다. 모든 사랑과 포용에 관한 이야기이며 내가 쫓고 싶은 인생의 순수한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했다. 남은 생을 이어가는 동안 오늘날의 생각과 고민, 이 마음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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